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피해의식은 남성의 전유물
146쪽
‘성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는’ 남성 젠더 시스템에서, 여자는 남자의 인생을 망치는 존재다. 스릴러 영화의 공식, 남자 주인공을 시험에 들게 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 요부(妖婦)는 남성의 모순을 여성에게 투사한다. 팜므 파탈은, 남성의 성이 저지르는 폭력과 파괴가 결코 남성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존재다. 남성의 성욕은 무한대라서 어디로 ‘분출’할지 모르지만, 성욕 폭발의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남자 자신이 아니라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라는 것이다.
147쪽
여성의 피해의식이 피해자로서 지니는 사회구조적 의식이라면, 남성의 ‘피해의식’은 가해자의 정신 분열, 프로이트식으로 말한다면 죄의 투사이다.
++추가 ) 지금 여성들은 수천 년 동안 ‘여자라서’ 당연히 해 왔던 노동을 거부하고, 너무도 오랫동안 당해 왔던 여성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고 있다. 폭력을 당하는 것. 폭력에 순종하는 것. 맞으면서, 강간당하면서 가해자의 앞날을 걱정하고 보살피는 것. 이 모든 것은 일종의 여성의 성역할이었다. 동성애자 인권 담론의 가시화에 따른 이성애자들의 당황과 혼란처럼, ‘권리를 침해당한’ 남성들의 ‘피해의식’은 당연한 것이다.
…여성에게 섹스와 모성은 자원이자 억압이다. 남성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가부장제 사회의 가장 근원적인 작동 기제이다. 여성에게 섹스가 자원(‘꽃뱀’?)이기도 하기 때문에 억압(성폭력 피해자?)이 아닌 것이 아니라, 이 현실이 바로 성폭력의 원인이다. 남성에게는 모순이지만, 여성에게는 연속선이다. 여성에게 섹스가 자원이자 억압이라는 사실은, 성매매와 성폭력이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섹스의 주체는 오로지 남성이라는 의미이다.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
159쪽
여성주의의 문제 제기는, “성폭력 가해자는 인권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인권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권력 관계에서 주장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은 사법권을 가진 국가를 상대로 용의자와 재소자의 권리 차원에서 주장되어야 하는 것이지, 피해 여성을 상대로 경합되거나 주장될 수는 없는 것이다. …1980년 광주 학살의 발포 명령자 등 가해자의 인권 역시, 재판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지, 그들이 광주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인권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추가) 156쪽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라는 여성들의 요구를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언설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남성들의 주장은, 여성 인권이 실현되는 과정의 어려움과 특수성을 잘 보여준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성폭력 특별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 여성의 진술보다는 가해 남성의 주장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성폭력은 절도나 사기 등 다른 범죄와는 달리, 언제나 “강간이냐, 화간이냐?”라는 식으로, 피해 사실을 둘러싼 객관성 논쟁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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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다가 사이다 마신 구절들이야ㅎㅎ
물개박수 치면서 토리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부분을 가지고 왔어!
이 책이 2005년도에 나와서 2013년도에 개정되었는데 여전히 시사하는 부분이 많네^^....
+킬링포인트 1 : 일부 남성들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