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톨들아, 다들 건강하게 지내고 있니?
상황이 상황이라 밖에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다들 힘들어하는 요즘이야.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 원치않는 칩거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고, 강제로 가게 문을 닫아야하기도 했지.
조금씩 기록했던 대구의 사진들을 올려볼까 해.
사정이 생겨 서울로 올라간 다음날, 문제의 신천지 확진자가 생기고 온 대구가 난리통이 되어버렸지.
주변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아서 새삼 놀라기도 했던 순간들.
사실 주말엔 언제나 조용한 나의 동네인데,
뉴스를 접하고 난 이후로 평범한 풍경이 뭔가 이상하게 보이는 건 기분탓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
사람들이 대구 사진들 가지고 유령도시가 되었느니 하는 그런 말들은 왜 그렇게 야속하게 들렸나 모르겠네.
사실 그 사람들은 이 상황을 저 멀리서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나쁜 생각이 들다가도, 응원의 말에 또 마음이 녹기를 반복했지.
주말 동성로에 사람이 이렇게 없던 적은, 난생 처음이었어.
상황이 상황이라 잠시 시내에 나오긴 했지만, 사람이 다니질 않아서 사실상 격리상태와 다를 게 없었던 순간.
풍경은 무심하게도 따뜻하더라.
확진자가 치솟던 날.
사람들의 불안감도 극도로 달했던 때였던 것 같아. 버스를 타는 것 자체도 죄악시했지.
심지어 길거리의 노숙자들도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
도시의 분위기가 변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더라.
하필 마트들이 쉬는 일요일이었어서, 먼 길을 걸어서 백화점 식품관을 갈 수밖에 없던 때.
온 출입구에 깔렸던 열화상 카메라, 하지만 텅텅 빈 백화점이었지.
이쯤으로 해서 동대구역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동대구역에도 오려는 사람 자체가 확 줄어들었던 때.
문을 닫은 가게가 부쩍 늘었어.
좋아하는 단골 카페들도 모두 임시휴업에 들어갔고, 간혹 문을 연 카페도 테이크아웃만 가능하게 바뀌었지.
문을 열었어도 매출이 90% 줄었다는 말이 어딘가에 사무친다.
3월이 다가올 때 내리던 비가 뭔가를 씻겨주지 않으려나, 하는 괜한 바람.
도시락 기부로 뉴스에 나왔던 칠성야시장.
시간이 지나면 여기도 사람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교동과 북성로는 노년층 비율이 높아서, 다른 곳보다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지는 곳.
그런거 신경 안쓴다는 그 어른들도, 이 때만큼은 모두 이 곳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네.
매번 공원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는 어르신들도.
평범한 날도 익숙한 날도, 엄청나게 소중한 날이라는 것,
모두가 절절히 느끼는 순간.
사람들의 왕래가 뚝 끊긴 곳은, 고양이들이 자리를 차지하곤 해.
아이들도 사람이 반가웠는지 다리 사이를 그렇게 왔다갔다 하더라.
흐린 날이 가고, 봄날씨가 찾아온 날.
보통때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신천에 산책을 하러 나왔지.
다들 마스크를 끼고, 다들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서는 예전의 온기를 느낄 수가 있었던 때.
온갖 곳에서 혐오발언이 들끓고 자극적인 말이 떠돌지만, 희망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기다렸던 봄도 이제 가까이 왔어.
매화도 군데군데 많이 피고, 목련도 피어날 준비를 거의 다 마쳤지.
이 상황이 끝나면 모두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겠지, 그럴 수 있을거라 믿으며.
이제 조금씩 안정국면이 오는 듯하고, 오랫동안 휴업한 가게들도 조금씩 문을 열 준비를 하고있어.
모두 다 잘 풀렸으면. 다들 금방 힘내서 바라던 일상을 되찾았으면 해.
카메라는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