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프로
Extra Form

https://img.dmitory.com/img/202103/5Gl/iQv/5GliQvMrwAOYU8Q66C0QWk.jpg



"익숙하며 서투른 이별"

나는 이번 이별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하얀색 쫄쫄이들을 응원하며 프로그램 폐지를 걱정했던 기억부터 동아리방에 모여 '효도르는 효도를' 자막에 깔깔대던 장면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무한도전>에 대한 추억 때문일까. 물론 그 이유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무한도전> '다음'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이 이별 앞에서 더욱 주저하게 만든다. 열렬히 응원하던 프로야구 선수가 사라진 그라운드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무한도전"이 들리지 않는 토요일 저녁은 상상조차 쉽지 않다.

재미와 인기는 물론, <무한도전> 만큼 성공적으로 대중과 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콘텐츠는 언제 나올 수 있을까. 드라마, 대중음악, 영화 등과 견주어 <무한도전> 만큼의 위상을 차지하는 TV프로그램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짧지만 방송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입장에서 이런 질문들은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그럼에도 이별은 피할 수 없기에 나는 기꺼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다. 먼저 '매주매주 특집'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과정을 13년 동안이나 해낸 <무한도전> 팀에게 오랜 팬이자 이젠 후배로써 무한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 찌질한 시절 무모하고 무리한 도전에 실패를 거듭하던 '평균 이하'의 모습에 공감했고 어두웠던 시절 <무한도전>을 보며 작은 위안을 얻기도 했다. 그랬기에 아쉬움보단 고마움 속에 즐겁게 <무한도전>을 보내고 싶다. 비록 서투른 이별일지라도.

(이한기·SBS 시사교양PD) 

"'무한도전' 덕분에 버틴 시절"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부터 시흥역(現 금천구청역) 사이 벚꽃십리길에서 전철과 달리기를 하던 <무모한 도전>과의 첫 만남은 2005년 4월이었다. 2005년 4월은 잊을 수 없는 때다. 대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이 엠티, 벚꽃놀이, 학교행사에서 추억을 쌓을 동안 나는 노량진에서 문제집을 푸느라 바빴다. 당시 위안을 준 건 <무한도전>이었다. 

무의미하게 흘러 보낸 토요일 저녁을 근사하게 포장해 주던 <무한도전>은 이제 도전할 아이템을 찾는 일 자체가 도전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가능했던 20대를 지나 도전할 일을 찾는 게 도전이 되어버린 30대의 나처럼. 급작스러운 종방 선언이었지만 그럼에도 <무한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무한도전> 최후의 도전은 종방'이라는 자기예언을 실현하며 마지막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당신들 덕분에 삶의 의미를 찾아온 사람이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다.

(고광일·회사원)


"무한도전처럼"


그렇다. 나는 <무한도전> 키드다. 매주 토요일 저녁, TV로 <무한도전>을 보며 자라 지금은 TV PD가 됐다. "무한도전처럼" 만들고 싶었다. 시사교양PD지만 여전히 <무한도전>은 교과서이자 지향점, 그리고 뛰어넘고 싶은 과제다. 영상-음악-감성의 삼박자를 보여준 '텔레파시' 특집. 한계 극복의 순간,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온 ‘레슬링'과 '조정' 특집. 진실과 거짓을 비튼 '진실게임' 특집 등. 매회 특집을 한 <무한도전>은 나에겐 영감과 자극 그 자체다.

고백하자면 2012년 MBC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장기결방 했을 땐, 학생이었던 난 그저 생이별이라 섭섭했다. 그런데 지난겨울, 입사 후 처음으로 142일의 장기파업을 하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잘 나가는 방송을 중단한다는 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는 것임을. 그리고 "잊히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싸우며 오랜 공백으로 무너진 제작 시스템도 재건해야 함을. 긴 세월 우여곡절을 견뎌낸 <무한도전>이 그저 놀랍고, 존경스럽다.

마치 13년 간 혼자만 끄적거린, 짝사랑 가득한 편지를 마침내 보내는 기분이다. 쑥스럽지만 이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다고. 덕분에 즐거웠으며 정말 감사하다고. 그리고 다시 "무한도전처럼" 토요일 저녁에 돌아오길, TV 앞에 앉아 있던 무한도전 키드의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이상혁·KBS 시사교양PD)

"'무도 세대'는 영원하다"


'토토가'를 통해 최근까지도 많은 즐거움을 전해주던 <무한도전>이 끝난다고 하니 아쉽다. 토토가를 통해 H.O.T.와 젝키 세대를 소환한 <무한도전>은, 그 스스로가 '무도 세대'를 만들었던 기념비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나 또한 무도 세대라고 자부한다. 놀토와 무도의 기대감이 겹쳤을 때 가장 행복했으니까.

이제 더 이상 어리다고 말할 수 없는, 만으로도 25살을 넘어선 시점에 <무한도전>이 끝난다는 게 미묘하고 복잡하게 다가온다. 나의 한 때가 <무한도전>과 함께 떠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간 버텨왔던 <무한도전>을 잡을 정도로 어리지도 않다.  다만 언젠가 토토가처럼 <무한도전>이 옛 멤버들과 함께 돌아오길 기대한다. 굿바이 <무한도전>!

(최근도·취업준비생)



"예능 이상의 예능"

<무한도전>이 남긴 성과는 한두 가지로만 정리할 수 없다. 각 인물들에게 카메라를 배치해 캐릭터를 살려낸 영상기법은 이후 예능프로그램의 영상기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무한도전>은 '예능 위의 예능'과 같은 존재였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시도할 수 있는 많은 것을 시도하면서 현재 많은 프로그램이 직간접적으로 <무한도전>의 영향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예능총회' 편에 출연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멤버들이 하루 종일 밖에서 촬영을 하고 스튜디오에 들어와서는, 다음날 새벽 한 두시까지 촬영을 했다. 그 와중에도 굉장히 오래 프로그램을 해 와서 그런지, 각 멤버들이 웃음 포인트도 잘 짚어내고 합도 잘 맞아 놀랐다. '볼 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참 어렵게 촬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무한도전>을 위해 달려온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고 본다. 김태호 PD가 지금까지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무한도전'을 해 왔다면, 이젠 이 틀 밖에서 또 자신의 '무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큰 그림 안에서 김태호 PD가 내놓을 프로그램을 <무한도전>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싶다. 많은 대중도 나와 같이 보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평론가)



https://img.dmitory.com/img/202103/1fB/3l6/1fB3l66PeKqIcSkggmqI4E.jpg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61783

  • tory_1 2021.03.24 23:24
    프랑스 유학시절 쓸쓸한 주말밤을 함께 해준것도 무도였어... 평균이하 그들이 잘해내는걸 볼때마다 나도 진심 용기 얻었는데.
  • W 2021.03.25 03:05
    나도 그래서 장기 프로젝트를 참 좋아했어ㅎㅎ
  • tory_2 2021.03.25 01:32

    이 기사 당시에도 봤었는데 토리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됐네.

    내 마음이다 싶고 공감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

    이제 일주일 뒤면 아니다.. 12시가 지났으니까 6일 뒤면 무도가 멈춘 지 3년이 돼.

    그리고 다음달 4월 23일이면 무도 16주년이 되고..

    2015년 10주년 때 벚꽃 엔딩 부르며 들어갔다가 짜장라면 먹으며 나왔던 무인도 2015 편을 했었지.

    나는 무도 기준으로 시간의 흐름을 종종 생각하곤 하는데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른다.

    무도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에 있어 준 게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이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느끼게 되더라.

    13년 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 그 자리에 있어 줘서 얼마나 많이 설레고 행복하고 고마웠는지 멤버들과 태호 피디가 꼭 알았으면..

    무도와 동시대를 살 수 있어서 감사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나한테 무도 같은 건 무도밖에 없어.

    유일무이한 내 무도..

  • W 2021.03.25 03:15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무한도전 리유니언을 기다리며 살고 있어. 무도가 너무 그리워. 무도가 너무 보고 싶어서 놀뭐도 챙겨보고 다른 프로에 정붙여보려고 노력도 했는데 무도같은 건 무도밖에 없다는 사실만 깨닫게 되더라. 슬프네.
  • tory_4 2021.03.26 01:02

    다들 같은 마음이였네.... 글 읽는데 또 맘이 밍숭맹숭해진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베스트셀러 📖 [엘비스와 나] 원작 🎬 <프리실라> 시사회 12 2024.06.10 1484
전체 【영화이벤트】 제76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 <퍼펙트 데이즈> 시사회 12 2024.06.10 1162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85323
공지 출연진에 대한 정도를 넘은 궁예, 선 넘은 비판, 비판을 가장한 비난 등을 삼가주세요. 2018.06.21 72209
공지 쇼프로 규칙 67 2017.12.17 132430
모든 공지 확인하기()
534 자료 무한도전) 애를 낳아야지 뻐드렁니를 나면 어떡해 5 2023.09.07 503
533 자료 무한도전) [#무한도전] 어라라.. 다 합치니까 ✨1억뷰✨ 여러분이 사랑했던 무도 레전드 ★조회수 top 12★ 한 번에 모아보기 | 무한도전⏱오분순삭 MBC160402방송 2023.03.05 422
532 자료 무한도전) 내가 젤 좋아하는 특집 (내 글에 똥 묻었나?. 💩💩💩💩) 9 2021.08.20 564
531 자료 무한도전) 무도가요제 하우두'유둘' 첫 미팅 10 2021.06.16 715
530 자료 무한도전) YOLO특집 룰을 이해한 박명수 2 2021.05.21 684
529 자료 무한도전) 험난한 직장에서 박명수로 살아남기 📣나는 제2의 국장이다하앙ㅠㅠ(쩌렁쩌렁)  4 2021.04.16 405
» 자료 무한도전) '박수칠 때 떠나는' 무한도전에 보내는 애청자들의 편지 5 2021.03.24 732
527 자료 무한도전) 박명수 vs 김태호의 끝나지 않는 신경전ಠ_ಠ 6 2021.03.17 720
526 자료 무한도전) 마흔 살에 대들다가 욕먹은 쩌리짱 진심으로 호소하는 말 7 2020.11.11 1235
525 자료 무한도전) 단체사진 26 2020.10.28 1017
524 자료 무한도전) 나훈아씨를 왜 검색합니까?! 8 2020.10.01 1884
523 자료 무한도전) 죄송합니다. 삽시간에 눈물의 기자회견된 존 박의 깜짝 카메라 20130803 1 2020.08.22 353
522 자료 무한도전) 아... 아버지가 썼어? 스마트폰 무식자들의 멤버십 사용기! 1 2020.08.20 1068
521 자료 무한도전) 우리 내일 동묘 가기로 했어요~ 쓰읍-..난 좀 반댄데? (GD주의) 5 2020.08.19 1953
520 자료 무한도전)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3 2020.08.10 495
519 자료 무한도전) 저 정도 금액도 뉴스에 나와요? 14 2020.08.05 1985
518 자료 무한도전) 두 번씩이나 이 거지같은 섬에 버려지다니.youtube 12 2020.07.27 1128
517 자료 무한도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설의 여름송 10 2020.06.14 1284
516 자료 무한도전) 주나형이 설명하는 육빡빡이 6 2020.06.10 586
515 자료 무한도전) 운전 가르치는 유느 5 2020.06.06 840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