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최근에 '보면 뭐하니'라는 팟캐스트에 출연했는데 거기서 풀어준 드라마 준비 과정이나, 작업 하면서 고려 했던 부분들이랑 촬영장 이야기들 해주는 게 너무 재밌어서 ㅋㅋㅋ (진행자가 두 분인데, 한 분은 똑같이 엠비씨 피디 / 한분은 엠비씨에 있다 퇴사 하신 분이라 친분이 있어서 그런지 방송 호흡이 좋더라ㅋㅋㅋ) 들으면서 드라마 관련 썰 풀어주신 것 중 흥미로웠던 몇가지 정리해 봤어
1) 산이 프로포즈라고 하는 대사 "후궁이 되어달라"
기존 사극이었다면 사랑의 표현으로 후궁이 되어달라는 대사가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궁녀의 마음/ 덕임의 욕망 등을 계속해서 조망했던 옷소매에서 그런 대사가 나오니 핀트가 안맞는게 느껴져서 너무 웃겼다는 진행자분 ㅋㅋㅋ (진행자 왈 - "정조 딴에는 최고의 베네핏을 주는게 후궁이 되어달라는거야" ㅋㅋㅋㅋ 웃픔 ㅠㅠ ㅋㅋ)
그래서 옷소매에선 그 대사를 "내 것이 되어라" "가족이 되어달라" 라고 함께 표현했는데 감독님 생각엔 가족이 되어달라는 대사도 꽤 파격이라고 생각한다고... 그 시대 사람들이 과연 후궁을 가족이라고 생각했을까 고민했지만 원작과 달리 '가족이 되어달라'고 한 것 자체가 이산에게 줄 수 있는 모던한 대사였던 것 같다고 함.
2) 여러 번 이야기 나왔던 '효의왕후' 존재 여부는 작가님과의 협의 끝에 과감히 배제하는 걸 선택
옷소매 제작 준비하며 드라마 '이산'도 레퍼런스 삼아 다시 복습하셨는데, 이제와 보니 효의왕후가 당시 덕임 역인 '송연'에게 "전하를 같이 잘 모시자, 전하를 받아들여라" 하는 부분들이 현대를 사는 여성인 감독님이 보기엔 너무 와닿지 않았다고 ㅋㅋㅋㅋㅋ
또 소설은 역사적 배경이나 유교 사상의 한계에 대한 상세 설명이 없이도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드라마로 화면을 구현할 때, 본인이 그 부분이 너무 마음에 걸렸대 (감독님 왈- "저는 사극에 적합한 사람이 아닌가봐요"ㅋㅋ)
3) 편성 및 제작 위기
엠비씨 드라마국 입장에서는 이미 정조를 다룬 '이산' 이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어서 그 소재를 다시 한번 드라마로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이 상당했고, 편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함 ㅠㅠ 20부작도 요즘 시청자들은 긴 호흡 드라마 안본다고 줄이라 했다던데 엠비씨 지금은 땅을 칠듯 ㅋㅋㅋ
또 편성이 확정되고 나서도 제작비 확보가 너무 어려워서 작가님이랑 감독님이 속앓이 하시면서 대본이 모두에게 좋게 기억이 될 때, 그냥 안녕하고 마무리 하자하는 상황까지 갔는데 ㅠㅠ 극적으로 어찌어찌 다시 맡게 되었다고... (심지어 작가님은 이 작품 하려고 준비하느라, 편성 확정 난 후에 대본 작업할 시간 계산해서 남편분이 다니던 회사에 육아 휴직까지 신청했는데, 그 스케쥴 다 망가졌다고 ㅠㅠㅋㅋ)
4) 캐스팅 비화
덕임 역의 이세영 배우가 가장 먼저 캐스팅 되었는데, 감독님이 보기에 전작 왕이 된 남자를 보면서 참 서구적으로 생겼는데 한복이 참 예쁘다 (어울린다) 라고 생각했었고, 덕임 본체 전작인 카이로스를 보며 체구가 작은데도 큰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함. 그리고 옷소매 캐스팅 시작 시 세영 배우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이세영 배우가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 있을 때쯤, 이산을 누가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준호 배우가 제대를 곧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감독님 전작 중 '자체발광 오피스'라는 작품을 할 때, 경쟁작이 '김과장'이었대 ㅋㅋㅋㅋㅋ 그래서 김과장은 잘 안보셨다고 ㅋㅋㅋ) 준호 배우 전작인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너무 인상깊게 봐서, 꼭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고 함.
5) 덕임의 마지막 대사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후궁의 삶에 대한 전개
덕임의 죽기 전 대사는 감독님이 원작에서 너무나 좋아하는 대사였고, 초기 작업 시 작가님께 원작에서 꼭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을 정리해서 드릴 때도 덕임의 마지막 대사는 포함되어 있었다고 함.
그런데 이미 원작 덕임과 드라마 덕임이 이미 다른 결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옷깃만 스치고 가달라는 대사 이면의 덕임의 사랑에 대한 절실함이 잘 담겨있도록 의도했다고...
보통은 로맨스에 대한 판타지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과감히 원작의 새드 파트를 그대로 살려 내보내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애초에 원작의 판권 구입시부터 드라마화를 한다면 엔딩은 무조건 살려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전개에 대해서는 완고했대.
후궁이 되고 난 이후 덕임의 마음에 대해서는 이세영 배우랑도 계속해서 얘기를 나누면서 작업을 했다고 함. 실제 그 전개에 대해서 덕임 본체도, 산 본체도 연기하며 마음이 너무 쓸쓸해졌다고 힘들어했는데 감독님이, 그럼에도 16회는 산과 덕임의 찰나의 사랑했던 순간들을 보여주는 회차이기 때문에, 두 배우에게 최대한 행복하게 열심히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자고했고, 그게 연기로도 잘 표현된 것 같다고 하심 ㅠㅠ
6) 산이라는 인물과 덕임의 의미
감독님이 평가하기로 산은 왕으로서의 자아와 개인으로서의 자아가 전혀 분리되지 않은, 워라밸이라곤 1도 없는 인간 ㅠㅠ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오직 덕임의 앞에서만 그 외피가 벗겨지는 걸 의도했고, 별당에서 덕임이와 있을 때는 그런 부분이 잘 표현되었으면 했는데, 산 본체가 너무 잘 연기를 해주었다고 함.
이 밖에도 흥미로운 얘기들이 너무 많은데... 쓰다보니 스압이 되어서 이만 줄인다 ㅋㅋㅋ ㅠㅠ
감독님 썰푸는 거 들으니, 코멘터리가 더 기대되는 ㅠㅠ (블루레이 꼭 주연배우 + 감독님 코멘 확정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