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김은희 작가 "좀비 보고 슬픔을 느꼈죠"
10. 좀비물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은희 :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가 좀비물을 너무 좋아해서 자꾸 보다 보니까, 좀비가 배고픔이 가득한 생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좀비는 긴장과 공포의 존재지 않나. 떼로 몰려오는 좀비를 보니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실록이나 다른 역사서를 보면서 가장 배고프고 처참했던 시대로 좀비를 데리고 온다면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했다. 배고픔에 대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말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이창(주지훈 분)과 서비(배두나 분), 좀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부산 동래다. 지방인 동래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김은희 : 어쨌든 ‘킹덤’은 집을 나온 세자 이창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야기이고, 그 과정에 힘든 역경이 있는 이야기다. 거리상으로 가장 먼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서울 토박인데 먼 도시를 생각하니 동래가 떠올랐다. 동래로 정해놓고 구체화하다 보니 경상도가 백두대간 중간을 가로지르면서 경계가 되더라. ‘아, 이거 잘 써먹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곳을 배경으로 삼았다.
10. 시대 배경이 조선인데 캐릭터들은 실존인물은 아니다. 허구로 만든 캐릭터지만 세도정치나 국정농단 등 곳곳에 드러나는 배경들은 실제 역사와 닮았는데.
김은희 : 내가 조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조선시대는 문헌이 많이 남아 흥미로운 포인트를 발견하기 쉬웠다. 하나의 시대로 특정한다면 불편하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기득권이나 세력 다툼, 국정농단 같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생각한다. 선조가 될 수도 있고 이승만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몇 십 년, 몇 백 년을 건너뛰고 꼭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낙인처럼 되풀이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무능력하고 책임감 없는 지배계층이 있다면 다른 곳에서는 자기 자리를 지키며 책임감 있게 백성을 위하는 인물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안현 대감(허준호 분)이나 다른 캐릭터처럼 여러 인물을 설정했다.
10. 대본을 쓰면서 시각적으로 부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김은희 : 왕이 있고 양반, 문관, 무관, 중인, 평민, 백정 등등 여러 계층이 있지만 좀비가 되면 다 똑같아지지 않나. 식욕만 남고 계층이 사라진, 말도 안 되지만 어떻게 보면 평화롭다고도 볼 수 있는 그 장면을 기획 때부터 보고 싶긴 했다. 시즌1은 아니더라고 시즌2에는 비슷한 연출이 있을 것 같긴 하다.
10.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유교사상이 결국 좀비 확산의 시발점이 됐다. 화장을 금지한 탓에 좀비가 늘어난다. 우리에겐 익숙한 유교지만 외국 시청자들이 이 정서를 잘 이해할지 걱정되진 않았나?
김은희 : 남아선호 사상이라든가 신체 훼손이 금지된 조선시대, 그런 유교사상과 좀비가 만난 조선시대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재밌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외국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진 미지수였다. 그래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화장을 막고 아들만 위하는 유교적 가치관이 이해가 가는지 물었는데, 전혀 모르겠고 그냥 재밌다고 하더라. 근데 그 부분이 방해되지는 않은 것 같다. 가치관을 몰라도 이해는 하나보다 싶었다.
10. 마지막 회차에 ‘햇빛이 아니라 온도였어’는 대사가 반전이다. 좀비들이 밤에만 활동한 이유가 햇빛이 아니라 낮은 기온 때문이라는 것은 ‘배고픔으로 시작된 좀비’라는 서사와 더불어 ‘킹덤’의 포인트다.
김은희 : ‘배고픔’에 집중했기 때문에 좀비의 시초가 생사초라는 풀이고, 또 인육을 먹는 좀비라는 설정을 뒀다. 사실 내가 질병에 대한 책이나 역학을 조사하는 책을 좋아한다. 역병 자체에 특성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역병에 대한 연구를 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성이 온도, 연구자가 서비다. 생태학적 변이로 접근해보고 싶었다.
10. ‘킹덤’ 속 좀비만의 특성이 있을까?
김은희 : 특성이라기 보다는 ‘킹덤’의 좀비들은 찬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설정이다. 기온이 낮으면 움직이고 찬 곳을 좋아한다. 생사초라는 풀도 찬 성질이고 툇마루에 숨어있는 것도 본능 때문이었다.
10. 넷플릭스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관객수나 시청률 등의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 통계를 알 수 없어 그 부분은 답답할 것 같다.
김은희 : 넷플릭스는 수치 대신 시즌2의 여부로 성공을 판단한다고 하더라. ‘킹덤’ 공개 전 시즌2가 확정됐는데, 주변에서 왜 반응을 걱정하느냐고 했다. 드라마를 할 때는 시청률로 인한 긴장감 때문에 잠을 못 자기도 했다. 드라마와 같은 부담감은 없는데 무슨 척도로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다. (웃음)
10. 지난 25일 전 세계 150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수많은 반응들이 쏟아지는데 확인은 하지 않았나?
김은희 : 내가 겁이 많아서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일주일이 필요하다. 욕을 먹어도 괜찮다는 자신이 있을 때 반응을 볼 예정이다. 이제부터 댓글을 조금씩 봐야 할 것 같다.
10. 시즌2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위해 조금의 귀띔을 해준다면?
김은희 : 감정적인 사건들을 겪게 된다는 것까지 말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