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진영 기자] "멜로를 할 수 있구나 용기를 준 작품"
배우 류덕환은 전역 후 첫 드라마였던 JTBC '미스 함무라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류덕환에게 이엘리야와의 연기 호흡이 좋은 기억과 경험으로 남았다는 의미다.
류덕환은 지난 16일 종영된 '미스 함무라비'에서 '판사계의 안테나' 정보왕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부터 이도연(이엘리야 분)를 향한 간질간질한 짝사랑 연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잘못된 관습일지라도 조직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던 정보왕이 천천히 변화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 역시 깊고 뭉클한 울림을 안겼다.
방송은 16일 마무리가 됐지만, 드라마 촬영은 지난 5월 30일 종료됐다. 반 사전제작이었기 때문. 이에 류덕환은 드라마 방영 중간 2018 피파 월드컵 관람을 위해 러시아로 여행을 떠나는 등 알찬 시간을 보냈다.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만난 류덕환은 "종방연 자리 때문에 1달 반 만에 다른 배우들을 만났다. 어색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반가웠다. 드라마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좋았던 기운이 있었다. 스태프들 하나 하나 반갑고 즐겁고 좋은 얘기만 하는 절 보니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촬영을 했구나, 군대로 인핸 공백기로 인한 연기 배고픔 때문에 즐거운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우연찮게 군대에서 문유석 작가의 자서전을 봤다는 류덕환은 "처음엔 그 작가님인 줄 몰랐다. 글이 정말 재미있었고 작가님을 만나고 싶었다. 정말 팬이 됐다"고 '미스 함무라비'를 선택하게 된 첫 번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군대에서는 인간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착하고 예쁜 친구들인데 조직 사회가 계급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눈치를 많이 봐야 하고 인간 류덕환이 아니라 계급으로서의 나를 판단한다. 다들 빨리 나가는 것과 하루라도 휴가를 받고 싶어하는데, 이런 목적이 생기면서 인간애가 없어진 것 같았다"라며 "그러던 중에 이 역할 제안을 받았다. 보왕이는 인간을 좋아하는 친구, 사람에 대한 관심이 높고 사회적인 친구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만 해야 할 말을 겁내하던 친구가 좋은 사람을 만나 성장을 하는 부분들을 제가 하게 된다면, 그간 하고 싶었고 2년 동안 채우지 못했던 것을 역할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두 번째 이유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말이 많은 캐릭터였기는 하지만, 여타의 법정 드라마보다는 법률 용어가 많지 않을 뿐더러 이미 '신의 퀴즈'와 '웃음의 대학'을 통해 대사 많은 연기를 해본 경험이 있는 류덕환에게 이번 '미스 함무라비'는 '힘듦'이 없는 작품으로 남았다.
"뭐 하나 걸리는 것이 없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만나기 때문에 싸우지 않더라도 의견 차이가 있을텐데 다 이해를 해줬다. 또 이엘리야와 처음 외형적으로 봤을 때 안 어울릴 것 같은 부분이 있고, 보왕, 도연 캐릭터도 계급적으로 대립이 된다. 이런 다름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들이 만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서 류덕환은 대본 리딩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대본 리딩 때 이엘리야가 확고하고 명확하게 도연이를 가져왔고, 저 또한 해답을 찾았다. 이 친구가 하는 말을 들어주고, 또 받아주고 기다려준 다음 제가 뭔가를 하면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와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엘리야에 맞춰 연기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미스 함무라비'는 너무 예뻤던 작품이다. '나도 멜로를 할 수 있구나', '이렇게 비주얼이 좋은 친구(이엘리야)와도 어울릴 수 있구나' 용기를 준 작품이다. 사회 문제에 대한 큰 이야기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이야기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내가 진짜 살고 있는 모습을 반성하고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