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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전 마지막 작품인 〈우영우〉가 이토록 사랑받을 줄 확신했나요
대본이 빨리 읽히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 〈우영우〉가 그러했죠.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사건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인물들에게서 짜릿함을 느꼈어요. 유인식 감독님의 연출은 물론 작가님과 동료 배우들이 든든했고요. 이들을 믿고 따르면 결과가 어쨌든 제게 좋은 경험치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거든요. 결정에 고민은 없었어요.
‘국민 섭섭남’ ‘유죄남’ 등 애정 기반의 수식어도 얻었죠. 로펌 송무팀 직원 이준호는 보통의 한국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의 매력적인 특성을 모두 지녔지만 절제력이 돋보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고민이 많았어요. 개성 강한 인물은 아니거든요. 작품마다 꼭 한 명씩 등장하는, 조직에서 인기가 많고 친절하고 잘생기고 ‘나이스’한 남자(웃음). 개성을 살릴 방법을 고심하다 끝에 내린 결론은 돋보이는 게 독이 되는 친구라는 거였어요. ‘준호 여기 있어요’라고 주장하는 대신 어디서든 영우 뒤편에 시나브로 스며 있길 바랐거든요. 그럼으로써 되레 존재가 빛나는 친구죠.
그래서인지 눈썹이나 입꼬리, 저작근 등 얼굴 근육을 꽤 섬세하고 다채롭게 쓰더군요. 평소 습관인지 혹은 연기를 위해 최대치로 활용하는 부분일지
작품 캐릭터마다 한 가지 습관 같은 걸 만들어요. 예를 들면 〈조선로코 - 녹두전〉 율무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할 때마다 갓끈을 만지는 것처럼요. 준호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많은 인물인 만큼 감정 변화가 있을 때 얼굴 근육을 조금씩 써보기로 했어요. 미세하게나마 긴장이나 설렘을 티 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저작근이 발달한 편이긴 하지만, 그렇게 뭐만 하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을 줄은(웃음)….
유행어가 돼버린 “섭섭한데요”라는 대사도 여러 버전으로 등장하고, 입맞춤이 처음인 영우가 이를 부딪히지 않을 방법을 묻자 “입을 조금 더 벌려주시면…”이라고 답하죠. 일상적인 대사를 새롭고 낯선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정말 고민이 깊었던 신이었어요. 부담스러웠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뱉어야 할 대사였거든요. 끝까지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최대한 상황적 개연성에 따라 흘러가보자는 마음으로 촬영장에 갔는데, (박)은빈 누나와 그 상황에 진짜인 것처럼 푹 빠져 자연스럽게 신이 완성됐어요. 그렇게 묻는 영우가 정말 사랑스러워 보였고, 눈앞에 있는 상대의 모습이 정말 귀여워서 가능한 연기였어요.
“준호의 무의식 속 이상형은 존경할 수 있는 여자이기에 우영우를 존경하고 경외하게 된다”고 밝힌 방영 전 인터뷰를 봤어요. 두 사람의 관계를 여느 로맨스와 달리 존경과 경외의 키워드로 접근한 점이 흥미롭더군요
영우를 처음 봤을 때 왠지 내가 살펴야 할 것 같고, 눈길이 많이 간다고 여겼겠지만 영우가 법정에 섰을 때 남과는 다른 해석으로 분위기의 주도권을 잡고, 판도를 확 뒤집는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겠죠.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고 느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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