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에 폭주한 ‘환혼’이 시즌2를 위해 깨버린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열혈 시청자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엔딩이 아니었을까 싶다. tvN 토일드라마 <환혼>의 시즌1 마지막은 폭주한 무덕이(정소민)가 대호국을 피바람으로 몰아넣고 심지어 장욱(이재욱)마저 칼로 찔러 죽이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채워졌다. 물론 얼음돌의 힘을 가진 장욱은 화장되는 불 속에서 부활해 걸어 나왔지만, 이 모든 파국을 만들어버린 무덕이는 경천대호에 몸을 던졌다.
이 모든 파국을 만든 건 진무(조재윤)가 당골네로부터 가져온 방울이었다. 무덕이가 바로 낙수(고윤정)가 환혼한 인물이라는 걸 알아챈 진무는 환혼인을 폭주하게 만드는 그 방울소리로 살수인 낙수를 깨웠고 그를 폭주하게 만들었다. 이건 애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예정된 스토리의 흐름이었을까 아니면 시즌2를 위한 작가의 자의적인 충격요법이었을까.
마지막 회 3분의 2 가량의 흐름이 박당구(유인수)와 진초연(아린)의 혼례식 준비와 장욱과 무덕이 역시 혼례를 준비하는 핑크빛으로 물들었던 걸 떠올려 보면, 나머지 3분의 1로 핏빛으로 변한 엔딩은 의도된 충격요법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건 사랑 앞에 모든 걸 내려놨다고 해도 결국 환혼인일 수밖에 없는 무덕이에게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비극이긴 했다. 하지만 워낙 충격적인 돌변이라, 기분 좋게 시즌1 마무리를 지켜보려던 시청자들로서는 날벼락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무덕이의 폭주로 인해 잔잔하게 마무리 될 것 같았던 <환혼>은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폭주 후 첫 번째로 진무의 사주를 받아 죽인 이가 진우탁(주석태)이라는 점이 먼저 그렇다. 진초연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무덕이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어머니인 진호경(박은혜)은 그 무덕이의 몸이 바로 자신이 평생을 찾아 헤맸던 딸 진부연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수에 불타는 딸과 자신의 딸의 육신을 구해내려는 어머니라는 복잡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
무덕이에 의해 죽었다 얼음돌의 힘으로 부활한 장욱은 바로 그 사실 때문에 고원(신승호)과의 갈등이 예고된다. 즉 얼음돌이 만든 환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력을 다 쓰고 아무런 힘이 없는 상태가 된 줄 알았던 장욱이 실상은 그 얼음돌의 힘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세자인 고원은 제왕성의 기운을 가진 장욱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즉 무덕이의 폭주가 만든 이런 혼돈 상황은 시즌2의 서사를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애써 장욱과 무덕이가 그 많은 난관들을 넘어 이제 막 해피엔딩을 맞을 지점에 이를 모두 파국으로 되돌리는 상황을 보여준 마지막은 시청자들에게는 충격과 허탈감을 동시에 안길 수밖에 없게 됐다. 그 많은 노력들이 방울소리 하나로 뒤바뀌는 상황이 그렇다. 물론 시즌2 이야기를 위해 필요한 전개였다고 해도 그것을 굳이 20회 마지막에 꼭 보여줬어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시즌1을 이대로 마무리하고 시즌2 첫 회에 그 반전을 시작해도 되지 않았을까.
가장 안타까운 건 무덕이라는 좋은 캐릭터를 통해 사부로서, 연인으로서, 또 친구로서 다양한 매력들을 보여줬던 정소민이, 이 충격 엔딩을 통해 ‘민폐 캐릭터’로 남은 상황에서 이대로 하차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여주 교체 논란’이 나왔을 때도 제기된 문제지만 굳이 정소민이 아닌 고윤정을 시즌2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것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감은 적지 않다. 게다가 이렇게 모두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민폐 역할까지 하고 하차하게 됐으니 시청자들이 시즌2 주인공으로 등장할 고윤정을 곱게 바라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환혼>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마치 극중 무덕이가 진무가 흔드는 방울소리에 폭주한 것처럼, 작가가 흔든 방울소리에 폭주한 듯한 뒷맛을 남긴 게 분명하다. 그래서 시즌1의 이러한 파국 엔딩은 일종의 도박 같은 느낌을 준다. 20회까지 잘 흘러왔던 좋은 작품에 재를 뿌린 것인지 아니면 향후를 위한 더 놀라운 반전 스토리의 밑그림을 그린 것인지는 이제 12월에 돌아올 시즌2에서 결판이 날 것이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http://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919
닥터후 주인공 바뀌는 그런 마무리를 원했는데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