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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2일 종영한 MBC 드라마 ‘카이로스’를 통해 냉철한 대기업 최연소 이사 김서진 역을 연기한 신성록은, ‘2020 MBC 연기대상’에서 그는 최우수 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많은 것을 성취한 작품이라 ‘카이로스’를 떠나보내기에 조금은 슬픈 마음도 든다”면서 보여준 작품에 대한 애정 덕분이었다.
“6개월여 동안 촬영을 했는데 스태프분들 그리고 출연 배우분들과 너무 친해지고 정이 많이 들어서 헤어지기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 작품을 선택하기 전에 대본을 보는 순간 ‘이 작품 진짜 꼭 해야겠다.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배우 생활하면서 이런 캐릭터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장르물을 한 번 경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만난 작품이라 더더욱 저한테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김서진이라는 캐릭터는 단편적인 한 인물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넘어 극 안에서의 여러 상황, 과거와 미래 등 다양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흔히 ‘입체적 캐릭터’라고 말하는데, ‘카이로스’의 김서진이라는 인물이 딱 그렇다. 이런 캐릭터를 만나는 것 자체가 배우에겐 매우 귀중한 경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성록도 ‘카이로스’를 “내 인생작” “지금까지 내 마음에 가장 와 닿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김서진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평상시의 모습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렸을 때 붕괴 된 건물에서 오랫동안 갇혔다가 구조 되고 그 일로 아버지도 잃었기 때문에 그런 트라우마가 강력하게 있지만 사회에서 성공하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굉장히 내적으로 단단하고 냉철하게 살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아이와 와이프가 유괴되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굉장히 흔들리고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죠. 이런 부분이 힘든 것 보다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복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엔 단편적인 캐릭터를 연기 했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입체적인 인물, 거의 1인 2역할을 하듯이 두 가지 인물의 상황을 동시에 연기하고 보여 드릴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웠고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고 기억에 남아요.”
현재를 살아가는 서진(신성록 분)과 한 달 전의 과거에서 살아가는 한애리(이세영 분)가 매일 오후 10시 33분, 단 1분간의 통화로 자신들을 둘러싼 운명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 ‘카이로스’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시청률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타임크로싱’이라는 장르물의 특성상 이해가 쉽지 않아 시청자들의 중간 유입이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은 여느 히트작 못지않은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다.
“솔직히 좀 어렵긴 했죠. 어느 순간 놓치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저희도 연기를 하는 중에도 서로 자문을 구하고, ‘이게 맞는 거야? 저게 맞는 거야?’ 토론을 하면서 찍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타임 크로싱이라는 장르 자체가 꼬아 놓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재미가 큰 작품 구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점은 이해해주시길 바라요. (시청률보다는)조금 더 큰 반전, 조금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 그리고 예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정상의 궤도에 오른 신성록의 경험치가 이 작품을 통해 온전히 발현됐다. 그리고 이번 ‘카이로스’ 출연은 그의 삶의 두께에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일’이 힘들고,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신성록은 자신의 일을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
“경험치가 쌓이면서 ‘1등이 아니면 어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자신을 압박하지 않고 행복하고,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특별한 목표는 없어요. 막연하지만 가족들이 행복하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곧 저의 행복이기도 하니까요. 잘 늙어가고, 제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면서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