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ports.hankooki.com/lpage/entv/202011/sp20201126070008136670.htm?s_ref=nv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스타트업'의 시작은 화려했다. 배우 배수지, 남주혁 등 대중의 호감도가 높은 청춘스타 둘을 전면에 내세워 이목을 끌었고 김선호, 강한나와 같은 신선한 얼굴들을 더해 라인업만으로 기대감을 안안겼다. 이제 종영까지 단 4부작을 남겨놓고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초반에 비해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하다. 금방 올라갈 것 같던 시청률도 제자리걸음이다. 이유가 뭘까.
tvN '스타트업'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 샌드박스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린 드라마다. '별에서 온 그대', '호텔 델루나'의 오충환 감독과 '드림하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가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 이어 3년 만에 의기투합해, 올 하반기 tvN의 야심작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10월 17일 첫방송 시청률 4.5%(닐슨코리아 기준)를 시작으로, 줄곧 4~5%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략)
소재는 신선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적 없는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미숙하지만 열정적인 청춘들이 자신들의 회사를 만들고 키워가는 이야기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소개 문구처럼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설정된 샌드박스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이야말로 시청자들이 기대한 전개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스타트업'은 창업, 코딩 등의 소재는 겉핥기로 다룰뿐 그저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연애하고 사랑하는 평범한 로맨스물에서 멈춰버렸다.
메인 캐릭터간 서사 불균형 문제도 크다. 극 초반부터 고아였던 어린시절을 지나 투자 전문가로 성공하기까지 고유의 스토리라인을 촘촘하게 쌓아온 한지평과 달리, 남자 주인공인 남도산의 서사는 빈약하기만 하다.
단순히 서사구조나 분량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남도산 캐릭터 자체도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아무리 '코딩'밖에 모르는 순수한 '너드'(nerd)에, 가진 건 열정뿐인 청춘이라지만 화만 나면 언성을 높이고 주먹부터 날리는 등 과하게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현실적인 조언으로 도움을 주는 한지평의 어른스러운 매력만 더 부각시켜준 셈이 됐다. 여기에 뜬금없이 등장한 김용산 형과 한지평에 대한 복수 스토리 역시 겉돌고 있다.
이처럼 남도산과 삼산텍 멤버들이 이렇다할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은 '서브 남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시작했고 한지평은 '스타트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자리잡았다. 이는 한지평을 연기한 배우 김선호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덕이기도 하다. 약 10년간 연극 무대에서 쌓아온 탄탄한 발성과 내공이 빛을 발했다는 평이다. 이에 '스타트업'의 최대 수혜자는 김선호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서달미의 주체성, 독립성이 더 강조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지점이다. 서달미는 로맨스물 속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여성 캐릭터로서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가 고졸 출신의 젊은 여성 CEO로서 직업적인 전문성을 키워가는 과정이 더 집중적으로 다뤄졌다면 훨씬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심지어 명품백을 수차례 바꿔 들고 나오는 등 가난한 설정과 괴리가 있는 서달미 캐릭터의 부실한 디테일들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달미, 남도산, 한지평의 삼각관계부터 서달미와 원인재의 복잡한 감정선, 삼산텍의 미래까지 '스타트업'이 풀어야할 이야기가 여전히 많다. 종영까지 단 4회를 남겨둔 '스타트업'이 과연 용두사미가 아닌 결말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