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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지만 괜찮아>가 '봄날의 개'라는 부제를 달고 말하려는 건 지워지지 않아 심지어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상처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괜찮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강은자(배혜선)는 딸이 명품 옷을 사다주자 분수에 맞지 않다며 "너 같이 철없는 자식은 필요 없어"라고까지 했던 말이 비수가 되어 자신의 가슴에 꽂혀버렸다. 마침 차에 치어 죽은 딸에게 그 말이 자신이 던진 마지막 말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은자는 고문영을 딸로 착각하고 따라다니지만 고문영은 그런 강은자에게 "딸은 죽었다"며 선을 그어버린다. 그 순간 충격으로 쓰러져버린 강은자는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마침 병원을 찾은 고문영은 자신에게 사과하는 강은자에게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그 명품 옷을 사례로 달라고 요구한다. 의외로 그 옷을 선선히 건네준 강은자는 그제야 어깨가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그 아픈 상처와 기억들이 담겨있는 옷을 고문영이 가져감으로서 그를 옭아매던 목줄이 잘려진 것.



알고 보면 상태가 강태에게 '개소리' 이야기를 했던 건 고문영이 쓴 동화 '봄날의 개'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었다. '옛날 옛날에 자기마음을 꽁꽁 잘 숨기는 어린 개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정자나무 밑에 묶여살던 개는 꼬리도 잘 흔들고 재롱도 잘 부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봄날의 개라고 불렸지요. 그런데 낮에는 아이들과 한참 잘 놀던 개가 밤만 되면 끼이잉- 끼이잉- 하고 우는 게 아니겠어요? 사실 봄날의 개는 묶인 목줄을 끊고 봄의 들판을 마음껏 뛰어 놀고 싶었답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밤마다 슬프게 울어댔지요. 끼이잉- 끼이잉- 어느 날 봄날의 개에게 마음이 속삭이듯 물었어요. 얘 너는 왜 목줄을 끊고 도망가지 않니? 그러자 봄날의 개가 말했습니다. 나는 너무 오래 묶여 있어서 목줄 끊는 법을 잃어 버렸어.'

강태는 상태가 불쑥 얘기해준 짬뽕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꽁꽁 묶여있던 상처를 준 엄마의 말이 만들어낸 목줄로부터 풀려난다. 상태를 지키게 하려고 널 낳았다는 그 말이 준 커다란 상처 때문에 그는 기억의 왜곡을 갖고 있었다. 엄마가 형만 챙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가 짬뽕을 좋아해 자주 그걸 먹으러 갔었다"는 상태의 말은 강태가 왜곡시켰던 기억을 되돌려 놓는다. 자신은 배부르다며 강태 앞에 짬뽕을 밀어주고 맛있게 먹으라고 했던 엄마의 기억이다.


비 오는 날 상태만 엄마가 우산을 씌워줬다 생각했던 기억도 사실은 달랐다. 홀로 비를 맞고 있는 강태를 불러 우산을 받쳐줬고, 상태 쪽으로만 누워 자던 엄마를 뒤에서 애써 부둥켜 않았던 강태를 엄마는 돌아누워 끌어 안아주며 "예쁜 내 새끼. 엄마가 많이 미안해"라고 말했다. 물론 그건 진짜일 수도 있고 어쩌면 강태 스스로 아픈 기억과 화해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 상태의 등을 꼭 껴안고 울며 "엄마 보고 싶다"고 말하는 강태는 목줄 하나가 풀려나가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고문영은 그 대저택에 갇힌 '라푼젤'을 연상시켰다. 탑에 갇혀 지내며 긴 머리카락을 사다리 삼아 탑을 드나들었던 라푼젤. 고문영에게 긴 머리카락은 엄마가 채워놓은 목줄이었다. 엄마가 준 아픈 상처로부터 벗어나려 그는 머리카락을 잘라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괜찮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빠는 고문영에게 너 역시 엄마처럼 될 거라는 저주의 말을 던진다. 하지만 고문영은 스스로 그 목줄을 끊겠다 마음먹고 머리를 자른다.


그건 어쩌면 든든히 그의 옆에 서서 그를 지켜주겠다던 강태가 있어서 가능해진 일이었을 게다. 머리를 자른 고문영은 강태에게 "목줄 잘랐어"라고 말했고, 강태는 그런 고문영을 칭찬하며 자신의 손으로 곱게 머리를 정돈해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봄날의 개'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트라우마가 때론 마음이 거짓말쟁이라 거짓으로 던져지는 말과 그 상처가 너무 깊어 왜곡되는 기억으로 인해 생겨난다는 걸 보여준다. 강은자가 "너 같은 자식은 필요 없어"라고 한 말은 거짓말이지만 비수처럼 되돌아와 그의 트라우마가 되었고, 상태만을 챙겼다 생각하게 만든 엄마의 말 몇 마디는 강태에게도 기억까지 왜곡시키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진심도 아닌 말들에 상처받고 그 상처는 왜곡된 기억 속에 더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강태와 고문영이 서로를 지켜주고 사랑하는 이야기는 마치 각자가 가진 상처의 목줄을 잘라주는 과정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건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간이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줌으로써 때론 아픈 상처도 치유해주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괜찮다 살아가지만 밤마다 끼이잉 대며 울어대는 어떤 존재를 알아봐주고 옆에서 꼭 껴안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얼마나 큰 힘을 얻곤 하는가.


https://entertain.v.daum.net/v/20200712170128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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