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과 작가님이 염두에 두신 것 같았고, 리딩을 해보자고 해서 갔는데 이미 그 역할을 하라고 생각을 하신 거 같았다. 저에게 '이 역할 보고 고민을 해보고, 얘기를 해달라'고 하셔서 하게 됐다.
제가 드라마에서 악역도 많이 했는데, 신원호 감독님은 제가 다른 면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 안치홍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묵묵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심이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되게 처지거나 어두운 기운의 사람은 아니라고 봤다. 묵묵히 자기 위치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으로서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
가장 안치홍다웠던 러브라인 장면을 뽑아달란 질문에도 주저없이 ‘직진 고백’ 장면을 꼽았다. 김준한은 “5부에서 송화가 대뜸 치홍에게 ‘나 좋아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을 때 ‘네 좋아해요’ 솔직하게 대답한 장면에서 안치홍이 솔직한 사람이라는 면모를 잘 보여줬다”며 “수를 부리지 않는, 묵묵하고 솔직한 행동으로 노력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본인이 원하는 타이밍이 아니었을지라도 거짓말을 하지는 못하는 사람인 것”이라고 말했다.
- '봄밤'에 이어 2연속 싱글파파와 연적이 됐다.
▶그러고보니 공교롭게도 그렇다. 재밌다. 이 작품을 할 때는 치홍 역할에만 빠져있어서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웃음) 사실 이번 작품하면서 상대가 싱글파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익준이라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대했다. 그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저 역시 ‘하극상’이란 반응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그렇게 보실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보다 세련된 방법으로 직진 모습을 보였다면 더 치홍이가 멋있어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연기를 하면서 치홍이가 쫓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익준이라는 경쟁자가 나타난 뒤 위기의식에 사로잡히며 우러나오는 힘을 강하게 느꼈다. 사람이 쫓기는 감정을 느끼면 판단력이 흐려질 떄도 있고 거리 조절을 못할 때도 있지 않나. 치홍이도 평소에 흐트러짐 없는 사람이지만 결국 그 역시 사람이라 그런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걸 보며 느끼시는 시청자들 각각의 감정과 소회들도 맞다고 생각한다. 결국 해석하고 바라보는 건 개인의 자유
- 익준이가 송화와 반말을 하며 편하게 지내는 게 부러워서 반말을 요구한 건 아닌가.
"그것도 이유 중에 크게 해당할 수 있다. 익준이가 반말하며 송화와 친근하게 지낸다는 점, 반말하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송화와 마음을 터놓는다는 점이 부러웠을 것이다. 치홍은 아마 송화가 익준이와 있을 때 온도가 달라진다는 걸 옆에서 느끼며 부러움·도전의식이 생겼을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보여줬던 모습들도 동요를 일으켰다. 내가 갑자기 이방인이 된 거 같은 느낌들이 굉장히 치홍이를 슬프게 만들었겠지"라고 덧붙였다.
- 치홍이 송화의 어떤 면에 반했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나.
▶사실 나는 치홍이나 송화나 나이도 있는 사람들이고 첫눈에 훅 반했다기보다는 이 사람을 존경하는 마음, 인간으로서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해서 점점 마음이 커져갔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현빈씨와 대본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이야기다. 신현빈씨가 '대본을 보면 작가님이 사랑이라는 게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하려고 한 게 아닐까?'라고 하더라. 그 말이 크게 와닿았다. 이유가 있으면 사랑이 아니지 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는 뭐든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않나. 그러다가 역추적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것들은 이유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사랑도 마찬가지고 누구와 친해지는 것들, 억지로 이유를 찾으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좋아한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뭐가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 '슬의' 중 가장 멋있다고 느낀 캐릭터가 있다면.
"난 치홍이니깐 채송화 교수님을 뽑겠다."
- 다른 과로 갈 수 있다면 어느 과를 선택하겠는가.
"내과로 가겠다. 외과는 아닌 것 같다. 외과는 존경스럽지만, 너무 터프한 과인 것 같다."
'응급실'이 삽입곡으로 쓰인 것에 대해 이지 출신인 김준한은 "(그 노래를 듣고) 제가 밴드했다는 것을 아신 분은 제 곡인 줄 아셨을 것 같고, 아예 모르는 분들도 계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대본을 보고 (응급실이 삽입된다는 걸) 알게 됐다. 신원호 감독님에게 '이거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다. 감독님이 웃으시면서 이우정 작가님이 쓴거다라고만 하시더라. 서프라이즈 선물 같다. 저희 작품에 특별 출연한 배우들이 많지 않았냐. 이것도 하나의 특별 출연이 아니었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드럼을 맡은 유연석에게 조언해준 것이 있나
"나한테 와서 너무 어렵다고 하길래 조언 몇 마디 거들긴 했다. 근데 보니깐 조언이 무색할 만큼 너무 잘하더라. 들어보니 연석이가 어렸을 적 사물놀이를 잠깐 했었더라. 리듬감도 가지고 있고 운동신경도 뛰어나서 그런지 폼도 좋더라. TV로 볼 땐 박수치며 즐겁게 봤다."
인터뷰를 통해 전미도는 '익준 스타일이 더 끌린다'고 했던 바. 이에 김준한은 "그날 서운해서 '누나 이거 어떻게 된 거냐. 해명해 보라'고 했었다. '난 그저 재미있는 사람이 더 좋다고 했을 뿐. 치홍 씨 미안'이라더라. 그래서 저도 '나 재미있잖아'라면서 반박했다.
김준한은 이러한 결론에 대해 "연기하는 내내 난 치홍이 편이다보니 마음이 아팠다. 치홍이는 정말 짠했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 같은 남자가 봐도 익준이는 너무 매력있다. 사람도 좋고, 재밌고, 같이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인데 어떤 여자가 안 흔들릴까 싶다"라고 말했다.
- 촬영장에서 친해진 사람이 있나.
"전미도 누나와 붙는 신이 많은 만큼 아주 친해졌다. 사실 전미도 누나뿐만 아니라 촬영장에서 만난 배우들과는 다들 친해졌다. 안타까운 건 정작 극에서 '절친'이지만 익순인 곽선영과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다. 시즌2에서는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준한은 전미도에 대해 “미도 누나와 촬영하는게 너무 좋았다. 사람 자체가 굉장히 배려심 넘치는 좋은 사람”이라며 “너무 착한데 귀엽고 진짜 사랑스럽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사람이 너무 좋다. 그런 좋은 사람과 호흡해서인지 굉장히 편하고 기분도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