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있어서도 배타미는 주도적이다. 스스로 자신의 어장에 들어온 박모건(장기용)을 ‘관리’한다. 그간 멜로드라마의 남녀관계를 떠올려보면 배타미와 박모건의 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어 있다. 박모건이 오히려 사랑에 더 목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래서 비혼주의자인 배타미는 갈등한다.
이러한 걸크러시의 모습은 배타미만이 아니다. 그와 같은 팀에 있는 차현(이다희)은 과거 유도를 했던 인물로 남자들 몇은 쉽게 때려눕힐 수 있는 여성이고, 실제로 폭력 전과까지 있다. 그가 빠져든 남성은 막장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설지환(이재욱). 그런데 여기서도 차현이 설지환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자처한다. 몸을 다쳐 촬영을 잠시 쉬게 되면서 드라마에서 갑자기 설지환이 사망한 걸로 처리되어버리자 차현은 촬영장을 찾아 감독과 담판을 벌여 그를 다시 되살리려 준다.
이 정도면 시청자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열광할만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생각보다 시청률은 답보상태다. 3%대에서 좀체 반등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그것은 이 걸크러시를 내세운 여성들을 위한 멜로드라마의 구도가 낯설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 드라마는 잘 들여다보면 그간 멜로드라마가 보였던 남녀의 모습을 뒤집어놓은 상황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잠자는 남자를 옆에서 내려다보는 여자의 모습이 그렇고, 다친 남자를 대변해주고 보호해주는 여자가 그렇다. 흔히 어장관리도 여기서는 여성이 하고, 일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들은 전부 여성들이 하고 있다. 하다못해 술자리 업소도 남자들이 술을 따라주는 곳이 등장한다.
이것은 그간 멜로드라마가 해왔던 남녀의 성역할 구분을 뒤집어 보여주려는 의도이고 이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남녀의 성만 바뀌었을 뿐, 등장하는 이야기는 일과 사랑을 두고 밀당이 오고가는 그 기성의 틀이라는 게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좀 더 팽팽한 포털업체들 간의 일 이야기에 집중하고 사랑이야기는 좀 더 뒤로 밀어뒀으면 어땠을까 싶다. 성역할 구분을 뒤집어놓는 좋은 시도를 했지만, 그것이 그 성역할 구분을 공고히 해왔던 사랑이야기를 재연해놓은 건 어딘지 아쉽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https://entertain.v.daum.net/v/20190628170748923
1,2화랑 차 부수는 거 빼고는 재미가 그닥;
성역할 구분을 뒤집어놓았는데 정말 딱 거기까지만, 특히 유니콘 대표
배타미 차현 캐릭터 좋아서 더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