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O O N G A N G T A E
M O M E N T S
#보호사
문강태 보호사는 왜 1년마다 메뚜기처럼
이 병원 저 병원 정처없이 옮겨 다닐까?
그거 맞히는 내기
자,1번
한탕 털어먹고
빚쟁이들한테 도망 다니는 거다
2번, 뭔가 큰 사고를 쳤는데
수사망을 피해서 위장 취업 하는 거다
3번, 가는 병원마다
환자, 간호사 안 가리고 꼬셔 대다가
풍기 문란으로 쫓겨나는 거다
넌 뭐에 걸었는데?
음, 저는 3번 여자
자, 정답은?
4번, 남자
#위선자
위선자
뭘 놀라?
살인자라고 한 것도 아닌데
뭐, 다들 그렇잖아
속으론 사람 여럿 죽이면서
안 그런 척 위선 떨며 사는 거지
연기 잘하더라?
배우를 하지, 왜 보호사를 해?
형은, 우리 형은
내 얼굴을 항상 보고 있어
내 눈빛, 눈썹 모양,
입꼬리, 주름 하나하나
표정을 관찰해서 내 기분을 파악해
온몸이 찢어질 만큼 아프고 마음이 죽도록 괴로워도
내가 억지로 웃어만 주면 형은 그걸 보고 내가 행복하다고 믿어
형이 그렇게 생각하면 그만이야
가짜여도 상관없어 웃어 주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언제부터야?
언제 알았어, 내가 누군지?
어쩌면, 그날
네 눈을 처음 봤을 때부터
와, 연기 진짜 소름이다
오스카는 껌이겠는데?
재밌었니? 알면서 모르는 척 가증스럽게
감히 날 갖고 놀아?
너도 마찬가지였지
나는, 나는 모른 척한 게 아니야
알아, 알아봐 주길 원한 거
피하고 싶었어,
계속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었어
왜?
그날 밤 말했잖아
가증 떨면서 연기하는 게 지쳤니?
왜 이제 와서 아는 척이야
제대로 끝내고 싶어서
고마웠어,
그날 얼음 강에서 나 구해 준 거
미안했어
먼저 좋아해 놓고 도망쳐 버린 거
돌아선 순간부터 후회했어
그게 미련이 남아서
두고두고 널 잊지 못했나 봐
형 하나로 충분해
충분히 버거워
넌 잘못한 거 없어
그날 형이 물에 빠진 건 재수 없는 사고였어
넌 비겁했어도 독하진 못했어
도망갔다 결국 다시 와서 형을 구했으니까
넌 죄가 없어
정말, 죽었으면 좋겠다
그 생각으로 도망쳤어
형이 그걸 알아
그리고 너도 알았잖아
난 무죄일 수 없어
그래서 속죄의 제물로
네 인생을 통째로 형한테 바치겠다고?
그날, 그 강에서, 왜 날 살렸어?
그냥 죽게 두지
그때, 죽었으면 이 따위론 안살았지
#조련사
너 말야
가끔 보호사가 아니라 조련사 같애
왠지 너한테 자꾸 길들여지는 기분이 들어.
#미친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그 집에서 나와요
보호사님과 형님분, 거기 있으면 안 됩니다
왜죠?
문영이 옆은 내 자리니까
당신 걔 감당 못 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
나는 10년 동안, 문영이 옆에서 견디고 버텼어
그동안 간, 쓸개 다 빼 주고
목숨 걸고 영혼까지 바쳐서 걔를 지켜 왔다고
문영이한테 난, 회사 대표이자,
스승이자, 오빠이자, 남자!
암튼 뭐 그 옆은 내 자리니까
아, 비켜요, 당장
싫어. 안비켜
너 때문에
내가 자꾸 안하던 짓을 해.
...
내가 미쳤었나봐.
도저히 참아지지가 않더라.
지금이야,
가자.
미쳤구나
문강태
백여우 moments
강태야, 너 그거 아니?
너 겁나 백여시 같아
아쉬울 때만 목소리 착 내리깔고
젖은 눈깔로 사람 애간장 후벼 파고는, 어?
간, 쓸개 다 빼 먹고 바로 쌩까고
이 이기적인 새끼야
형,
고문영이 좋아 내가 좋아?
언제부터 들었어?
"사랑해 사랑한다고 부터"
난 고문영이 좋아
이렇게 말하면 형이 뭐라 그럴까?
잤냐?
둘이 사귀어?
너 그 사이코 좋아하니?
근데 그 빗속에 알베르토를 왜 끌고 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를
왜 등에 매달고 기어들어 와?
밥은 왜 먹여, 잠은 왜 재우고?
너 자선 사업 하니? 종교 생겼어?
술이 싱겁네
제가 어떻게 붙어 있을 수 있었는지 아세요?
걔 마음을 전혀 몰라서
강태 걔는 자기 마음을
꽁꽁 숨기는 애예요
그런 애 속을 억지로 벌려서 파헤쳐 봤자
좋은 게 나올 리 없거든
그냥 조용히 옆에서 다독여 주는 거지
제가 하는 건, 그게 다예요
.
.
.
그 빌어먹을 나비 때문에
내가 그동안 얼마나
바닥을 기면서 살아왔는데
근데 그 나비가 어떻게
그 여자 엄마일 수가 있어?
만나면 정말 찢어 죽이고 싶었었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어요
우리 엄마랑 형한테 미안해서 어떡해요?
내가 도망치지 말자 그랬는데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
.
.
.
.
.
.
.
.
.
.
.
.
.
.
그래서, 마음이 아파?
아니면 슬퍼?
지금 정확히 어떤 감정이야?
넌 몰라, 네가 지금 무슨감정으로
이렇게 날뛰는건지, 너도 모른다고
속은 텅 비었고, 그냥 소리만 요란해
깡통처럼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에 대해 다 안다고,
다 이해한다고 착각하지 마
너 죽을 때까지 나 몰라
.
.
.
지금 내 표정이 어때,
표정안에 담긴 상대의 기분, 감정, 컨디션
.
.
.
문영이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요
아무 상처도 안 받고
남의 감정 따위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속이 텅 빈 깡통이었으면 좋겠어요
출처 : 달홍 블로그,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