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숲 얘기가 나와서 나도 생각난김에 얘기하고 싶네.
사실 나는 재미있게 본 것과 별개로 마음에 드는 점보다 마음에 안드는 점이 더 많아.
그 중 하나가 여캐, 특히 영은수를 다루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이창준이야
영은수 문제는,, 영은수의 죽음을 진짜 개죽음처럼 소비했다는거.
어떤 목적의식이 있어서도 아니고 이야기 진행에서 꼭 필요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충격을 줄 수 있고 극을 고조시키기 위한 도구로만 쓰여지고
죽음 이후에도 영은수라는 캐릭터를 존중해주는 느낌이 안들더라.
나는 차라리 이창준의 죽음보다 영은수의 죽음을 더 존중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창준은 거창하게, 비장하게 죽고 영은수는 그 스스로도 왜 죽어야 하는지 모르고 죽어 버려서 속상했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고 타협하지 않았던 영은수인데 ㅠㅠ
그리고 이창준의 마지막은 정말 이상할 정도였어.
그 유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는 그 유서..
그걸 듣는 순간 이창준의 위선이 느껴져서 되게 역겨웠거든.
그럴듯하게 시국선언처럼 써내려갔지만
그 유서 어디에도 잘못된 선택을 했던 이창준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은 하나도 없고
세상이 너무 지옥같아서 두고볼 수 없었다며 스스로의 행동을 미화하는 내용들뿐..
근데 이창준이 과연 스스로 말한 그 딱 한번의 판단착오가 없었다면 이런 설계를 했을까 싶었어
자기 자신이 그 한번의 판단착오로 저질렀던 부정과 잘못을 인정할 수 없어서 결국 저런 설계를 한거라고 느껴짐.
만약에 정말 이창준이 자신이 발담궜던 부정부패를 다 드러낼 생각이었으면
자수해서 후배들 앞에서 피고인으로 서는 치욕까지 감당했어야 한다고 생각해.
돈꽃에서 필주가 좋았던 점이 그거거든.
필주도 나쁜짓 꽤나 했지만 자기 잘못을 합리화하지 않았고 직시했음
그리고 마지막은 본인도 같이 얽혀서 재판장에 서고 법적으로 죄값을 치르는거였어.
이런게 자기 손을 더렵히면서까지 악을 처단하겠다는 자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이창준처럼 재판장에서 피고인으로 서지 않겠다며 뒷일은 다 황시목에게 넘기고 자살을 선택하는건 비겁하다고 생각함.
다크나이트와는 전혀 맞지 않고 진짜 양심이 올바른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 사람이라고 봐서 이창준이 남긴 유서는 끝까지 스스로를 기만하면서 합리화한걸로 느껴지더라.
근데 드라마 결말부에서 이창준을 너무 비장하게 잡아주고
이창준의 유서도 비장하게 읊어줌.
너무 이창준을 존중해주더라.
황시목이 티비에 나와서 이창준은 괴물이었다고 딱 잘라 말하고 이창준의 계획을 다 엎어 버렸지만
정작 반응은 이창준 캐릭터가 진짜 비밀의 숲의 시작이네 다크나이트네 하면서
이창준의 죽음과 유서에 확 쏠리는거 보고 좀 충격 받았었어.
이창준은 황시목 말대로 스스로 단죄할 자격이 있다고 믿은 괴물일뿐이고
유서는 그 괴물이 남긴 삐뚤어진 정의감으로 가득차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나는 이게 연출의 문제가 컸다고 생각함.
작가도 마지막에 이창준 캐릭터에 좀 휘말린게 아닌가 의심스러운데 연출이 더 심각했음.
연출이 이창준을 너무 대단하게, 다크나이트마냥 비장하게 잡아주고
마지막엔 심지어 이창준을 회상하는 장면을 넣어 버려서
마지막회 전체가 이창준을 위한 회차같았어.
그게 정말 마음에 안들었음.
왜 이창준에게 그런 무게와 비장함을 줬나 몰라.
이거로 한때 결말 호불호도 있었고..나도 사실 15화까진 진짜 좋았는데..토리가 느낀 그대로도 느껴졌기에 16화는 재탕을 안해..
위에 적은 것들도 그렇지만 급!!!정리 된 느낌이라 15화 까지 끌고왔던 긴장감과 현실감이 한번에 와르르 무너졌다랄까..?.
16화는 실제로 내가 느끼기엔 에필로그??같이 긴장감이 훅 식더라.. 나도 아쉬운건 영은수의 죽음의 의미였지..끝에 급 정리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그래도 이 드라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작가의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잘 어느정도는 표현했기에..아쉽지만 그정도는 이해하려고 노력했었음 ㅋㅋ큐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