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하는 사건들이나 묘사가 역사적 사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도 있지만 시공간 배경은 철저하게 가상의 시공간임
아신전은 가상의 조선시대가 배경이지만 철저하게 상상력으로만 탄생한 가상의 시공간이 아님
7년 동안 이어진 조일전쟁으로 북방 일부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토가 황폐화되고 전쟁이 끝난지 30년도 채 되기도 전에 정묘ㆍ병자호란을 연이어 겪음
호란때 끌려간 조선 사람들 중에 특히 부녀자들이 가장 끔찍할 수 밖에 없었고 후에 돌아와도 정조를 잃었다고 남편에게 버림받는 일이 생기자 조정에서 이 문제로 난리가 남
남편이 올린 이혼서를 조정에서 받아주지 않아도 버려지니 오죽하면 암군으로 유명한 인조가 끌려갔다가 돌아온 부녀자들이 계곡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정조를 잃은것은 없어진다고 명을 내리기까지 함
그 정도로 당시 조선의 부녀자들이 수난을 당한게 킹덤이 가상의 조선이라는 명분으로 시공간 배경으로 차용한 당시 조선의 상황임
킹덤1에서는 조일전쟁이 끝난지 몇년 지나지 않았고
킹덤2 엔딩에서는 조일전쟁 후 대략 10년 후임
조일전쟁이 끝나고 30년도 되지 않아서 정묘ㆍ병자호란을 연이어 겪었던게 조선의 실제 역사임
아신이 가상의 북방 유목 민족으로 등장했다면 불쾌함이 덜 했을거 같아
그런데 가상의 조선이라면서 정묘ㆍ병자 호란을 앞둔 시기의 조선시대가 배경이고
안현은 나병촌 사람들을 이용했다는 죄책감이라도 있었는데 민치록은 아신이 속한 부락민들을 희생시킨 후에도 아신을 속이고 밀정으로 부려먹고 착취함
중국 역사 속에서나 봤던 돼지우리에 아신이 살도록하고 군졸들에게 치욕을 당할 수 있는 환경에 방치함
아신이 생사초를 퍼트리는 행동에 대한 명분을 줘야 하니 아신전에 등장하는 조선인들은 배은망덕으로 아신을 속이고 이용하고 착취하고 얼굴에 침을 뱉고 짐승보다 못한 멸시를 줌
민치록이 아신의 아버지와 부락민들을 희생양까지만 삼았다면 아신이 생사초를 퍼트리는 일에 명분이 서지 않으니까 등장하는 조선인들은 하나같이 파렴치하고 아신을 학대하고 착취함
킹덤1과 2에서 19세기에나 등장한 세도가문이 등장하고 왕은 허수아비로 나오고 어린 계비는 대군을 얻어 기존의 후궁 소생 세자를 치기 위해 궐 밖에 오갈데 없는 임신한 부녀들을 모아놓고 아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갓 출산한 산모와 태어난 여아를 죽이는 파렴치를 넘어 잔혹한 설정이라도 넘어갈 수 있었던건 가상의 조선 시대라는 설정 덕분임 그리고 빌런들이 조일전쟁을 일으킨 왜가 아니라 조선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풀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당시 왜는 안현이 생사초를 이용해 전멸시켰다는 배경으로만 등장하니까
그런데 아신은 가상의 북방 유목민족 설정도 아니고 본래 여진족이라는 설정임
조선에 귀화한 여진족의 후예라지만 결국 뿌리가 여진족인 아신이 조선과 조선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원한을 갚기 위해 조선의 살아 있는 모든걸 죽이겠다?
철저하게 가상 판타지 였다면 나도 딱히 거부감 없었을거 같아
하지만 킹덤이 가상의 조선이라는 명분으로 차용한 조선시기는 여진족들이 때때로 국경을 쳐들어와 안심할 수 없는 시대임
더구나 극 중 킹덤2의 엔딩은 호란을 눈 앞에 둔 시기임
가상이라는 명분으로 특정 조선 시기를 채택했다면 좀더 조심스러워야 했다고 생각해
저기 나오는 조선이 디스토피아 설정이라느니 실제 조선도 아닌데 어떻게 쓴들 창작자 자유이니 하는 거 말이야.....
애초에 그럼 조선이라고 명명하고 조선의 복식, 문화 이런 거 다 복붙해놔서 누가 봐도 조선처럼 만들어놓은 이유는 뭘까?
판타지지만 '실제 상황'인 것처럼. 허구지만 진짜인 것처럼 몰입도를 높이고 싶어서지 않아?
단지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존인물이 아니니까, 이 모든 건 그냥 픽션이에요. 퉁치기에는. 너무나도 열심히 조선을 고증해 놨잖아. 진짜처럼 보이려고... 그럼 그만큼의 역사의식 무게감은 있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