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낚시 미안)
메릴 스트립은 여자배우 기준으로는 영화 데뷔가 늦은 편이었는데 (28살에 단역, 29살에 조연)
영화 데뷔하기 전부터 신문에 단독 기사가 실릴 정도로 주목받는 배우였음
메릴 스트립은 배우로서 최고 명문인 예일 드라마스쿨에 입학했지만
이미 부모에게서 독립한 터라 온갖 알바에 노숙까지 전전하면서 겨우겨우 학비를 댔음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미 연기천재로 소문이 자자했고
명문 예일 동문들 사이에서도 줄곧 주연으로 캐스팅돼서
셰익스피어 여주부터 8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역할을 경험함
예일 졸업하자마자 메릴 스트립은 뉴욕에 정착해서 연극을 하는데
졸업 직후에 무려 6주 동안 5개 연극의 주연을 맡아서 다 찬사를 받았음...
아니 대사를 다 어떻게 외우죠...?
당연히 프로 세계에서도 확실히 주목하기 시작
1975년 여름에 예일을 졸업했는데 1975년 하반기에만 연극을 10편 이상 함
1976년에는 더 급이 높은(?) 본격적인 연극들에 캐스팅되기 시작했고
체호프, 아서 밀러 등 고전들도 경험하고 뮤지컬도 경험하고
테네시 윌리엄스의 27 Wagons Full of Cotton으로 토니상에도 노미네이트 됨
1977년부터 메릴 스트립이 영화계로 진출하면서 연극이 뜸해졌는데
이미 1년만에 브로드웨이에서 스타가 됐기 때문에
연극에 조금만 더 집중했다면 분명 토니상도 한두개는 받았을 거임 (레전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토니상을 못 받은 배우)
메릴 스트립은 사실 영화 연기를 무서워하고 본인을 확실히 연극 배우라고 생각했었음
하지만 1976년 연극들을 하면서 사귄 배우 친구들 & 메릴 스트립을 인상깊게 본 배우 선배들 덕분에 영화계에 발을 들이게 됨
데뷔작은 줄리아지만 이건 1분 정도 나오는 단역이었고
체호프 연극 벚꽃 동산에서 메릴 스트립을 눈여겨 봤던 로버트 드니로가
디어 헌터에 메릴 스트립을 추천해서 캐스팅됨
메릴 스트립은 디어 헌터의 캐릭터가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이유로 출연하기로 결정했고
(당시 동거하던 남친이 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연기에 시간을 많이 뺏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거임)
하지만 메릴 스트립이 시나리오에선 다소 곁가지였던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연기한 덕분에 (그리고 영화가 워낙 성공한 덕분에)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음
그리고 아카데미와의 인연은 계속된다......
결국 암으로 투병하던 남친은 사망했고 메릴 스트립은 굉장히 상심한 상태였음
당시 제일 잘나가던 배우이자 & 역시 메릴 스트립을 눈여겨 보고있던 더스틴 호프만은
"저 여자 남친이 죽었다. 이 불안정한 캐릭터를 이 타이밍에 저 여자보다 잘 연기할 사람은 없다"라고 감독을 설득해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 메릴 스트립을 캐스팅함
누가 메소드 배우 아니랄까봐...... 그리고 더스틴 호프만의 메소드 집착은 나중에 더 큰 화를 불러오는데......
메릴 스트립은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출연을 승낙했지만 그와 동시에 촬영이 전쟁이 될 것을 예상했다고 함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여자가 남편과 아들을 놔두고 집을 가출하면서 시작되고
한참 뒤에 돌아와서 남편에게서 아들을 '뺏으려하는' 법정 드라마였기 때문임
메릴 스트립은 자신의 첫 등장부터 관객들이 (어쩌면 제작진도) 저 나쁜년, 이라고 생각할 것을 알았고
그렇기 때문에 조안나를 악역으로 그리지 않겠노라고 촬영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결심함
그리고 실제로 촬영은 전쟁이었음
메릴 스트립은 조안나를 가부장적인 결혼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여자로 해석해서 감독에게 계속 새로운 제안을 했고
당시 최고의 스타배우였던 더스틴 호프만은 쌩신인이 이렇게 '나대는' 것에 굉장한 불만을 느꼈다고 함 (나중에 더스틴 호프만 피셜로 인정함)
참고로 더스틴 호프만은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도와준답시고
불화가 있는 부부를 메소드로 연기하기 위해 촬영 직전에 상의없이 메릴 스트립의 뺨을 때리기도 했음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명장면 중 하나가 조안나가 자신이 아들을 떠난 이유를 설명하는 모놀로그인데
이 장면의 대사는 아예 메릴 스트립이 새로 쓴 대사임
(물론 더스틴 호프만은 개난리쳤음...)
https://twitter.com/MerylStreepKor/status/876691605352202240
결과적으로 조안나는 시나리오에선 1차원적인 악당이었을 뿐이지만
메릴 스트립의 육체와 정신을 빌린 영화에서는 남성 위주의 결혼생활에서 커리어를 포기하고 고통받던 인간적인 여성이 됨
여자 관객이 보기에는 주인공이고 영화 내내 중점적으로 심리를 보여주는 더스틴 호프만보다도 더 이해갈 정도
https://twitter.com/MerylStreepKor/status/876709643468161026
이 장면도 연기를 한번 봐봐 (섬세한 연기니까 전체화면으로 보는걸 추천)
조안나가 순간적으로 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 절망, 체념, 억울함, 일말의 애틋함 등을
표정 연기로 환상적으로 표현함
당연히 메릴 스트립의 연기(와 영화)는 극찬에 극찬을 받았고
메릴 스트립은 생애 최초 아카데미상을 수상함
1977년에 단역으로 영화에 데뷔하고
1978년에 처음 조연으로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1979년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은거임
https://www.youtube.com/watch?v=84DpXtxtyNg
그리고 몇년 뒤 메릴 스트립은
아직까지도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연기라고 불리는 연기를 하게 되는데...
(나중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