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젠더 차별 언어를 마주하고 있고, 이를 무심코 사용하게 된다. 영화제에서 영화, 드라마 등의 자막을 번역하는 번역가로 일하며 미디어 속 차별적 언어 사례를 연구하고 있는 김재민(통역번역대학원 한영 전공)씨를 만나봤다. 김씨는 "미디어 속 자막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며 “그렇기에 민감하게 번역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중 영화 20편에 나타난 젠더 차별 언어를 분석했다. 2004년 이후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한 외국 영화 중 관객 수가 높은 20편을 선정했다. 김씨는 젠더 차별 언어의 유형을 4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불필요한 젠더 강조, 두 번째는 젠더 고정관념 및 편견 강화, 세 번째는 특정 젠더 비하, 네 번째는 성적 대상화였다.
그 결과 20편의 대중 영화 중 10편에서 24건의 젠더 차별 언어 사례가 나타났다. 특정 젠더를 낮춰 일컫는 어휘를 사용하는 ‘특정 젠더 비하 유형’의 사례가 10건 발견됐고, 그 중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2012)'의 자막에서는 8건이 발견됐다. 김씨는 이를 “영화에 매춘부가 등장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그는 "매춘부의 지칭어로 대부분 여성을 낮추는 말이 쓰인다"며 "유교 가치관에 벗어나는 인물에 대한 한국의 적대감이 번역 과정에서 강화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레미제라블'의 번역 자막은 현재 네이버 시리즈온, 넷플릭스, 왓챠에서 제공되고 있다. 김씨는 "일부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수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성에 대한 젠더 차별 언어 사용은 24건 중 1건으로 여성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영화 ‘아이언맨3(Iron Man3·2013)’에서는 ‘용감한 자', ‘부족의 전사'를 의미하는 ‘the braves’를 ‘남자들’로 번역했다. 김씨는 “(‘the braves’를 남자로 해석한 것은) 샤냥을 하는 사람은 남성이라는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번역"이라며 “성별이 명시되지 않은 단어이므로 ‘전사'로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성별이 명시되지 않은 영어 단어에 대해 번역가가 임의로 여성이나 남성으로 특정하는 것은 남성은 진취적, 여성은 수동적이라는 젠더 편견을 강화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분석한 20편 영화 내에서 2016년 5월 이후 젠더 차별 언어가 이전보다 18건 적게 나타났다. 김씨는 이를 여성 인권에 대해 목소리가 높아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생긴 변화라고 봤다. 그는 “당시 여성들이 사건에 큰 공분을 느끼고 표출하며 젠더 이슈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차별어,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허용이 달라졌고, 번역가들도 여성주의 관점에서 제작된 작품을 번역할 때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출처 : 이대학보(https://inews.ewha.ac.kr)
https://inews.ewha.ac.kr/news/articleView.html?idxno=72254
맞아맞아 원래는 남녀둘다 반말 혹은 존댓말하는 사이인데 번역하면서 남자는 여자한테 반말하고 여자는 남자한테 존댓말하는거 넘 많았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