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문화 꼬기>누구라도 화형시킬듯 혈안인 공포의 사회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도 불구,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받고 있는 한효주.(자료사진)ⓒ데일리안DB
인터넷 흐름만을 보면, 배우 한효주가 연예계를 은퇴해야 할 것 같다. 뭔가 거대한 잘못을 한 것 같기 때문이다. 연예계 은퇴는 사실상 젊은 배우에게 직업을 빼앗는 일이다. 해고인 것이다. 정말 책임을 져야할 사안이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그 책임은 본인의 잘못이어야하고, 그 잘못을 자신의 의도로 사전에 주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인터넷을 통해 뭇매를 맞는 한효주의 잘못은 자신이 저지른 것이 아니다. 잘못이라면 오로지 피를 나눈 남매였다는 사실 뿐이다. 단지 남매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들어야 한다면, 아니 자신의 생존 기반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면 뭔가 타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연좌제의 적용 범주에 속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좌제는 전근대적인 봉건국가에서 사용되던 법규정이다.
개인의 범죄를 가족·친척에게 묻는 연좌제인데 이것은 야만적이고 반문명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1894년(조선 고종 31년) 갑오개혁 당시 연좌제를 없앴다. 연좌제는 공식적으로 120여년전에 폐기된 법규정이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이렇게 우리 헌법은 제13조 3항에 ‘연좌제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한효주애게는 연좌제의 그늘이 미치고 있는 셈이다.
배우 한효주에 쏟아지는 비난은 김일병 자살사건이 주는 불합리한 모순을 공론화하려는 많은 이들의 선한 의지에서 비롯한다. 사회적 모순을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마음이 일정하게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군대 병영문화가 축적해온 사회적 상처들이 작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비난을 가할 수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범죄는 해당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대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한효주 개인에게 쏟아지는 질타를 지적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엄청난 비난과 야유가 쏟아지고 있는 인터넷의 현실은 상식적인 토론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효주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돈을 받았거나 기획사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규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불합리한 모순을 옹호하고 불의의 세력을 두둔하는 자로 일컬어진다. 한효주를 옹호한다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말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모든 개인들은 이러한 인터넷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언제 누구라도 연좌제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연좌제 운운하는 것은 한효주가 공식적으로 김일병 사건에 대해서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해당 사안이 대해서 심증이 가는 바도 없다. 직접 김일병 사건의 관련자인 장교에게 명령을 내린 적도 없음은 물론이다. 한효주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군대 안의 활동 내역에 대해서 전혀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이는 당연해 보인다. 단지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당한다면 혈연관계를 끊어야할듯 싶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미 날 때부터 남매 사이인 것에 대해 책임을 묻을 수 있는 것인지 안타깝다.
물론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는 인식적인 공분이 있을 수는 있다. 많은 대중 앞에서 활동하는 유명 스타이기 때문에 더욱 도덕적 윤리적인 행동을 해야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법리적인 측면과는 다른 문제일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도리어 반인권적인 행태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 이미 한효주는 그 이미지에서 상당히 타격을 받은 상태이다. 문제제기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이 연예인이나 유명인이기 때문이다.
한효주가 김일병 자살 사건의 관련 장교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무분별하게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보도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조항을 들어 처벌한다. 더구나 공적인 일이 아닌 사적인 생활은 알권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들을 드러내는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오히려 연예인이기 때문에 개인이 프라이버시가 무참하게 침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비단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단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들이라고 그들의 신상이 모두 파헤쳐지는 일들이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는 인터넷 모바일 환경이기 때문이다. 즉 누구라도 유명인이 될 수 있는 환경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연좌제를 묻는 공포의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는 모두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선의지가 작동하는 결과이다. 한효주에게 돌을 던지며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누구나 연좌제 그늘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폭주하는 '선의지 기관차'에 타고 있는 한 말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하지만 이번에 인터넷을 통해 뭇매를 맞는 한효주의 잘못은 자신이 저지른 것이 아니다. 잘못이라면 오로지 피를 나눈 남매였다는 사실 뿐이다. 단지 남매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들어야 한다면, 아니 자신의 생존 기반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면 뭔가 타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연좌제의 적용 범주에 속해 보이기 때문이다. 연좌제는 전근대적인 봉건국가에서 사용되던 법규정이다.
개인의 범죄를 가족·친척에게 묻는 연좌제인데 이것은 야만적이고 반문명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1894년(조선 고종 31년) 갑오개혁 당시 연좌제를 없앴다. 연좌제는 공식적으로 120여년전에 폐기된 법규정이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이렇게 우리 헌법은 제13조 3항에 ‘연좌제 금지’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런데 한효주애게는 연좌제의 그늘이 미치고 있는 셈이다.
배우 한효주에 쏟아지는 비난은 김일병 자살사건이 주는 불합리한 모순을 공론화하려는 많은 이들의 선한 의지에서 비롯한다. 사회적 모순을 바로잡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마음이 일정하게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군대 병영문화가 축적해온 사회적 상처들이 작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비난을 가할 수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범죄는 해당 당사자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대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한효주 개인에게 쏟아지는 질타를 지적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엄청난 비난과 야유가 쏟아지고 있는 인터넷의 현실은 상식적인 토론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효주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 돈을 받았거나 기획사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규정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불합리한 모순을 옹호하고 불의의 세력을 두둔하는 자로 일컬어진다. 한효주를 옹호한다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말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모든 개인들은 이러한 인터넷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언제 누구라도 연좌제의 대상이 될 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연좌제 운운하는 것은 한효주가 공식적으로 김일병 사건에 대해서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이다. 해당 사안이 대해서 심증이 가는 바도 없다. 직접 김일병 사건의 관련자인 장교에게 명령을 내린 적도 없음은 물론이다. 한효주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군대 안의 활동 내역에 대해서 전혀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이는 당연해 보인다. 단지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당한다면 혈연관계를 끊어야할듯 싶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미 날 때부터 남매 사이인 것에 대해 책임을 묻을 수 있는 것인지 안타깝다.
물론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는 인식적인 공분이 있을 수는 있다. 많은 대중 앞에서 활동하는 유명 스타이기 때문에 더욱 도덕적 윤리적인 행동을 해야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법리적인 측면과는 다른 문제일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도리어 반인권적인 행태의 희생자가 되는 것은 항상 주의를 해야 한다. 이미 한효주는 그 이미지에서 상당히 타격을 받은 상태이다. 문제제기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이 연예인이나 유명인이기 때문이다.
한효주가 김일병 자살 사건의 관련 장교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언론에 공표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무분별하게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보도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 조항을 들어 처벌한다. 더구나 공적인 일이 아닌 사적인 생활은 알권리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들을 드러내는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오히려 연예인이기 때문에 개인이 프라이버시가 무참하게 침해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비단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단지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들이라고 그들의 신상이 모두 파헤쳐지는 일들이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는 인터넷 모바일 환경이기 때문이다. 즉 누구라도 유명인이 될 수 있는 환경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연좌제를 묻는 공포의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는 모두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선의지가 작동하는 결과이다. 한효주에게 돌을 던지며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누구나 연좌제 그늘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폭주하는 '선의지 기관차'에 타고 있는 한 말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