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정원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말해 둘 게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에 대한 언급이 나와.

양산형 저질 판무에서 대상화된 여성 조연 캐릭터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그것도 초중반이 아니라 결말을 앞두고 주제가 집약되는 극후반부에 들어서 말이야.

나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초중반에 군데군데 있는 약한 여혐을 상쇄하고도 남더라고.

이 소설은 사실상 마지막 10개 화에서 그려지는 '멸망 이후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니까.


사실, 처음부터 이 작품은 요즘 판무계에서 범람하는 '회귀물'의 안티테제를 들고 나와.


 - 이것은 모두가 과거로 돌아갈 때 마지막까지 회귀하지 않았던 한 사나이의 이야기다.


회귀물에 매몰된 장르소설계에서 독자들을 향해 '현재를 살아라'라고 홀로 외롭게 소리치고 있는 작품이야.

결말까지 일관적으로 무겁고 강렬하게 하나의 주제를 밀어붙이지. 그러면서도 갈수록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

그래서 회귀나 레벨업을 통한 가벼운 대리만족을 원하는 독자들은 이 소설에 낮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다고 이 작가의 필력이 이영도나 전민희급이라는 것도 아니고, 엄청 호불호 탈 거란 생각도 들지만

기존 양판소에 질린, 혹은 환멸한 독자층에는 어쩌면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


초반을 양산형 판무에 대한 안티테제로 시작한다면, 중반은 마치 영화 '설국열차'와도 같아.

크리스 에반스가 꼬리칸에서 반란을 일으켜서 열차의 맨 앞칸으로 전진하듯

주인공은 세계수인 환상수의 변경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를 거쳐 나무의 꼭대기까지 올라가.

남들처럼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을 거부하고 독불장군처럼 오로지 이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말이지.

주인공은 시스템이 만든 비극에 희생되었고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동기를 갖게 돼.

환상수의 세계도 설국열차의 꼬리칸과 앞칸이 그렇듯이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착취하는 구조니까.

우리네 사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간결하게 말하자면, 두 작품은 혁명가인 주인공과 그에 대치하는 피라미드식 세계의 질서를 보여줘.

그리고 두 작품에서 주인공의 목적은 동일해. 누군가의 희생과 계급으로 유지되는 이 세계,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

설국열차에서는 윌포드나 엔진으로 대표되고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는 환상수나 '빅 브라더'로 대표되는 것들 말이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반드시 희생이 필요해.

또 한 세계의 멸망은 필연적으로 그 결과로서 희생을 낳아.

지금 만들어진 세계, 시스템은 오히려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결과이기도 해.


주인공은 그래서 세계를 멸망시켜가면서도 이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게 돼. 혁명가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실제로 한때는 혁명가였으나 아이러니에 먹혀 그 길을 포기하고 주인공의 앞길을 막아서는 체제의 수호자들도 등장해.

물론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그들에 맞서 싸워서 혁명을 쟁취하지. 그 결과가 설령 세계의 멸망이라 할지도 말이야.


결말 말인데, 설국열차에서는 엔진이 꺼지고 열차라는 세계가 멸망한 뒤를 직접적으로는 보여주지 않잖아?

그런데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주인공이 세계를 멸망시킨 뒤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

마치 에반게리온에서 모든 사도를 죽인 뒤에야 신지의 내면을 가지고 심리극을 시작하면서 주제를 드러냈듯이 말이야.


가장 상징적인 키워드는 '우로보로스'야. 자신의 꼬리를 먹고 있는 뱀의 모습이지.

이 작품에서 우로보로스는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게 돼. 마지막 화에서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도 포함해서...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려다 보니까 작품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는데 덕분에 횡설수설하게 돼 버렸네 ㅠㅠ


여하튼 이 소설의 결말은 굉장히 특이한 구성으로 되어 있어. 소설을 읽은 독자가 결말의 일부가 되는 구성이야.

열린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내 생각에 이건 그냥 열린 결말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나랑 같이 이 소설의 결말이 되어 줄 토리를 모집하러 왔어.


그런 의미에서 진지한 주제 탐구는 그만 벗어던지고 마지막으로 깨알 영업 포인트 소개


1. 주인공이 후반부로 갈수록 잘 벗음

2. 주인공을 쫓아다니는 미소년이 있는데 얘도 잘 벗음

3. 벗는 것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 중 하나임(그러나 여캐는 안 벗음)


그럼 이만 우로보로스!

  • tory_1 2018.06.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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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 2018.06.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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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 2018.06.0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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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18.06.0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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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18.06.0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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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18.06.0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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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18.06.04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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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7 2018.06.0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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