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토리들아!
종종 들러서 구경만 하다가 얘깃거리가 생겨서 처음으로 공포방에 글을 써보려고 해.
혹시 글에 문제가 있다면 말해줘!
제목에도 썼지만, 꿈에서 뭐 먹으면 안 좋다는 얘기 다들 들어봤니?
나는 어렸을 적부터 엄마한테 그런 얘기를 자주 들었어.
먹는 꿈은 몸이 아플때 꾸는 꿈이라든가, 꿈에서 뭘 먹으면 건강이 나빠진다든가.
꿈에서 뭐를 먹으려고 했는데 먹기 전에 잠에서 깼어요~ 하면 안 먹어서 다행이라고, 먹었으면 몸이 안 좋아졌을 수도 있다~ 하면서.
진지한건 아니고 가볍게 지나가는 투로 그런 얘길 했었어.
엄마는 해몽은 별로 믿는 편이 아니지만, 꿈을 꾸다 보면 이러저러한 꿈은 내 몸상태가 혹은 내 심리상태가 어떠어떠할 때 꾸는 꿈이구나~ 하는 감은 온다고 하시더라.
그런 경험에 따르면 먹는 꿈은 보통 몸상태가 나쁘거나 어디가 아파질 때 전조처럼 꾸는 꿈이었대.
물론 이건 엄마의 경우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그런데 나중에 이런 얘길 다른 사람들이랑 하다 보니 비슷한 얘기도 종종 듣게 되더라구.
꿈에서 뭐 먹는건 안 좋은거다, 꿈에서 뭘 먹으면 병에 걸린다, 하는 얘기 자기도 들어봤다면서.
공포방 댓글에서도 언뜻 그런 언급을 봤던거 같아.
예전에 올라왔던 모서니 이야기 기억하는 톨들 있니?
거기서도 꿈에서 주는 걸 받아먹으면 안된다는 얘기가 나왔었지.
아무튼 그래서... 서론이 길어졌는데,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꾸준히 먹는 것과 관련된 꿈을 꾸기 때문이야.
내가 꿈을 자주 꾸기는 하는데 깨고 나면 기억이 금방 날아가버리는 편이라 이걸 신경쓰고 자각한지는 얼마 안 됐어.
그런데 어제 곱씹어보니까 요 며칠동안 내내 뭘 먹는 상황이 되는 꿈을 꿨더라고.
요리를 한다든가 외식을 하러 간다든가...
좀 길게 두고 되돌이켜 보니까 10월 들어서고 부터는 못해도 1주일에 한두번은 그런 내용의 꿈을 꿨었어.
내가 기억하는 중에 제일 예전 꿈은 10월 초쯤에 꾼 뷔페에 가는 꿈이야.
친구들이랑 새로 개점한 뷔페식 식당에 갔는데 음식 종류가 엄청 많고 내부도 무지 넓었던 기억이 나.
그런데 꿈속에서 내가 자꾸 접시를 떨어뜨리거나 소스를 잘못 담아오고, 먹고 싶었던 음식이 다 떨어지고 해서 잠에서 깰 때까지 식사를 못했었어.
무슨 만두 같은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결국 못 먹고 깨는 바람에 깨면서 억울해했었지ㅋㅋㅋㅋㅋ
저번주에 꾼 꿈은 대학 동기랑 같이 밥먹으러 가는 꿈이었어.
원래는 카레를 먹으러 가기로 했던거 같은데, 카레집이 문을 닫았었나 휴일이었나 사람이 너무 많았었나... 암튼 무슨 이유가 있어서 다른 가게를 찾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었어.
나도 그 동기도 식사 메뉴 같은 사소한 걸로 결정 잘 못 내리고 고민하는 성격이라ㅋㅋㅋㅋ 먹자골목 비스무리한 분위기의 거리를 엄청 돌아다녔어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고 지나쳐다니면서.
그러다가 오꼬노미야끼를 먹으러 가자는 말이 나와서 그럴까? 하고 오꼬노미야끼 집에 갔는데 거기는 되게 한산하더라.
어째저째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 보고 뭘로 먹을까 결정하던 중에 잠에서 깼던거 같아.
그저께 꾼 꿈은 친척들이랑 우동집에 가는 꿈이었어.
사촌동생들이랑 이모가 나왔는데, 다들 최근에는 만나질 않았지만 나 초등학교 때는 방학마다 집에 놀러오고 휴가도 같이 다니고 하면서 친하게 지냈어서 꿈에서도 반가웠던 기억이 나네.
이모가 놀러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유행 대세 이런거 타는 것도 좋아하는 분이라 꿈에서도 그렇게 나왔는지... 요즘 핫한 맛집을 알아왔다면서 사촌동생들이랑 같이 나를 데리고 가줬어.
내가 우동을 좋아해서 신나서 갔는데 그 우동집 메뉴판이 되게 복잡하더라고.
뭔가 메뉴 읽기도 좀 어렵게 되어있고, 메인 메뉴를 정한 다음에 국물이나 소스 간조절 토핑 같은걸 추가로 정해서 주문하는 식이라 더 그랬던 것도 있고...
암튼 나는 우동에 새우튀김을 추가해서 먹고 싶었는데 새우튀김이 안된다는 거야!
어떻게... 새우튀김이 안될수가... 우동에는 새우튀김인데...ㅠㅠ 대신할 토핑을 열심히 고민해봤는데 역시 새우튀김 외에 끌리는게 딱히 없어서 결정을 못내리고 있던 중에 잠에서 깼어.
그리고 제일 최근. 어제 꾼 꿈이야.
엄마가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는 꿈이었어.
요새는 왜 우유배달처럼 도시락이나 샐러드 과일 같은거 매일 배달해 주는 서비스 많잖아.
엄마가 그런걸 새로 신청했었나봐.
무슨 소스랑 야채랑 소시지가 배달이 왔는데 엄마가 그걸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시더라고.
빵에 소스를 바르고 야채랑 소시지를 썰어서 얹고 다시 빵으로 덮은 간단한 샌드위치였어.
엄마가 소스 잘 스미고 모양 흐트러지지 말라고 하는 거라면서 샌드위치를 꼭꼭 눌러서 주셨는데 너무 눌러서 빵이 다 납작해졌더라ㅋㅋㅋㅋㅋ
그걸 먹으려다가 문득 치즈를 넣어 먹고 싶어져서 냉장고에서 치즈를 가져와서 납작하게 들러붙은 빵을 떼어내려는데, 그 순간에 잠에서 깼어.
내가 요즘 꾼다는 꿈들의 내용은 거의 이런 식이야.
기억이 흐릿한 다른 꿈들도 더 있지만 흐름은 대강 비슷했던 거 같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먹는게 등장하는 꿈이었던건 다들 마찬가지야.
이 꿈들의 공통점을 알겠니?
나랑 가깝고 친근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 사람들이랑 같이 뭘 먹는 상황이 되고, 그런데 결국 먹지는 못한 시점에서 꿈에서 깬다는 거야.
이걸 알아차리고 나니까 되게 묘한 기분이 들더라고...
왜 이렇게 꾸준히 먹는거 관련 꿈을 꾸는지, 왜 나랑 친한 사람들이 같이 나오는지, 왜 결국은 먹으려던 걸 못 먹고 깨는지...
먹는 꿈은 몸 아플 꿈이라서 안 먹는게 좋다던 엄마 얘기도 생각나고, 위에서 잠깐 언급한 모서니 얘기도 생각나고...
꿈에서 등장하는 나랑 친한 사람들은 나한테 뭘 먹이기 위해서 나오는 것도 같고, 먹이는 상황을 만드는 듯하면서도 결국은 못 먹게 가로막는 것도 같고... 생각할수록 뭔가 묘해ㅋㅋㅋㅋㅋ
그냥 별거 아닌 꿈인데 괜히 생각을 깊게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이리저리 떠올리고 생각하다 보니 어딘가에 얘기해보고 싶어져서 글쪄봤어 좀 싱거운 얘기였지? ㅋㅋㅋㅋㅋ
글을 쓰면서 또 떠올려 보니까 꿈 자체가 오싹하다거나 깨고 나서 기분이 안 좋다거나 하는 건 딱히 없었어서 심각한건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있어.
덤으로, 꿈이랑 관련이 있는지 그냥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난 감기 기운이 있어.
어제부터 삘이 안좋다 싶더니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기침에 재채기에 콧물도 줄줄 나고 으슬으슬하고 그렇네.
그래서 옷 든든하게 껴입고 핫팩 끼고 뜨순 차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지...
별거 없는 얘기였지만 읽어줘서 고맙고 흥미있게 읽어준 토리가 있다면 좋겠다.
다른 톨들이 알고 있는 먹는거 관련된 꿈 얘기나 꿈에서 뭐 먹으면 안좋대~ 하는 얘기가 있으면 들어보고 싶기도 해!
그럼 날 추운데 다들 감기조심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