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에서 어떤 90이 다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가
캐리어를 양손에 하나씩 들고 승강장으로 향하는
끝도 없는 계단을 내려오고 계셨어.
나는 할아버지께 다가가서 캐리어를 들어드리겠다고 하고는
두개를 양손에 들고 순식간에 내려왔는데
계단 위를 보니 할아버지는 계단 한개씩 내려오시는 것도
바들바들 힘들게 내려오시더라고.
그래서 다시 올라가서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내려왔거든.
그리고 할아버지가 타실 맞은편 전철이 올 때까지
같이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기력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시면서
" 나 아가씨 얼굴 안 잊을게.
나한테 이 친절 베풀어 준 것도 안 잊을게.
진짜 원하는 복 다 받게 빌어줄거야."
이렇게 말씀하시는거야.
순간 온 몸에 소름? 전율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전기 같은게 찌릿하더라고.
내가 그 당시 소원이 딱 두개였어.
올해가 가기 전에 취직하는 것, 결혼할 사람 만나는 것.
그런데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뒤를 돌아서
폰을 딱 켰는데 내가 원하던 곳에서
합격 메일이 와있었어.
거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박 소름..
이건 할아버지가 내 복을 빌어주신 결과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얼마 안 돼서 만난 남자와
꽁냥꽁냥하다가 결혼도 했다.
그 할아버지의 확신에 찬 목소리와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2. 전철역 앞 할머니
쓰다보니 또 전철역 관련 사건이네.
전철역 앞에서 어떤 할머니가 사람들에게
뭔가를 자꾸 묻고 거절을 당하고 계셨어.
내가 다가가서 "도와드릴까요?" 하니까
근처 아파트를 찾고 계시더라고.
그래서 지도앱을 켜고 찾아드리니까
할머니께서 너무 좋아하시는 거야.
고맙다고 연신 하시더니
뒤돌아 가는 나를 불러 세우시더니
"학생, 복 받으세요."
이러시더라구.
이거 뭔가 기시감이 들더라고 ㅎㅎ
사실 마음 속으로는
돈 좀 어디서 떨어졌으면..했는데
이 복은 크게 다쳐서 그 시각에 수술을 하고 있는
친구 딸래미에게 주기로 했어.
그리고 친구 딸래미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서
지금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ㅎㅎ
*** 얘기를 마치고 보니 전철역 스토리들이 또 있는데
다음 기회에 또 가지고 올게 ㅎㅎ
오늘도 어디선가 남 모르게 선한 일들을 하고 있을
토리들을 축복하며...
좋은 일 하고 살면 마음도 좋고 좋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