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만화가 이현세>
+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자신의 능력과 비교하니까, 당연히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나는 안 되는구나' 하며 자신의 진로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정말 잔인한 일이다.
－30~50대에게 이현세라는 이름은 천재 만화가와 동의어다. 그런데 스스로의 재능을 '도토리 키재기'에 비유했다.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내가 만화를 제일 잘 그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보니까, 나보다 더욱 뛰어난 천재가 있더라. 중ㆍ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그런 친구를 볼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 일반인들에 비하면 내가 만화를 잘 그리겠지만, 전문 만화가들 사이에서는 도토리 키재기였다.
－누구로부터 주눅이 들었나. 한 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긴 원고로 당신의 원고를 휴지로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그런 천재가 많았다. '야수라 불리운 사나이'를 쓴 장태산 씨가 그중 한 명이었다. 나는 스승의 문하에서 매일 작업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한 번씩 사라져 계절이 바뀌면 나타난다. 그러고도 내놓는 원고가 대단했다. 천재들은 라이프 스타일도 너무나 여유가 있었다. 부러웠다. 나는 훨씬 초조해졌다.
－당시에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좌절감을 느꼈으니 상처가 컸을 것 같다.
▶불면증에 걸릴 만큼 잘 그리고 싶었다. 하루에 2~3시간 자기도 힘들었다.
나머지 시간은 계속 그렸다. 매일 이른 아침에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었다.
그러나 스토리나 그림 모든 면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장태산 씨는 그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좌절했다. 만화로는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직업을 선택할 생각으로 고향에 내려갔다. 그런데 내가 양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일종의 도피처로 만화계로 다시 들어왔다. 골방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데 나를 누가 찾을 수 있겠나.
－어떻게 좌절감을 극복했나.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일종의 자기 도취도 필요했다. 내가 만화를 그릴 때는 최고의 작품을 그리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최고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100% 몰입해야 최고의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한다고 들었다. 결국 천재와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는 뜻인가.
▶나를 남과 비교한 결과는 불면과 불행의 시간이었다. 허겁지겁 욕심을 내니까 무리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깨달았다.
천재들은 그냥 먼저 보내주고 이기기를 포기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1등이나 최고의 인기작가가 아니라 '오로지 나만의 것'을 찾으려고 했다.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매일 걷다 보니까, 산 중턱이든 정상이든 내 능력만큼은 도달하게 됐다. 나는 그림이 미치게 좋았다.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을 더 그리는 노력으로 충분했다.
－'나만의 것'을 어떻게 찾았나.
▶아무리 그림을 열심히 그려도 스승의 그림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승과 비슷하게 그리는 것은 나보다 잘하는 천재들이 많았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오로지 나만의 것'이 하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내 만화에서 나만의 주인공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 주인공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만의 주인공은 어떻게 찾았나.
▶당시 만화는 정형화돼 있었다.
명랑 만화, 순정 만화, 활극 만화 등마다 전형적인 틀이 있었다. 나는 한 명의 주인공에 3가지 만화의 감성을 모두 넣고 싶었다. 모든 희로애락을 한 사람에게 불어넣으려 했던 것이다. 3가지 그림을 한 틀에 넣고 까치머리를 얹어서 '까치'라는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까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였다. 세상에 없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나, 이현세'였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는 없다. 나 스스로를 빗대서 까치를 창조했다.
－다시 천재 얘기로 돌아가자. 천재는 먼저 가지만, 결국 할 일을 잃고 멈춰 선다고 했다.
▶자기와 비교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좌절도 하지만 각성도 한다. 그러나 천재는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각성의 기회도 갖기 어렵다. 천재는 앞서 가지만, 어느 날 인간이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신의 영역에 부딪히게 된다.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 일반인들은 어차피 신의 영역에 못 가니까 행복하다. 그러나 천재는 불행하다.
－범재도 꾸준히 걷다보면 결국 천재를 이기겠다. 10년이든 20년이든 하루하루 꾸준히 걷다보면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고 당신은 말했다.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만화가들에게 나보다 못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매일 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천재들은 갖지 못한 재능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천재들의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그들의 단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만화 작업은 마라톤이다. 장거리 경주에서 나는 천재를 이겼다.
－그러나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사람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만화가 지망생에게 매일 10장의 크로키를 그리라고 조언하는 것도 날마다 한 걸음씩 내디디라는 뜻 같다.
▶1년이면 365장, 10년이면 3만6500장이다. 전철을 타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그리면 된다. 그 사람이 일어나면 일어난 대로 그리면 된다. 이런 식으로 10년을 그리면 못 그리는 자세가 없을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 일기를 써야 한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정직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느새 자기 내면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진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무엇을 쓰게 되면 주눅이 들어 제대로 못 쓴다.
출처1 :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050223030004#csidx970620f3cb856ce82adc54a660bf708
출처2 : https://m.mk.co.kr/news/business/view-amp/2013/10/935473/
——————
취미카테로 갈까 감동카테로 갈까 고민하다가 취미에 올려봄. 옮겨야 되면 말해줘.
창작토리들 파이팅!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만화가 이현세>
+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자신의 능력과 비교하니까, 당연히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나는 안 되는구나' 하며 자신의 진로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정말 잔인한 일이다.
－30~50대에게 이현세라는 이름은 천재 만화가와 동의어다. 그런데 스스로의 재능을 '도토리 키재기'에 비유했다.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내가 만화를 제일 잘 그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보니까, 나보다 더욱 뛰어난 천재가 있더라. 중ㆍ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그런 친구를 볼 때마다 주눅이 들었다. 일반인들에 비하면 내가 만화를 잘 그리겠지만, 전문 만화가들 사이에서는 도토리 키재기였다.
－누구로부터 주눅이 들었나. 한 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긴 원고로 당신의 원고를 휴지로 만든 사람이 누구인가.
▶그런 천재가 많았다. '야수라 불리운 사나이'를 쓴 장태산 씨가 그중 한 명이었다. 나는 스승의 문하에서 매일 작업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한 번씩 사라져 계절이 바뀌면 나타난다. 그러고도 내놓는 원고가 대단했다. 천재들은 라이프 스타일도 너무나 여유가 있었다. 부러웠다. 나는 훨씬 초조해졌다.
－당시에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좌절감을 느꼈으니 상처가 컸을 것 같다.
▶불면증에 걸릴 만큼 잘 그리고 싶었다. 하루에 2~3시간 자기도 힘들었다.
나머지 시간은 계속 그렸다. 매일 이른 아침에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었다.
그러나 스토리나 그림 모든 면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장태산 씨는 그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좌절했다. 만화로는 경쟁력이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직업을 선택할 생각으로 고향에 내려갔다. 그런데 내가 양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일종의 도피처로 만화계로 다시 들어왔다. 골방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데 나를 누가 찾을 수 있겠나.
－어떻게 좌절감을 극복했나.
▶남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일종의 자기 도취도 필요했다. 내가 만화를 그릴 때는 최고의 작품을 그리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최고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100% 몰입해야 최고의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한다고 들었다. 결국 천재와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는 뜻인가.
▶나를 남과 비교한 결과는 불면과 불행의 시간이었다. 허겁지겁 욕심을 내니까 무리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깨달았다.
천재들은 그냥 먼저 보내주고 이기기를 포기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1등이나 최고의 인기작가가 아니라 '오로지 나만의 것'을 찾으려고 했다.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매일 걷다 보니까, 산 중턱이든 정상이든 내 능력만큼은 도달하게 됐다. 나는 그림이 미치게 좋았다.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을 더 그리는 노력으로 충분했다.
－'나만의 것'을 어떻게 찾았나.
▶아무리 그림을 열심히 그려도 스승의 그림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승과 비슷하게 그리는 것은 나보다 잘하는 천재들이 많았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오로지 나만의 것'이 하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내 만화에서 나만의 주인공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내 주인공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만의 주인공은 어떻게 찾았나.
▶당시 만화는 정형화돼 있었다.
명랑 만화, 순정 만화, 활극 만화 등마다 전형적인 틀이 있었다. 나는 한 명의 주인공에 3가지 만화의 감성을 모두 넣고 싶었다. 모든 희로애락을 한 사람에게 불어넣으려 했던 것이다. 3가지 그림을 한 틀에 넣고 까치머리를 얹어서 '까치'라는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까치는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였다. 세상에 없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정답은 바로 '나, 이현세'였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는 없다. 나 스스로를 빗대서 까치를 창조했다.
－다시 천재 얘기로 돌아가자. 천재는 먼저 가지만, 결국 할 일을 잃고 멈춰 선다고 했다.
▶자기와 비교할 상대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좌절도 하지만 각성도 한다. 그러나 천재는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각성의 기회도 갖기 어렵다. 천재는 앞서 가지만, 어느 날 인간이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신의 영역에 부딪히게 된다.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하게 된다. 일반인들은 어차피 신의 영역에 못 가니까 행복하다. 그러나 천재는 불행하다.
－범재도 꾸준히 걷다보면 결국 천재를 이기겠다. 10년이든 20년이든 하루하루 꾸준히 걷다보면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고 당신은 말했다.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만화가들에게 나보다 못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매일 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천재들은 갖지 못한 재능이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천재들의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그들의 단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만화 작업은 마라톤이다. 장거리 경주에서 나는 천재를 이겼다.
－그러나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사람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만화가 지망생에게 매일 10장의 크로키를 그리라고 조언하는 것도 날마다 한 걸음씩 내디디라는 뜻 같다.
▶1년이면 365장, 10년이면 3만6500장이다. 전철을 타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그리면 된다. 그 사람이 일어나면 일어난 대로 그리면 된다. 이런 식으로 10년을 그리면 못 그리는 자세가 없을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매일 일기를 써야 한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정직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느새 자기 내면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진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무엇을 쓰게 되면 주눅이 들어 제대로 못 쓴다.
출처1 :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cp=seoul&id=20050223030004#csidx970620f3cb856ce82adc54a660bf708
출처2 : https://m.mk.co.kr/news/business/view-amp/2013/10/935473/
——————
취미카테로 갈까 감동카테로 갈까 고민하다가 취미에 올려봄. 옮겨야 되면 말해줘.
창작토리들 파이팅!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