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내가 열한살일때, 나는 내 절친이 사람 죽이는 걸 도와줬어.

왜, 뭐.


내가 걔네를 유인했고 리즈는 걔네를 밀어버렸어. 지금 나는 열여덟이야.
이 일은 칠년 동안 계속되어 왔고 나는 지금까지 왜 그 일이 나쁜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나 궁금해지기 시작했어.
우린 한 여름에 만났어. 내 가족이 사는 집은 해변 근처에 있었지. 그건 우리 아빠 집이었지만 엄마랑 나는 거기 살았어. 우리 아빠는 돈이 좀 많았거든. 아빠는 큰 소프트웨어 회사를 사들였어. 엄마가 나한테 좀 숨기는 게 있는 거 같아. 이건 전부 내가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이거든.
아빠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더 큰 돈을 얻게 되었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갔어. 아빠는 항상 여행을 떠났고, 여행이 끝나면 집에 돌아왔어.


아빠는 엄마에게 자기가 다른 여자가 생겼고, 도시에 있는 콘도에서 그 사람과 같이 있다고 했어. 그리고 이혼을 원하냐고도 했고. 그건 마치-나같이 돈 많은 놈이랑 이혼 하고 싶냐? 라고 들렸어. 사실 그 인간은 엄마가 무슨 말을 하든 지 좆대로 했을테지만. 엄마는 no라고 했고 아빠는 그래. 라고 했어. 우리 부모님은 절대 이혼얘기를 공식화하지 않았어, 하지만 둘은 더이상 같이 살지 않았지.


내가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이건 내 삼촌한테 들은 이야기야. 엄마는 항상 나한테 아빠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고 늘 일때문에 바쁘다고 거짓말하셨거든.)나는 엄마가 계속 이 해변가에 있는 집에서 살기 위해 이혼을 거절했다고 생각했어. 우리 집은 정말 사랑스럽거든. 그건 인정해.


겨울에 폭풍을 맞지 않을 만큼 해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집 한쪽을 덮고 있는 창문으로 내다보면 바다를 볼 수 있을정도로는 가까웠어. 아주 아름다운 광경이지. 내 침실은 3층 다락방이었고 내 침대는 창문에 기대어 있어서 밤에는 파도를 보면서 잠들 수 있었어. 만약 파도 바람이 따듯했다면, 나는 창문을 열고 그 파도의 부서지는 소리와 그게 속삭이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을 거야. 우리 엄마는 내 반친구의 부모님이 그러했듯이 잠자는 시간에 이야기를 읽어주거나 하지 않았어. 그게 아빠는 우리에게 전혀 돈을 보내지 않았거든 어쩔수 없이 엄마는 저녁까지 일하고 밤늦게 들어왔어. 아빠는 풍족하게 살았지만. 우리에게.... 돈을 보내지 않았어. 절대. 엄마가 어린 딸을 키우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던 말던 신경도 안쓰더라고.


나는 이 이야기 또한 크리스마스에 삼촌한테 들었어. 어쨋든, 내가 리즈를 만난 건 아주 아주 지난 여름이었어. 그때에 나는 아빠가 우리 엄마를.... 또 나를 배신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와 슬픔으로 마음이 좋지 않았었어. 엄마는 단순히 해변가의 집을 지키려고 한게 아니라 아빠가 우릴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거 같았어. 중고물품 가게에 내 예전 옷들을 팔아버리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 난 이제 그것들이 싫었거든. 내가 아빠를 싫어하게 된 것처럼 말이야.


나는 여름을 해변에서 보냈어. 완전 붐비는 여름방학이었지.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딱히 어딘가로 놀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 바위와 자갈이 모래로 변하고 나는 미끄러운 돌을을 지나 조그만 웅덩이들을 찾아다녔어. 해변은 한적했지만 나는 나만의 숨겨진 공간을 찾아갔고 그때 리즈를 만났어, 구름낀 날이었지. 내가 물밖으로 나왔을때, 나는 자갈로부터 내 발을 보호하기 위해 샌달을 신었어, 바닷물은 들어왔다 나갔다 했어. 바닷물이 내 무릎에 닿았을때 해초가 마치 머리카락 같이 내 피부에 달라붙었어. 내가 타이밍 좋게 고개를 들자 무언가 청록빛에 마치 에메랄드같은 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어.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닷물을 쳐다봤고. 아무것도 없었어. 나는 내가 본게 무엇인지 찾기 위해 어설픈 걸음으로 바닷물 쪽로 다가가기 시작했어. 나는 내가 실망할 거라고 예상했어, 아까봤던 건 뭐, 플라스틱 병이나 봉지 같은 게 떠나니는 거였겠지. 하지만 내가 여름에 더 할만한 일같은 건 없었는걸.

난 자라면서 많은 친구를 사귀어 본적이 없어. 우리 엄마가 늘 일하느라 바쁘다는 사실과 아빠가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실제론 가난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좋은 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꼈거든. 어린 애들이 흔히 겪는 그거 있잖아. 그거. 잠깐, 뭔가 움직였어. 이번엔 파도 아래에서 무언가 긴 형체가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 나는 숨을 크게 머금고 물 속으로 들어갔고, 따가운 소금기를 무시한 상태로 눈을 떠 집중했어. 그때 어떤 형상이 내 앞을 지나갔어. 헤엄쳐서 말이야. 그건 사람이었어. 나는 해변으로 나와 이 존재가 무엇인지 보기 위해 그가 나올때까지 기다렸어.


나는 기다리고, 기다렸지. 결국 걔가 물속에 너무 오래 있었고, 너무 오랫동안 숨을 쉬러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자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걘 물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어! 아주 조금도!


내가 물 아래로 고개를 넣어 봤을때 그 아이는 더 깊은 물 속에 있었고, 탁한 물 사이로 머리카락만 간신히 보이는 정도였어. 나는 그 애를 구하기 위해 잠수했고 걜 겨우 잡았어 그리고 물 밖으로 끌고 나왔지. 나는 여름에 항상 수영을 했고 평범한 아이를 구할 정도의 수영실력을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그 아이를 구했어. 맞아, 내가 구했지.


나는 걜 눈 뜨게 하기 위해 노력했어, 할 수 있는한 오랜 시간동안 물속에 머물렀지만 내 폐가 타들어갔고 나는 물밖으로 나와 다시 숨을 머금었어. 나는 눈을 뜨기 힘들었고, 내 폐가 또 다시 타들어가는 걸 느끼면 수면으로 올라왔어. 숨을 쉬고, 공기를 빨아들이고, 또 다시 아래로.
나는 패닉에 빠지기 시작했어, 걔는 점점 밑으로 내려가지 이미 물을 많이 마신 것 같았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어. 그냥 해변으로 갔어야 했나? 도움을 구하러 갈걸 그랬나? 진짜 너무 늦었어. 바다는 아이를 데려갈거고 다시 돌려주지 않을 거야. 매년 그랬듯이.


그 때 무언가 내 발목을 잡았어. 나는 발버둥 쳤지만, 실패했어 나는 순간적으로 물속으로 당겨졌어. 나는 숨쉬려고 노력했지만 이내 물이 내 몸으로 들어왔고 그걸 빼내기 위해 고통스러운 기침을 해야만 했어. 나는 미친듯이 몸부림 치면서 날 공격하려는 것들에게 나름대로의 위협을 했어.
겨우 한발짝 앞에 리즈가 있었어. 그녀의 피부는 도자기처럼 하얬지만 창백한 수준은 아니었어. 걘...그냥 백옥같았어, 걔 어깨는 우리엄마의 진주처럼 빛났어. 또 머리카락은 푸르게 빛났고 약간 금속같아 보이기도 했어. 걘 완전 검정으로 가득찬 눈으로 날 응시했어.


"넌 날 따라오면 안돼." 걔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어. 약간 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거 같기도 했고.

"난 니가 물에 빠진 줄 알았어!" 내가 씩씩거리며 말했어.

"내가?!"


그러곤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어, 그 애의 웃음소리는 산들바람같이 느껴졌어. 그건 아마 걔가 오랜 친구 마냥 느껴져서 그랬던 거 같아, 난 진짜 그렇게 느꼈어. 우린 지금 처음 만난거지만!


"난 물에 빠지지 않아.","너는 그렇겠지만." 그녀가 엄청 웃어젖히며 말했어.

"난 훌륭한 수영선수야. 봤잖아?" 내가 말했어.


나는 내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물속으로 백플립했어. 그녀는 나와 함께 물속으로 들어와 물장구 치며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봤어. 걘 수영복같은 건 입고 있지 않았지만 난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내가 수면으로 나오자 걔도 같이 나왔어.


"너 수영 괜찮게 하네."

"하지만 결국 넌 물에 빠지게 될걸." 걔가 덧붙였어.


걔가 같이 해변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어. 큰 나무와 바위들로 둘러싸인 공간이었어. 누군가 찾아오기 힘들겠지. 나는 걜 따라갔고 그녀는 커다란 바위를 오르더니 그위에 무릎을 껴안고 앉았어. 그녀의 긴 손가락 사이엔 얇은 막이 있었고 발가락도 마찬가지였어. 우리는 바위에 앉아서 이야기를 했어, 내가 들어주기도 하고 걔가 들어주기도 하면서. 마침내, 저녁시간이 가까워졌고 난 가야할때가 됐어. 나는 그녀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어. 그녀가 말하길 자기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어.


내가 말했지. 난 널 리즈라고 부를래. 그리고 우리는 하루종일 바다 옆 큰 웅덩이에서 같이 수영했어.
걘 상냥하게 말했어. 다음날, 걔가 그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걸 봤을때 나는 우리가 친구가 되었다는 예감이 들었지.


그가 나한테 같이 그 게임을 하자고 했을 때는 우리가 만난지 일주일 정도 지난 시간이었어. 우리는 이미 많은 게임을 했었어, 물 속에서 잡기 놀이나(내가 걜 잡을 수 있도록 걔가 허락한 거 겠지만!) 내가 집에서 물건들을 가져오기도 했어. 우린 같이 옷을 갈아입었고, 내가 사온 사탕도 나눠먹었어.


리즈는 그의 머리카락 한쪽을 이빨로 물어뜯었어. 그리곤 그걸 땋아 내 손목에 감아주었지. 리즈는 나에게 해변으로 올라가서 피서객들이 있는 곳으로 간 다음에 누군가 나를 따라오는 걸 알아차릴 때까지 걸어보라고 했어. 그녀는 그렇게 하는 동안 내가 겁에 질리지 말아야 한댔어. 그래서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해변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어. 누군가 날 따라왔어, 심지어 내가 바다 안으로 수영해 가기 시작했는데도! 오래걸리지 않아, 우리는 리즈의 게임을 했어.


난 이게 다 괜찮다고 느껴졌어. 나는 리즈가 시킨 일들이 전혀 이상하게 생각되지 않았어. 나는 리즈를 신뢰했고, 걔가 하는 말은 뭔가 이유가 있는 거 같았거든. 나는 다시 해변으로 돌아갔고 해변엔 파라솔 밑에서 쉬는 사람들, 모래성을 지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었어. 나는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누가 일어나서 나를 따라오기는 할까? 라는 생각을 했어. 리즈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팔찌가 햇빛에 반짝였어. 그리고 누군가 날 따라온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어. 날 따라오는 사람은 한 20살쯤 되어보이는 젊은 남자였어. 그의 눈은 공허해보였고 한 7-8걸음 뒤에서 날 따라오고 있었어. 그는 모래사장과 자갈을 지나서도 계속해서 날 쫓아오고 있었어. 나는 더이상 모래바닥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갔어. 그를 뒤돌아 지켜보면서 바다를 헤엄치는 것도 잊지 않았지. 그도 나를 따라 수영하기 시작했어.


우리는 좀 더 깊숙히 들어갔고 나는 리즈가 왜 나를 시켜 저 남자를 데려오게 한건지 궁금했어. 이 게임이 뭔지도. 그리곤 리즈가 남자 앞에 나타났어. 그의 얼굴이 리즈쪽으로 향했고, 그 남자의 눈은 검은색으로 빛나는 거 같았어. ㅋㅋ약간 소같네. 바보같은 소는 자신의 삶이 죽음을 향해 기어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 리즈는 팔을 활짝 피고 남자의 어깨를 감쌌어. 그리고 그 남자에게 입을 맞추더니 그대로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갔어. 물이 그들이 있는 쪽으로 퍼졌고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어.
나는 리즈가 남자를 끌어안고, 그 남자가 몸부림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자의 폐에서 모든 공기를 빨아들이고 물로 채우는 걸 지켜봤어. 남자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경악해선 주위를 둘러보았어. 하지만 이젠 늦었지. 남자는 죽었어.


리즈는 내가 서있을 정도로 얕은 곳에서 축 처진 남자의 몸을 들고 있었어. 리즈는 리즈가 남자를 먹는 모습을 내가 보면 충격을 받을 거라고 하면서 보지 말라고 했어. 그리곤 물 밑으로 몸을 숨기더니 우리 주변의 물이 피로 흐려질 때까지 남자의 팔을 찢었어.
우리는 남자의 손가락 뼈로 목걸이를 만들었어. 나는 큐빅과 함께 그걸 묶었고 리즈는 그 목걸이를 목에 걸었어. 리즈는 다음 목걸이는 내 것이 되게 하겠다고 약속했어. 그리고 리즈는 약속을 지켰지. 한 한달 정도 지나고 리즈는 나에게 다시 팔찌를 차라고 말했어(리즈가 그 팔찌는 리즈가 있는 곳에서만 차야한다고 했어, 그냥 간직하는 건 상관없대.) 그리고 해변으로 가서 또 다른 남자를 유인했고 리즈는 그 남자도 똑같이 만들었어.


나랑 리즈는 여름 내내 놀았어. 나는 리즈에게 내 가정환경에 대해 털어놓았고 리즈는 묵묵히 들어줬어, 그리고나서 우리는 많은 게임을 했지. 가끔 내가 하는 게임, 또 가끔은 리즈의 게임을 했어. 내 생각에 그 첫 여름에 우리는 5명정도 죽인 거 같아. 그걸 다 세기는 어려워. 내가 보기에 그 사람들은 다 비슷해보였고 같은 방식으로 죽었으니까. 리즈는 물에서 솟아올랐고, 그들을 죽음의 품으로 인도했어.
우리는 가을과 겨울에 왔던 사람들을 기억해. 나는 더 이상 수영을 할 수 없었고 내가 밖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았어, 물론 여전히 할 수 있는 한 리즈를 찾아갔지만. 그때 나는 학교 공부를 했는데 숙제를 가져와서 리즈의 바위 위에 앉아 풀기도 했어. 리즈는 내가 수학문제 푸는 걸 옆에서 구경하기도 했지. 나는 리즈를 더 도울 수 없었어. 겨울 바다는 나에게 너무 차가웠으니까. 하지만 리즈는 나에게 괜찮다고 했어. 아마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봐.


어느 날 난 리즈가 그걸 하는 걸 봤어. 어떤 남자가 강아지를 데리고 해변을 산책하고 있었고. 리즈는 그 남자를 보고는 빠르게 물로 들어가 큰 파도를 만들어냈어. 난 리즈가 바닷물 밖으로 나와있는 걸 봤어. 그리곤 리즈의 노랫소리가 들렸어, 마치 바다가 스스로 속삭이는 것 같은 소리가 파도를 타고 울렸어. 어딘가 그리움이 느껴져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떨렸어. 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어. 나는 내가 가진 아빠를 향한 증오 속에서 그리움을 느꼈어. 나는 어머니에 대한 조금의 원망과 연민 아래 어딘가에서 엄마와 내 사이가 점점 멀어진 것에 대해 떠올렸어. 나는 저 남자가 강아지를 내버려두고 바닷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내내 리즈의 노래를 듣고 흐느꼈어.
리즈가 해변으로 돌아와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내 눈물을 훔쳐줬을때, 그녀는 뭔가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어. 리즈는 노랫소리에서 들리는 건 진실이 아니라고 했고, 무언가 모호한 말을 했어. 그리고나서 내게 일단 집으로 돌아가라고 제안했어. 대신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지.


그 밤에 나는 팔찌의 조각들을 침대에 올려놓고 창문을 열었어. 해안가를 따라 물결치는 소리 밑에 리즈가 애처롭고 쓸쓸한 노래를 부르고 있는게 들렸어. 나는 더 이상 어머니의 굿나잇 키스가 필요하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칠년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보냈어. 그리고 내 방 깊숙한 곳에 리즈의 팔찌와 손가락뼈로 만들어진 목걸이가 들어있는 상자를 숨겨놨어. 상자 안에는 리즈가 갈아 놓은 갈비뼈와 리즈와 함께 손잡고 수영하는 그림을 새긴 두개골 조각도 있어. 리즈도 나랑 비슷한 상자를 가지고 있어. 리즈의 상자엔 장난감 동물, 우정팔찌같이 내가 매년 리즈를 위해 샀거나 만들어준 것들을 보관했어.


나는 리즈와 함께 자랐고,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해 슬프다는 사실을 리즈에게 말했어. 리즈는 내가 다른 여자애들 처럼 남자친구를 사귈 필요가 없다고 말해줬어. 나는 다른 친구들처럼 인기가 있어야 한다거나 예뻐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너무 기뻤어. 내 생각에 리즈가 날 그 압박감에서 구해준 거 같아. 내가 그런 생각하는 것을 멈췄을때, 그때 비로소 다른 사람들이 생각보다 날 싫어하거나 위협하지 않는 다는 걸 알게되었어.


리즈는 내 가장 좋은 친구야. 진짜 자매가 있다면 이런 기분이 들까 싶을 정도로.


나는 이듬 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어. 아마 지방주립대학에 가게 될거 같아, 왜냐하면 우리 집은 돈이 없는 상황인데, 운좋게 그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거든. 내 생각에 엄마는 나를 자랑스러워 하신거 같아. 아무래도 우리 가족에 여러 가지 문제로 경제적으로 집안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아빠가 내 졸업식에 계셨어.(아직도 안믿어져.) 나는 바닥에 떨어진 학사모를 주어들고 엄마가 기다리는 주차장으로 갈때까지 아빠가 여기 왔다는 사실도 몰랐어. 우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이모와 삼촌이 열어준 파티에 참석할 거 였거든. 나는 엄마에게 큰 파티를 원하지 않는다고 했어. 내 친구와(나도 몇몇의 친구가 있기는해. 물론 리즈만큼 친한 애는 없어.) 엄마의 친구들을 생각해서 큰 파티를 열면 음식이나 파티장을 꾸미는 데 돈이 많이 들거 같아서 걱정했거든. 나는 엄마에게 파티는 괜찮다고 말했어. 고등학교 졸업식을 축하하는 건 의미없다고, 대학교 졸업식 파티를 더 멋지고 크게 열면 된다고 했어. 나 이번 년에 엄마한테 거짓말 너무 많이 한 거 같아.....


아빠는 강당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있었고 나한테 그걸 주려고 했어. 나는 너무 놀라서 할말을 잃었어. 엄마는 아빠의 사진을 집안에 계속 뒀었고, 나는 아빠의 얼굴을 보면서 내 뱃속에 끓고 있는 증오를 느꼈어. 그는 많이 늙었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샜어, 하지만 난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어.


아빠는 내 어린 시절을 방치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건 아니라고 했어. 그 시간을 만회할 수는 없었지만, 자기가 얼마나 좆같은 아버지였는지 깨달았다는 것-난 딱히 이 말을 신용하지 않아-그리고 관계를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어. 하지만 괜찮다면 내 대학교 등록금을 내주고 싶다고 했지.
나는 그에게 장학금을 받았다고 했어. 그러자 그는 내 기숙사비와 교재에 대해 지원해주겠다고 했어. 하지만 나는 그걸 받지않았어. 만약 내가 자길 싫어한다면 그건 괜찮대. 아빠는 나에게 평범하고 일반적인 졸업식 축하 카드를 주었고 그 안에는 그의 핸드폰 번호가 있었어. 내가 돈이 필요할때 문자를 해주면 그냥 수표를 보내준대. 전화는 안해도 된다더라. 아무 조건없이 말이야. 지금이라도 아빠노릇 해보려는 어줍잖은 시도였지. 너무 늦은 것 같지만 말이야.


그는 실제로 자기 자신이 한심한 사람이라고 말했어.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는 그냥 걸어가버렸어. 나는 그 카드를 꽃다발 포장지에 쑤셔넣고 엄마에게 갔어. 엄마는 내가 왜 이렇게 늦게 왔나 궁금해하는 거 같아서, 그냥 내 전공을 고민할때 도움을 주었던 선생님을 만나고 왔다고 엄마에게 말했어. 우리는 집에 돌아와 꽃을 꽃병에 넣었고 나는 아빠의 카드를 내 추억 상자에 손질된 갈비뼈와 손가락뼈 목걸이와 같이 넣어놓았어.


그날 저녁 나는 해변으로 내려갔어. 리즈가 날 기다리고 있었지. 나는 리즈에게 내가 졸업식을 했고 그게 왜 중요한 건지 설명했어. 그녀는 내가 대학때문에 더이상 여름에 찾아올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엄청 슬퍼했어. 나는 조금 울어버렸어. 리즈에게 딱 4년이면 된다고 내가 꼭 해변과 가까운 곳을 찾겠다고 그럼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반드시 그러겠다고 약속했어.


우리는 돌 위에 앉았고 리즈는 내 학사모를 써보려고 했어. 그녀는 내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했어. 리즈는 이게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어, 비록 날 많이 그리워 하겠지만 그 순간은 잠시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어. 리즈는 날 기다리겠다고 말했어. 그 말이 정말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리즈가 사람들을 파도 밑으로 데려갈때 처럼, 그 팔찌가 내 손목을 감쌌던 것처럼, 리즈의 머리카락이 내 가슴을 감쌌고 날 잡아당기는 거 같았어.


나는 리즈에게 아빠에 대해 말했어. 그가 나한테 꽃다발을 가져다 주었고 대학에 대해 지원해주겠다고 한 거 말이야. 난 왜 내가 그에게 이걸 말한 건지 모르겠어. 무언가 내 머릿 속에서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지난 칠년 동안 들어본적 없는 그런 소리였어. 리즈는 내 말을 듣고 똑바로 앉아 내 학사모를 들었을때 처럼 무릎위에 가만히 손을 얹고 있었고 눈을 크게 떴어.


"너희 아빠를 해변으로 데리고 와." 갑자기 리즈가 말했어.

"바다는 항상 너의 삶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잖아. 너는 그걸 너희 아빠한테 보여줘야만 해. 그건 니가 그 사람하고 절대 쌓지 못한 관계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거야."


그 말은 되게 합리적으로 들렸어, 마치 그녀가 남자들을 바다로 데려오라고 했을때처럼. 아주 의미심장했지. 나는 순간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어. 리즈는 나에게 학사모를 들려주었어. 나는 리즈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어. 리즈는 내가 선택해야 한다고 했어. 문자로 아빠를 불러내,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말해. 그를 해변으로 불러내는 거야.


머리가 하나의 생각으로 점점 뒤덮이는 기분이 들었어. 나는 반드시 아빠에게 이 바다를 보여주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거 같았어. 리즈와 나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 사이에 전에는 느끼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아마도 내 가장 친한 친구인 리즈를 아빠에게 소개해줄 지도 몰라,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 사실을. 아빠와 나 사이에 비밀이 되는 셈이지.


나는 리즈의 팔찌를 찼어.


그리고 우리 둘의 추억이 담긴 상자를 찾아서 열었지. 손질된 갈비뼈와 팔찌 그리고 졸업축하카드가 이리저리 어질러져 있었어. 나는 축하카드를 빼내고 나머지를 다시 숨겨둔 뒤 침대로 걸어갔어


그 날 밤. 나는 리즈의 애절한 노래를 들었어. 가슴에 돌덩이가 얹어져있는 것처럼 내 모든 분노와 원한이 내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고, 리즈의 품에 안겨 깊은 바다로 빠져드는 꿈을 꾸었어.


아침이 되고 나는 꽃병이 부엌 바닥에서 깨져있는 걸 보았어, 그리고 꽃들은 짖밟힌 채 깨진 조각 사이에 있었어.
리즈는 내 아빠를 죽이고 싶어해. 나는 이것에 긍정적이야. 나는 다른 남자들을 모두 익사시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이 일도 별 문제 없을 거라는 생각을 계속 하고있어. 우리는 그의 손가락뼈로 목걸이를 만들고 그의 갈비뼈로 단검을 만들게 되겠지.


나는 아빠한테 전화하고 싶어. 진짜로. 나는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게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그가 정말 변했는지, 비록 과거를 되살릴 순 없지만, 미래는 다르니까. 왜 이런 기분이 드는 지 혼란스러워.


하지만 곧 여름이 다가오고 리즈는 매일 밤 노래하며 날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 나는 너무 두려워 어느날 내가 아무런 생각없이 그 팔찌를 들고 우리 아빠를 해변에서 만나자고 부를까봐. 만약 내가 여름에 대학에 가 있는 다고 해도.... 리즈는 날 기다릴 거야.


리즈는 날 영원히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어.


출처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bz7o0x/my_best_friend_is_a_siren_and_she_wants_to_kill
https://blog.naver.com/skywhale00/221560979726

  • tory_1 2019.09.17 23:35
    너무 아름다운 얘기다. 리즈가 사는 바다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어... 사람들 죽는건 안타깝지만....
  • tory_2 2019.09.18 00:1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12/18 06:32:16)
  • tory_3 2019.09.18 00:12
    몰입력 대박이다 청춘영화 같이 그려지는데 동시에 신비로워
  • tory_4 2019.09.18 00:22
    정말 아름다운 얘기다... 둘의 우정이 정말 아름답고 신비해
  • tory_5 2019.09.18 01:32
    글 진짜 잘 썼다 번역도 잘되었네 슬픈 공포영화같다 ㅠ
  • tory_6 2019.09.18 04:01
    이게 우정이라니 나는 주식을 사버려써... 리즈... 이건 사랑이다
  • tory_7 2019.09.18 07:06
    이게...이게 우정이냐 결혼하자ㅠ...... 공포글 읽으며 이런 생각 하다니!
  • tory_8 2019.09.18 10:20

    눈 앞에 이야기가 그려진당....

    리즈가 영원히 기다릴 것이라는게 왜케 먹먹해 ㅠㅠ

  • tory_9 2019.09.18 18:20
    이건..이건우정이아니다아아아아악
  • tory_10 2019.09.19 00:35
    완전 로맨틱해...
  • tory_11 2019.09.19 09:20

    사이렌??? 그 스벅로고 전신인 그 사이렌??? 내용이 동화같기도 하네

  • tory_12 2019.09.19 12:23
    와...뭔가 새로운 이야기같아
  • tory_13 2019.09.19 16:38

    정말 예쁜 글이다 

  • tory_14 2019.09.19 19:54
    리즈가 진짜 아빠를 주겨버리고 싶어하는 것 같음 약간 무서우면서도 로맨틱해
  • tory_21 2019.09.22 11:53
    복수해주려고그러는걸까?
  • tory_15 2019.09.20 09:29
    영원히 사는 그런 존재였구나...
  • tory_16 2019.09.20 13:08
    리즈랑 주인공이 친구면 나는 친구가 없다ㅠㅠㅠ
  • tory_22 2019.09.23 20:49
    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
  • tory_17 2019.09.21 14:58

    성애없는 사랑같다 트루럽....

  • tory_18 2019.09.21 15:40
    왜이렇게 애틋하고 내마음이 절절하고 그르냐.....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냐고....... 스산하고 너무 로맨틱한 이야기야ㅠㅠㅜㅜㅠㅠㅠㅠ 시부럴 너무 조아ㅠㅠㅜㅠㅠㅠㅠ
  • tory_19 2019.09.21 16:39

    너네가 친구면 나는 친구가 없다...이런 류의 아련하고 잔잔한 공포 괴담 너무 좋아..ㅠㅠㅠ 먼가 흩날리는 머리카락이나 부서지는 파도같은게 연상돼서 너무 좋다...ㅠㅠㅠ언제까지고 너를 기다린다는 말이 공포스러우면서도 낭만적이라서 너무 좋아

  • tory_19 2019.09.21 16:4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9/21 16:41:22)
  • tory_20 2019.09.21 21:22
    둘이 친구면 나는 친구가 없는 거였구나...
  • tory_23 2020.02.21 17:12

    잘봤어.

  • tory_24 2023.04.19 15:18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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