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내가 겪었던 얘기야
당시 동네엔 중학교가 한 군데밖에 없어서
각기 다른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다 같이 입학했었어
그래서 반에 모르는 얼굴들이 꽤 있었는데
다들 처음엔 견제하면서 같은 초등학교 나온 애들끼리만 놀았어
뭐 그것도 잠시 나중엔 다들 잘 지냈지 나톨도 마찬가지였고
내가 그 무렵 친해진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를 A라 칭할게
A가 무리에 들어오면서 평소 넷이 같이 다녔는데
학교 밖에서는 주로 A랑만 놀았어
나머지 둘은 학원을 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날도 어김없이 같이 놀려고 A네 집으로 같이 갔지
건물 계단 옆 한쪽에 우편함이 있었는데 보고 깜짝 놀랐어
모든 우편함에 부적이 붙어있는 거야 ;
당시만 해도 도어락 있는 건물은 거의 없었기에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워서 전단지가 많이 붙던 때라
무당집 홍보하는 건가 싶었음
A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자기네 집 우편함에 붙어있던 부적을 떼서는 찢어버렸어
계단 올라가는 내내 기분 나쁘다면서 화를 내더라고
나도 속으로 특이하게도 광고하네 싶었음
그 뒤로 한두 시간쯤 놀았을까
친구가 졸리다고 하길래
그날따라 배도 고프고 해서 일찍 집에 갔어
다음날 A는 학교에 오지 않았고
담임선생님은 그날 새벽에 A네 집에 불이 났다고 하셨어..
10년도 더 된 얘기지만 지금도 우편함 볼 때면 종종 생각나
그날 건물 밖으로 나가는 길에 본 A네 집만 빼고 붙어있었던 부적들이..
그걸 안뗐더라면..ㅠㅠ 다른 사람들도 기분 나빠서 떼어버렸을것같은데 의외로 아무도 안떼었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