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오늘만 3번째로, 내 무릎에 앉은 아이의 엉덩이에서 뜨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난 이런 일에 기겁할 정도로 어리진 않았다. 

첫 번째 오줌 방울이 산타복 안의 내 다리에 떨어져 옆으로 흘러내리려는 순간, 
난 아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번쩍 들어 올린 뒤 의자 옆에 서게 하곤 나도 일어났다. 

아이는 울기 시작했고 손으로 눈물을 훔치려고 하는 통에 
자그만 손에 쥐고 있던 종이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봐, 작은 친구, 괜찮아" 내가 말했다. "이런 일도 일어나는 법이라구. 
어머니한테 가서 씻겨달라구 하자" 나는 고개를 들었고 
이미 저만치서 달려오고 있는 아름다운 금발의 여성을 보았다. 

그녀는 양손에 쇼핑백을 한가득 안고 있었고, 아이의 울음, 
아니면 아이 바지에 커다랗게 생겨가고 있는 오줌자국을 보고 놀라서 서두르고 있었다.


"제가 이 아이 엄마에요" 그녀는 달려오는 통에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나는 그녀가 다가오자 말했다. "아이가 작은 실수를 한 거 같아서요"

엄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당연하게도 좀 부끄러웠겠지.

"오, 정말 죄송해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아뇨,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이것도 이 일의 일부거든요"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작은 친구는 여전히 엉엉거리고 울고 있었다, 뭐 어찌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일반적으로 나도 오줌에 뒤덮히는 걸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난 아이에게 산타 알바로 단련된 손길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다시 한 번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정말 죄송해요, 어떻게, 제가 씻을 수 있게 해드려야 하는데" 아이의 엄마가 말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탈의실에 예비 옷도 있고 샤워도 할 수 있거든요"

"그럼 세탁비라도 드릴게요"

난 재빨리 그녀의 손을 보았다. 반지가 없었다.



"쇼핑몰에서 세탁까지 다 해줍니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시면 언제 시간 되실 때 차나 한잔 사시죠" 
나는 희망을 담아 물어보았다. 이 오줌 상황이 어쩌면 결국 좋은 일로 바뀌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품고.

아이 엄마의 볼에 조그맣게 홍조가 다시 피어나더니 정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미소가 그려졌다.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산타 부인께는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에요!"

"아,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산타씨는 부인이 없거든요" 난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쇼핑백 밑바닥에 묻혀있던 핸드백에서 종이와 팬을 꺼내더니 전화번호를 재빨리 썼다.


"그나저나 내 이름은 몰리에요" 그녀가 말했다. "오늘 일 끝나면 전화해요, 산타"

그녀가 미소를 짓고 걸어나갔다.

난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15분 만에 다시 알바 장소로 돌아왔다. 
그 날의 나머지는 별 특별한 일 없이 흘러갔다. 더 이상의 오줌 사고도 없었고.

일의 끝 무렵에 난 산타 알바를 하는 장소의 북극 배경 그림을 철거하는 걸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난 구겨진 종이 조각을 주머니에서 발견했다. 
몰리의 아들이 울음을 터뜨렸을 때 떨어뜨린 걸 기억했다. 
난 대충 그걸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으며 이따가 만나면 건네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짐을 꾸리고 옷을 갈아입은 뒤, 난 차에 타고 나는 듯 집으로 달려갔다. 
최소한 한번 더 샤워를 하고 몸 단장을 해서 
몰리에게 내가 오줌으로 뒤덮힌 산타 옷 입은 루저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으니까.

아파트에 올라와서 난 주방에 종이 조각들을 올려놓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몰리의 핸드폰 번호가 적혀있는 종이 조각을 들어 올리고 그녀의 번호를 입력했다.

신호가 가면서, 난 아이가 산타에게 쓴 선물 목록을 떠올렸다. 
이 친구 틀림없이 산타에게 부탁할 장난감을 잔뜩 그려 놨겠지. 
내가 그 종이를 집어 드는 순간, 수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몰리의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난 발랄하게 대답했다, 

그 순간 아이의 그림에 대해선 싹 잊어버렸다. "산탑니다"

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전화하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말을 들으니 기분 좋은데요, 오늘 밤에 만나서 한 잔 하실래요?"

"좋죠" 그녀가 대답했다. 목소리에서 미소가 보이는 듯 했다. 



그녀는 자기 집 근처, 가장 좋아한다는 술집의 주소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난 샤워를 마치고 출발하기 전에 문자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참, 산타씨" 그녀가 내가 전화기를 내려놓으려 할 때 말했다. 
"산타복도 챙겨오는 게 어때요? 누가 알겠어요? 
내가 당신 선물 목록의 야릇한 리스트에 올라가 있을지?" 
그녀는 키득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전화를 끊었다.



내가 당장에 산타복을 챙겼다는거 다들 이해하리라 믿는다.
난 희미한 오줌 냄새를 지우기 위해 몇 번이고 비누칠을 하면서 재빨리 샤워를 마쳤다. 
이 냄새가 달아오르는 몰리를 한번에 식어버리게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몰리는 산타복 패티쉬가 있는거지 골든 샤워(오줌) 패티쉬가 있는 건 아닐테니까.

샤워실에서 나와 옷을 서둘러 챙겨 입으며 핸
드폰과 몰리 아들의 선물 목록을 챙겨 문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난 몰리에게 출발했다는 짧은 문자를 보냈다. 
손에서 종이 조각을 굴리면서 난 이 종이를 보려다 말았다는 걸 기억해 냈다.

종이를 펼쳐보니, 거기엔 크레용으로 그린 악몽이 펼쳐져 있었다. 
아이의 손재주로 그린 조악한 그림 속에서, 난 빨간 옷을 입은 남자, 
두껍고 하얀 수염과 산타 모자를 쓴 남자가 침대에 묶여있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금발의 여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쳐들린 두 손에는 회색 물체가 들려 있었다. 
검붉은색 크레용으로 그린 선들이 빨간 옷을 입은 남자의 목에서 마구 샘솟고 있었다.

아이는 자기 엄마가 산타 플레이를 하는 남자를 살해하는 장면을 그려 놓았다.

엘리베이터가 지하에 내려 섰고, 난 문이 열렸다 자동으로 닫힐 때 까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난 계속 그림을 쳐다보았고, 빨간색 피 분수에 가려진 침대 밑의 형체를 알아차렸다. 
그건 조그만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웅크린 채 귀를 막고 분수처럼 치솟는 내장 밑에 숨어있는 아이였다.

난 숨을 헐떡이고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산타복으로 가득한 가방에 걸려 거의 넘어질 뻔 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 타며 내려놓은 가방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사는 층수에서 문이 열렸고 난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오며 우리 이웃집 사람들과 부딪혔다. 
그 사람들은 내 뒤통수에 대고 뭐 라뭐라 욕을 하며 엘리베이터에 탔다. 
난 집에 뛰쳐 들어와 문을 잠갔다.

혈관을 타고 충격과 아드레날린이 퍼져가면서 난 문에 기대어 천천히 주저 앉았다. 
마침내 난 손에 그림을 쥔 채로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가 나에게 준 경고를 손에 꽉 쥐고, 오늘 아침에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내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몰리였다.

핸드폰의 경쾌한 벨소리가 우리 집 현관에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fallequation/222203177205
  • tory_1 2021.05.03 22:27
    토리야 고마워~~~재밌다
  • tory_2 2021.05.03 22:46
    어우 애기가 착했네...
  • tory_3 2021.05.03 22:46
    무서워 ㅎㄷㄷㄷㅜㅜ
  • tory_4 2021.05.03 23:04
    아들이 목숨을 구해줬네 와우...ㅎㄷㄷ
  • tory_5 2021.05.04 10:04

    애기가 목숨 살렸네ㅠㅠ

  • tory_6 2021.05.31 22:09
    그래서 산타 내 보고 아가가 겁에 질려 있던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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