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철학자인 닐 보스트롬은 2003년에 '우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는가?' 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우주 전체가 초고성능의 컴퓨터 내부에서 작동하는 시뮬레이션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했어. 이것을 '모의실험 가설' 또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이라고 부르지.
근데 그 내용은 어떤 음모론이나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가정에 대한 이야기였지. 요약하자면 이런거야.
1. 인류가 충분히 발전한다면 언젠가는 우주 전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을 것이다.
2. 그정도로 발전한 인류가 단 1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수많은 우주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실행할 것이다.
3. 그 시뮬레이션 우주 속에서 발전한 인류 역시 똑같은 발전을 거쳐 우주를 시뮬레이션 할수도 있을것이다.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면 시뮬레이션된 우주는 셀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4.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가 이전에 발전한 문명에 의해 만들어진 시뮬레이션이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는가?
위와 같은 가정을 거쳐서 10억개의 우주가 만들어졌다고 쳐보자. 그 중에 실체로 이루어진 진짜 우주는 딱 1개밖에 없겠지? 다르게 말하면 우주가 10억개라면, 우리 우주가 시뮬레이션이 아닌 현실일 가능성은 10억분의 1이라는거야.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론 머스크가 바로 이 시뮬레이션 가설의 대표적인 지지자야. 영상에서도 나오듯이 일론 머스크는 "우리 우주가 시뮬레이션이 아닐 가능성은 10억분의 1"이라고 말하지. 가설에 의하면 수많은 시뮬레이션 우주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 수많은 시뮬레이션 우주중에 하나라는거야.
사실 우주가 컴퓨터 프로그램이라는 이야기는 닉 보스트롬이 이 가설을 제안하기 전부터도 떠돌던 이야기였어. 하지만 어디까지만 음모론이나 흥미로운 상상 수준으로만 여겨졌지.
그런데 21세기가 오면서 컴퓨터의 연산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현실을 그럴듯하게 모방한 시뮬레이션과 3D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과학계에서도 점점 진지하게 시뮬레이션 가설을 검토하기 시작했어. 이런 가설들은 우주의 본질이 정보 그 자체라는 '정보 우주 이론'과 결합되기도 했지.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자주 뵐수 있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의 발언이 담긴 영상이야. 영상 틀면 전부 나와있지만 귀찮은 토리들을 위해 밑에 김상욱 교수님의 발언을 요약해서 적어놓을게.
"근데 이런 것들은 재밌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물리학에서도 심각하게 고려되는 이론중에 하나죠. 양자역학의 해석중에 하나가 '정보 우주 이론'이거든요. 그러니까 우주를 그냥 정보로 보는건데, 이런 이론이 나온 이유는 우주를 어떤 실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다는거에요. 뭐(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죽었네, 뭐(양자)가 거리를 두고서 얽혀있고(양자 얽힘 현상)... 하여튼 하나같이 이상하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그냥 어떤 데이터나 정보라고 생각하면 굉장히 모든게 쉬워질뿐만 아니라...양자역학은 결국 측정하기 전에는 모든 게 정해져있지 않고 측정을 통해서만 정해지거든요? 그렇다면 그게 우주의 모습인데 그런것이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오히려 우주는 질문과 답으로 되어있는거 같아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상태라는 말 자체가 정보에요. 상태, 확률과 같은 단어들이 정보를 다룰때 나오는 용어들이에요. 양자역학을 계산할때 온갖 불확정성이 생기고 뭔가 이상하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다 깨끗이 버리고 양자역학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정보를 다루는 그 방식으로 되어 있는 거에요. 실제로 질량이 있다거나 전자가 있다거나 하는거 다 버리고 오로지 이것을 컴퓨터한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Yes나 No로 받는 이런 관계로만 생각하면 모든게 아무 문제 없이 다 이해가 되요. 우주는 사실은 우리 눈에는 실체가 보이는것 같지만 오히려 허상이고 내부는 그냥 정보들로 운영되는...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죠 거대한 컴퓨터인지 우리가 모르는 어떤 다른 건지는 모르지만 우주는 전형적인 정보처리 과정의 모습을 갖고 있다는거죠."
김상욱 교수님은 이런 설명 뒤에 이 가설이 실험적 증거가 없기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론이라고 밝혔지만, 영상에서 나온 설명이 현재 과학자들이 시뮬레이션 가설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유를 거의 다 담고있어. 원자 이하의 단위를 다루는 양자역학은 너무 비상식적인 현상이 많이 일어나는데, 이걸 컴퓨터의 정보처리과정이라고 가정한다면 수많은 의문이 해결된다는거지. 구체적으로 이런 것들이야.
Q. 양자역학에서 관측이 되지 않는 물질은 가능한 상태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우주를 시뮬레이션 하는 컴퓨터의 최적화 과정이다. 3D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보지 않는 곳은 렌더링하지 않고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관측되지 않은 물질은 최적화를 위해 굳이 연산하지 않는 것이다.
Q. 우주에 '무한'이라는 개념의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플랑크 단위와 같은 우주의 최소단위는 왜 존재하는가?
A. 우주는 근본적으로 디지털이기 때문이다. 우주의 최소단위는 컴퓨터의 1비트나 모니터 화면의 1픽셀과 같은 것이다. 무한한 픽셀을 가진 모니터나 무한한 연산능력을 가진 컴퓨터는 존재할 수 없으며 우주도 물리적 한계가 있는 컴퓨터 내에서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Q. 왜 블랙홀과 같이 밀도가 극도로 높은 천체에 접근하면 시간이 느려지는가?
A. 게임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오브젝트가 뭉쳐져있는 장소에 가면 렉이 걸린다. 밀도가 높은 곳에서 생기는 이상현상도 프레임(시간)을 낮춰서 컴퓨터의 과부하를 막으려는 것일수도 있다.
이렇게 보니 우리가 사는 현실과 컴퓨터가 얼마나 비슷한지 알겠지? 시뮬레이션 가설이 컴퓨터의 발전과 함께 점점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는만큼. 기술이 발전할수록 점점 더 현실은 허상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기 시작할거 같아.
나는 개인적으로 시뮬레이션 가설만큼 우주를 제대로 설명하는 이론이 없다고 생각해서,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진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주제라고 생각해. 공포방에 어울리는 글인지 고민스러웠지만 미스터리 말머리도 있고 우주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길래 공포방 토리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
토리들의 의견은 어때? 우리가 사는 현실은 정말 컴퓨터 속의 프로그램일까?
아직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