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https://www.dmitory.com/index.php?mid=horror&document_srl=164334021

오랜만이야

지난번 글이 반응 좋아서 이야기 더 가져왔어!
  • tory_1 2021.01.22 02:39
    와 기대할게! 언제 오나 했는데 돌아와서 고마워 톨아.
  • W 2021.01.22 03:42
    6. 호랑이 그림

    약국 집에 살 적에 거실에 어린이 키만한 호랑이 그림이 있었어

    컬러 있는 수묵화같은 재질이었는데 배경에 산 있고 호랑이가 앞을 주시하면서 내려오는 모습이었는데

    우리 집에서는 우리를 지켜주는 그림이라고 귀하게 여겼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어

    일단 그 그림은 아빠가 스님에게 사온 거야. 아빠가 술마시고 화낼 때 빼고는 사람들에게 환심사고 싶어하는 마음, 가여워하는 마음이 있는 편이야

    그래서 특히 겨울에 충동적으로 길거리에서 할머니가 파시는 고사리를 한 박스 다 산다던지 뻥뛰기를 제 값보다 더 주고 사온다던지 하는 일이 있었어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날에 승복 입으시고 뺨이 움푹 파일 정도로 빼빼 마르신 스님 화가가 길가에 앉아서 호랑이 그림들을 팔고 계시더래

    아빠는 그게 너무 안되어보여서 제일 큰 그림을 5만원 더 얹어주고 샀대. 그리고 그 스님은 아주 고마워하면서 그림을 팔자마자 장사를 접고 떠났대

    어쨌든 그림을 사고 몇 년 후에 잠을 자는데 아빠 눈이 확 떠졌대. 참고로 엄마는 아빠에 비해 아주 둔한 편이야 잠귀도 어둡고 (재밌게도 그렇게 예민한 아빠는 한번도 귀신 본 적 없음)

    마치 수능 당일 아침 알람시간 전에 일어난 것처럼 정신이 기이하게 맑고 또랑또랑했대.

    침대 안에 있자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안방에서 나왔는데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니 호랑이 그림이 떨어져서 유리가 산산조각나 있더래.

    알고보니 그 소릴 듣고 깬거지

    어쨌든 너무 촉이 안 좋아서 현관을 봤더니 현관 문이 반쯤 열려있었대. 그러고 현관 밖에서 할머니가 00아~ 빨리 불 좀 켜봐라 이렇게 말했대

    그런데 그 목소릴 듣는 순간 소름이 쫙 끼치고 절대 불을 켜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대.

    거실 건너편에 스위치가 있었거든.그럼 불 키려면 맨발로 유리 조각 가득한 곳을 건너가야 하잖아, 거기서 아빠는 그 목소리는 절대 할머니가 아니라고 확신했대.

    할머니는 아빠를 (너무 심하게) 금이야 옥이야 키워서 절대 유리조각 깔려 있는 바닥을 맨발로 건너게 할 할 양반이 아니래. 직접 집에 들어와서 아빠 앉혀놓고 자기 발바닥 다쳐가며 불 켜실 분이지.

    그래서 아빠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덜덜 떨면서도 안방으로 돌아가서 문 잠그고 경찰에 신고했대

    이 때까지도 엄마는 코 골면서 주무시고 계셨다고 한탄하심 (자기가 능력 없어서 아내가 하루종일 돈버느라 피곤한 건 생각도 못하는지 ㅉㅉ)

    쨌든 경찰이 왔을 때 한 말이 1층 유리문이 열려있었대. 목사님 아님 관계자가 문을 잠그는걸 깜빡한거야

    그리고 현관문도 강제로 연 흔적이 없고 누군가 문 잠그는걸 깜빡했을거래. 이것도 아빠는 이상하다고 했어. 그 철문에 돌리는 자물쇠였는데 덤벙거리는 아빠 대신 엄마가 매일 밤 체크하셨다고 해. 하루에 두 명이 문 잠그는 걸 잊어버린거지

    그리고 더 소름끼쳤던 건 거실은 강도 든 것처럼 난장판이고 방바닥에 흙발자국이 어지럽게 있었대.

    경찰이 흔적만 보고 유추한 바는 남자 두 명이 들어와서 거실을 털다가, 그림이 바닥에 떨어지니까 누가 깰까 무서워서 장롱 옆에 잠깐 숨었고, 그 후 장롱에서 현관까지 일자로 도망쳐 나갔대.

    아빠가 서계셨던 거실 입구는 장롱 왼편이었고 그 강도들은 장롱 오른편에 숨어있었으니까, 5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던 거야

    즉 아빠가 그 때 거실 불을 켰으면 바닥에 발자국도 봤을 거고 장롱 뒤에 숨어있던 강도 둘과 마주쳐서 부모님 두 분 다 아주 위험했겠지

    그리고 할머니는 그날 밤 꿈자리가 사나웠지만 안 깨고 잘 주무셨대.

    즉 계단에서 들린 할머니 목소리는 할머니가 아니었던거지...

    그 후로 우리 가족은 그 호랑이 그림을 더 비싼 액자에 맞춰서 거실에 모셔놨다는 이야기야 ㅎㅎ
  • W 2021.01.22 03:48
    한번 썼다 날라가서 다시 쓰느라 깜빡했다. 유리문 열려있던 얘기는 그 때 지하에 개척교회가 있었는데 그 교회 목사님이 밤에 예배본 후 문 잠그고 가는게 일상이었대
  • tory_12 2021.01.23 08:33
    헙....
  • tory_18 2021.01.24 04:32
    @W

    와... 진짜 다행이다

  • W 2021.01.22 04:30
    7. 언니 가위눌리는 꿈에 나온 귀신 얘기

    이건 좀 무서울지도 ㅠㅠ

    언니 얘긴데,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겁이 많았어

    그리고 나는 그런 언니를 놀리는 걸 정말 좋아했어 ㅠㅠ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다

    난 단순무식해서 보통 몸으로 놀렸지 허리 잡고 간지럽힌다던지 세발자전거 태우고 과속한다던지..

    그런데 어느 날 티비에서 익사에 대한 내용이 나온거야

    언니가 무서워하니까 엄마가 물 가까이만 안 가면 된다고 뭐가 무섭냐고 위로해줬어 (우리집 바로 앞이 개천인데 ㅜㅠ)

    그런데 내가 갑자기 "아닌데? 코랑 입에 물 들어가면 죽는거잖아. 그럼 사막에서도 죽을 수 있어!" 이렇게 말했대

    엄마는 얘 또 나대는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언니는 그게 큰 충격이었나봐 (나 사이코패스같니ㅠㅠ)

    그 후로 가위를 눌리는데, 자고 있으면 머리 길고 얼굴이 하얗고 물에 퉁퉁 부어서 턱이 이중턱이 된 여자 귀신이 물 뚝 뚝 흘리면서 방에 들어온대.

    그리고 언니 자고 있는 바로 옆에 간병하듯이 앉아서 신나 죽겠다는 듯이 웃음 참는 목소리로 내 말투 억양 그대로 따라하면서 "이렇게 하면 사막에서도 죽을 수 있어~! 이렇게 하면 사막에서도 죽을 수 있어~! 이렇게 하면 사막에서도 죽을 수 있어~!" 이 말을 반복하면서 자기 입이랑 코에 물을 붓더래

    그럼 진짜 숨을 못쉴 것처럼 답답하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대

    그 여자가 말하는게 옜날 사람이 현대 사람 억양 따라하는 것같이 부자연스럽고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데, 계속 숨막힐 것 같이 괴롭힘 당하면서도 이상한데? 꿈인가? 하면 깨게 된대

    이걸 알게 된건 언니가 일어나자 마자 나 때리면서 울어서..ㅠㅠ

    언니는 엄마 바라기라서 엄마한테 가서 또 일러바쳤지. 나 때문에 꿈 꾼다고...

    어쨌든 그것 때문에 할머니랑 어른들끼리 쑥덕쑥덕한 기억이 있어.

    그리고 며칠 후부터 나랑 언니랑 같은 방에서 자게 됐어(원래는 할머니 할아버지랑 잤어) 그리고 나한테 혹시 언니가 시끄럽거나 숨막혀하면 깨우라고 하더라.

    그 후에도 계속 가위에 눌렸지만 울면서 숨막혀했고 난 잠귀가 밝아서 우는 소리 듣고 한 두 번 언니 깨워준 기억이 있어. 언니는 깨면 바로 엄마한테 달려갔고.

    난 주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나면 겁먹을 만도 한데 이상하게 겁이 안났어. 너무 어려서 막연하게 이런일은 언니한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뻤어. 그리고 언니가 일주일에도 몇 번씩 가위눌리는 그 방에서 매일밤 잘 잤어

    언니는 안그래도 예민한데 더 예민해졌어

    살도 원래 말랐는데 너무 빠져서 무용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할 정도로.

    그렇게 하루 하루 가다가 할머니랑 엄마가 언니 손 잡고 어디 갔다 오시고, 그 후로 아무 일도 없어서 해프닝으로 끝났어.

    달라진 건 언니가 성당을 열심히 다니게 됐다는거랑 엄마가 나보고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하라고 조심시킨거.

    사실 절반은 기억 안나고 들은거야. 소시오패스 같을 수도 있는데 그 때 언니 두려움은 공감이 안됐고 왜 내 탓만 하나 억울함이 컸었거든 (역시 사람은 당한 것만 기억하는)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지..ㅜㅠ
  • tory_3 2021.01.22 04:36
    저번에도 재밌었는데 이번에도 너모 재밌다
    글써줘서 고마워 토리야♡
  • W 2021.01.22 04:38
    참고로 언니는 그 후로 쭉 독실한 천주교인이 됐어 수녀님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코로나 전에는 매주 성당 다니고 여행 가서도 성당 다닐 정도야.

    반대로 나는 카톨릭 초중고등학교 나오고 첫영성체 했는데도 신을 믿은 적이 없어. 그렇게 어린 나이부터 가르쳤으면 믿을 법한데 안 믿어지더라... 존재한다는건 믿겠는데 간절하게 비는 마음이 안 생긴달까

    이런 성향 차이 때문에 나만 해코지 안 당했던 건 아닐까 싶어. 아님 창고에 있던 존재가 보호해 준 걸 수도 있고.
  • tory_4 2021.01.22 05:1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1/22 18:56:29)
  • W 2021.01.22 05:19
    8. 아파트 가정폭력

    사실 내가 기억할 수 있을만큼 자란 시기에는 이미 부모님이 귀신에 대처하는(?) 이런 저런 방법을 알아내고 법칙으로 만들어서 지켰기 때문에 언니 빼고는 별 일 없었어.

    찬송가를 튼다던가 애들은 저녁 식사 후에 약국에 두지 않는다던가

    그 중 하나는 화장실 불을 밤낮 없이 항상 켜두고 문 열어 놓는 거였어. 화장실 불이랑 환풍기랑 스위치가 연결되어 있어서 환풍기 틀어놓으려고 생긴 법칙인 줄 알았는데 이것도 물어보면 뭐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

    어쨌든 이번 이야기는 아파트로 이사간 후 얘기야

    내가 초등학교 올라갈 때 쯤 아파트로 이사갔는데 그게 우리한테는 안 좋았어.

    아빠는 기분파여서 법칙을 지키지 않고 자기 기분 나쁘면 꼬투리 잡아서 우릴 "체벌"했고 분가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지니 그게 더 심해졌거든. 우리가 머리 굵어져서 더 부딪힌 것도 있어. 그것 때문에 언니는 더더욱 정신이 불안정해졌어. 성당도 잘 안나가게 되고. 중학생이었는데도 정신과 다니고 약도 먹었거든. 지금도 불안증세가 있어서 천장을 보고 못 자(이건 그 물붓는 귀신 때문일 수도..)

    하루는 아빠가 또 우릴 때리고 언니는 심부름한다고 밖으로 나갔어

    그런데 언니가 집에 안 들어오는거야

    그러다 내 폰으로 문자가 왔어

    예전에는 폴더폰이었고 가운데 데이터 쓰는 버튼 누르면 큰일나고 문자 50자를 꽉꽉 채워서 보내고 그랬잖아

    그걸로 길게 문자가 온거야 그리고 나머지 얘기는 언니가 문자로 생중계해준 내용이야

    그 때 살던 아파트는 엘베 나오면 양 옆으로 문 하나씩 있는 1층 2주택 아파트였거든.

    그리고 보통 엘베로 갈 수 있는 맨 꼭대기 층 있고 그 위에 옥상이 있잖아

    언니는 너무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심부름거리를 들고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앉아서 울고 있었대

    엘베 내려서 반층 올라가면 꺾이는 부분에서 살짝 더 올라간 위치에서. 즉 언니 뒷편에 계단 있고 그 뒤에 엘베가 있는거지.

    울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엘레베이터에서 어떤 남자가 내리더니 맨 윗층 집 문을 쾅쾅 차기 시작했대 나오라고 소리 지르면서

    한참을 그러더니 결국 문이 열렸고 집 안에서 남녀가 큰 소리로 싸우고 소리지르는 소리가 들리더래 여자가 비명 지르면서 맞는 것 같은데

    계단에 센서가 있어서 언니가 움직이면 불이 켜지니까 무서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소리 나면 들킬까봐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계단에서 꼼짝없이 그 소리를 다 듣고 있던거야

    너무 무서워서 아빠한테 알리고 아빠는 경비실에 신고했지

    섬뜩한 건 아빠랑 경비 아저씨가 엘베에서 내리자 마자 그 소리가 뚝 끊기더래. 그리고 아빠는 언니 찾아서 같이 손잡고 경비아저씨가 언니가 가르킨 집 벨을 누르니까 차분한 아주머니가 나오더니 경비 아저씨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더래. 그리고 하는 말이 지난 1시간동안 온 가족이 평화롭게 저녁먹고 있었대.

    CCTV도 돌려봤는데 아무도 없었어

    그리고 경비아저씨가 언니랑 아빠 집에 데려다 주면서 굉장히 난감한 안색으로 이 말을 했어.

    몇년 전 그 집에 부부싸움을 크게 해서 경찰까지 부른 부부가 있었는데 별거한 후에도 남편이 찾아와서 맨날 싸우더라고..(과연 싸운 걸까 맞은걸까? 별거일까 접근 금지 명령일까?)

    그 가족 어떻게 됐냐고 했더니 모른다 이사갔다 하고

    언니가 해준 얘긴데 우리 둘 다 그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운건 귀신도 아니고 경비 아저씨 가자 마자 왜 그런 곳에 가있었냐고 언니를 더 혼낸 아빠라고 농담했었어

    그 때가 언니 인생에 가장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라 무서운 일이 많았는데 오히려 무서운 것들로부터 보호받고 싶어서 종교에 매진하느라 사춘기도 지나간 것 같다고 하더라
  • tory_4 2021.01.22 08:1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1/22 18:56:16)
  • tory_6 2021.01.22 13:37
    이런 얘기 들을때마다 벽은 기억한다는 글 생각나서 기분 미묘
  • W 2021.01.22 20:29
    @6 언니가 그 여자분과 비슷한 고통과 공포를 느낄 때 주파수가 맞아서 벽에 남아있던 기억이 들린게 아닐까 싶어.
  • tory_5 2021.01.22 11:19
    우와 찐톨 전편도 진짜 재밌게 읽었는데 글 쪄줘서 고마워 넘 재밌더ㅠㅠㅠㅠ 신기해ㅜㅜㅜ
  • tory_6 2021.01.22 13:38
    찐톨이 진짜 글을 재밌게 잘쓰는것도 한몫 하는거같아.. 진짜 글 무섭고 재밌게 잘 쓴다!
  • W 2021.01.22 20:28
    고마워!ㅎㅎ
  • tory_7 2021.01.22 15:03
    8번 이야기 건물이 그 소리를 기억했던걸까... 무셔웡
  • tory_8 2021.01.22 15:49
    넘 재밌다.. 언니 정말 별걸 다 겪으셨네 ㅠㅠ 힘드셨겠어.. 7번은 토리 잘못이 아니라 전에 그랬듯 귀신이 토리 몸 빌려서 말한거 아냐? ㅠㅠㅠ 그 자전거 타고 놀이터 가서 그랬을 때처럼 토리 의지가 아니었던게 아닐까 ㅜㅜ 뭐든 무섭지만... 그리구 아버지 가족에겐 저러시면서 남들에겐 따뜻한 분이었네 ㅋㅋㅋㅋㅋㅋ 호랑이 그림이 지켜줘서 다행이다
  • W 2021.01.22 19:38
    언니가 귀신이 어설프게 날 따라하는 것 같다고 한 걸 보면 내가 말한게 언니를 무섭게 한다는걸 귀신이 캐치하고 써먹은 것 같아. 왜냐면 난 언니와 다르게 밖에서만 꼬였지 집 안에서는 아무 일도 안 당했거든
  • tory_9 2021.01.22 18:26
    와 원톨아 재미있게 잘읽었어 ㅋㅋㅋㅋ
  • tory_10 2021.01.22 18:42
    와 전에 글도 잘 읽었어! 근데 언니 놀리는 어린 토리 ㅋㅋㅋㅋㅋ 세발자전거 태우고 빨리 달렸대 ㅋㅋㅋㅋㅋㅋ 귀여우면서도 언니 되게 힘들었겠다는 생각이ㅋㅋㅋㅋ
  • W 2021.01.22 20:31
    맞아 천천히 달린다고 백만번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해놓고 배신 때린 거여서 언니 입장에서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었을듯 ㅠㅠ
  • W 2021.01.22 20:21
    TMI 진상 쫓는 남자애

    엄마 말로는 진상 손님 쫓는 남자애가 댕댕이일 수도 있대.

    네 발로 기어가서 물어 뜯은 것도 그렇고, 그 시절 키우던 개가 다치거나 아프면 동물 병원 갈 돈 없다고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대. 엄마는 개를 무서워하는데 안쓰러워서 종종 야매로 응급처치법을 알려줬대. 진짜 작은 부상들 있잖아 지혈하고 생리수로 소독하면 되는. 나머지는 동물병원 가라고 보내고

    그러던 어느날 조제실에서 약을 짓는데 약국 이모가 꺅 비명을 지르더래. 나가보니 행색이 초라한 애기 업은 새댁이 울면서 뭐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뒤에 업힌 게 애기가 아니라 피흘리는 개였대.

    묶어놓고 키우는 누렁이였는데, 학대당한 부상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대. 아주머니는 자기 옷에 피 묻는 것도 모르고 돈을 드릴테니 도와주라고 했고 엄마는 자기가 수의사도 아니고 딱봐도 가망이 없어보여서 안될 것 같다 미안하다 데리고 가시라 했대.

    그 시대는 애완견도 잘 사는 사람들 얘기고 개를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없어서 새댁이 개를 엎고 온 것에 너무 놀랐고, 누렁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미안하지만 징그러웠대. 엄마가 개를 무서워하시거든. 그리고 피도 싫어하셔. 그런데 피칠갑된 커다란 개를 보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거지

    그런데 엎고 온 아주머니가 약국 한복판에 개를 눕히고 살려달라고 사정을 하는거야. 엄마는 너무 무서웠지만 딱 봐도 남편한테 맞고 사는 새댁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팠대. 결국 손님들 기다리시니까 응급처치만 한다고 하고 지혈하고 붕대로 감는 시늉만 했대.

    숨소리도 안나게 조용하던 누렁이는 치료받는 와중에 아주머니랑 엄마를 보고 끼잉~ 한번 울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 눈 감기 전 마지막 눈빛이 "고맙습니다" 라도 하는 것 같았대.

    엄마는 새댁이 너무 우니까 박카스 하나 서비스 쥐어서 보내려고 했대. 새댁은 미안하다고 바닥 청소라도 하겠다고 우겼는데 엄마는 그냥 빨리 가라고 장사해야 한다고 쫓아내다시피 했고 새댁은 결국 죽은 누렁이를 다시 업고 약국을 떠났어.

    개 입장에서는 자기 죽을 때까지 엄마가 살리려고 애쓴 거니까 은혜 갚으려고 하는 걸수도 있다고, 엄마가 개 무서워하는 걸 배려하느라 귀여운 사내 아이 모습으로 나타난 것 아닐까 싶대
  • tory_6 2021.01.22 21:32
    아 진짜 강아지도 불쌍하고 새댁도 불쌍하고....ㅠㅠㅠㅠ.. 그 아이가 강아지라면 왜 그렇게 진상 남자들을 잘 알아챘는지 알겠다.

    옛날에 점쟁이가 귀신들린 남자한테 개고기 그만먹으라고 하는거 방송으로 본 적 있는데 개는 정말 영물이긴 한가봐
  • tory_8 2021.01.23 18:49
    나 저번에 이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 정말 그럼 멍멍이일 수 있겠다 ㅠㅠㅠㅠㅠ 남편한테 맞는 새댁.. 강아지도 저 남편이란 작자한테 맞아서 그런거겠지? 맘 아파... 그래서 그렇게 남자진상들 노려봤구만 댕댕이들은 천사인가 정말... 그 진상 처리는 잘하고 편히 쉴까 누렁이 ㅜㅜ
  • tory_11 2021.01.23 06:55
    찐톨아 넘 재밌다 ㅠㅠㅠ
  • tory_12 2021.01.23 08:37
    토리 이야기 다 기묘하고 재밌다
  • tory_13 2021.01.23 16:51

    다 너무재밌고 흥미진진하게봤어ㅋㅋㅋㅋ글 진짜 잘쓴다 나는 이런거 본적도없어서 너무 신기해

  • tory_14 2021.01.23 18:05
    글 고마워!
  • tory_15 2021.01.23 20:02

    잘읽었어 토리! 멍멍이 얘기 넘 찡하다 ㅠㅠㅠ 

  • tory_16 2021.01.24 02:24

    너무 글 잘봤어 토리야 저번글에 이어서 이번 얘기들도 다 굉장히 자세하고 좋다. 그리고 토리네 아버지라 뭐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참 너무하셨네. 마지막 얘기의 댕댕이도 안됐다......

  • tory_17 2021.01.24 04:04
    1편도 잘봤는데 2편도 재밌게 잘봤어!!!
  • tory_19 2021.01.24 14:2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5/01 15:56:59)
  • tory_20 2021.01.24 18:38
    톨아 재밌게 읽구 가!!
  • tory_21 2021.01.24 23:41
    톨 잘보고 갈게 글쪄줘서 고마워!!!!
  • tory_22 2021.01.25 07:58
    토리야 나도 진짜 재밌게 읽고간다(엄지척)
  • tory_23 2021.01.25 14:35
    이야기 잘 봤어! 기담, 기묘한이야기 이런류같이 재밌다
    글 써줘서 고마워
  • tory_24 2021.01.26 15:0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09/17 17:52:02)
  • tory_25 2021.01.26 19:35

    너무 재밌어서 다음얘기 없나 기웃기리러 왔어!!^^

  • tory_26 2021.01.27 00:52
    토리야 또 글 올려줘서 너무 고마워
    그리고 언니 이야기 들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다ㅠㅠ 얼마나 힘드셨을까...
    앞으로는 토리도 토리언니도 그리고 어머님도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
  • tory_27 2021.01.27 17:15

    이야기 다 흥미롭고 신기하다 ㅠㅠ 잘 읽고 가 톨아!@ 

  • tory_28 2021.01.27 20:07
    댕댕이 이야기 너무 감동적이야...ㅠㅠ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재밌게 읽었어
  • tory_29 2021.01.27 23:21
    이야기 너무 흥미롭고 강아지 이야기는 너무 감동적이다 ㅜㅜㅜㅜ 재밌게 잘 읽었어!
  • tory_30 2021.01.29 22:00
    토리야 고마워 잘 읽었어..
  • tory_31 2021.02.04 05:36
    고마워ㅠㅠ
  • tory_32 2021.02.05 17:19
    토리야 정말 재밌게 잘봤어 고마워
  • tory_33 2021.03.06 07:39
    토리야ㅠㅠㅠ진상쫓는 남자애 TMI에 아침부터 오열하구이써ㅠㅠㅠㅠㅠㅠㅠ 이야기 하나하나가 무서우면서도 씩씩하고 활기찬 어린 토리가 그린듯이 연상되서 너무 흥미롭게 잘보고있어! 다채롭게 위험한 일들이 많았네ㅠㅠ 잘자라줘서 다행이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 토리야!
  • tory_34 2022.12.09 10:45
    너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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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영화이벤트】 “드림웍스 레전드 시리즈!” 🎬 <쿵푸팬더4> 시사회 67 2024.03.26 1143
전체 【영화이벤트】 웰 컴 투 세포 마을 🎬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시사회 52 2024.03.21 4839
전체 【영화이벤트】 4.3 특별시사회 🎬 <돌들이 말할 때까지> 시사회 11 2024.03.20 4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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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9 실제경험 악몽 꾸고 일어나서 몸이 떨리고 힘들어... 2024.03.28 125
3088 질문/잡담 일본관련 사건사고나 괴담 듣기 좋은 채널 있을까? 11 2024.03.21 868
3087 질문/잡담 (찾아줘)대학 도서관 괴담인 것 같은데 기억나는 톨 있니? 6 2024.03.17 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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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5 실제경험 장례식장 밥 9 2024.03.09 2211
3084 질문/잡담 어제 밤 (3월 6일) 돌비 시참무 들은 토리 있니? 2 2024.03.07 1271
3083 실제경험 한일 혼혈 사촌동생이 말해준 일본 안가는 이유 27 2024.03.05 3981
3082 질문/잡담 (찾아줘) 소꿉친구 장례식에서 웃은 친구 이야기? 8 2024.02.28 2170
3081 실제경험 자취 첫날에 태어나서 처음 가위눌렸던 적 있어 3 2024.02.20 1160
3080 질문/잡담 트라우마나 공포증 있음? 45 2024.02.20 2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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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7 실제경험 귀접 당할뻔한 적 있는데 공포보다는 유머 같은 이야기 19 2024.02.18 2506
3076 공포괴담 개쫄보였는데 괴담 안 무서워진 이유가 18 2024.02.16 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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