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참 전부터 일어났던 일인데,
오늘은 정말 무서웠어서 글을 써봐!
내 방 구조부터 말해볼게.
내 방은 침대에 누우면 발 밑으로 책상이 있는 구조야.
책상 위에는 모니터랑 본체가 있고
본체 위에는 여러 인형들을 올려놨어.
좀 공포스럽게 표현하자면
그 인형들이 침대에 누운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구조인 셈이지.
장식된 인형들은
대부분 인형 뽑기에서 뽑은 것들이야.
그 중 잡지책만큼 큰 인형이 있는데
그 인형을 가장 좋아해.
그 좋아하는 인형이
사람 얼굴로 보이기 시작한 건
한 두어달 전의 이야기야.
나는 빈뇨, 야간뇨가 심해서
새벽에도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한 두어달 전쯤에도
새벽에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깼어.
눈을 떴는데,
내 발밑으로 달빛에 비친 사람 얼굴이 둥하니 떠있는 거야.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뚫어져라 쳐다보니
사람 얼굴이 아니라 그 인형 같기도 한 거야.
그래서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둔
스탠드 불을 켜보니
그 인형이 확실하더라고.
잘못 봤구나, 생각하면서 볼일 보고 와서 잤어.
이게 수차례 반복되고 있었어.
새벽에 눈이 번쩍 떠졌는데,
사람 얼굴이 발 밑에 보여서
불을 켜보니, 그 인형이더라, 라는 게.
새벽에 눈을 뜰 때마다 흠칫거리면서 일어나긴 하는데,
결국 그 인형이니까 점점 흠칫거리는 강도가 줄어들기 시작했어.
어차피 인형이고 내가 착각한 거니까
인형을 치울 생각은 아예 안하고 있었거든?
그러다 오늘 새벽에 또 눈이 떠진 거야.
화장실은 안 가고 싶었어.
그냥 눈이 떠졌는데,
역시 사람 얼굴이 보이더라.
근데 이번엔 머리카락까지 보이더라고.
그런 건 한번도 본 적이 없었어.
달빛에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이
얼굴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어.
게다가 아무리 봐도 지금까지 인형을 보고 착각했던 얼굴이 아닌 거야.
불 켜기가 무섭더라고.
그래서 속으로 합리화하기 시작했어.
아마 저 머리카락은 커튼 주름인가보다.
인형이랑 커튼이랑 교묘하게 겹쳐서
머리카락처럼 보이나보다,
생각하면서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아니, 아무리 봐도 소름만 끼치고 이상한 거야.
그래서 결국 스탠드를 켰는데,
커튼은 걷어져 있더라고.
분명 곱슬거리는 긴 머리카락 같은 형태를 보았는데,
그 자리엔 평평한 벽 밖에 없었어.
분명 무서웠는데,
이상하게도 바로 다시 잠들어버렸어.
아침에 일어나니 인형은 그냥 그 자리에 있고.
인형 치워야 할까?
왜 다르게 보인 걸까?
치우면? 치워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