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줄 글로 썼는데 글이 너무 지저분해져서 개조식으로 써봐.


- 출연자이신 비비안님이 처음 보면 퀴어 영화, 두 번 보면 가족 영화, 세번 보면 여성영화, 네번 보면 인생영화가 될 거라는 말을 하셨는데

굳이 네번을 보지 않아도 인생영화까진 아니어도 그 엇비슷하게 주기적으로 생각나는 영화가 될 것 같아.


- 왜나햐면 내가 기억하기로 성소수자 부모를 다룬 영화는 바비를 위한 기도가 거의 유일무이 했는데 

이 영화는 실제로 성소수자를 자녀로 둔 부모이야기이다보니 좀 더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내용을 풀어내고 있어.


- 처음 느꼈을 때 성소수자를 둘러싼 환경이 참 험난하고 잔인해서 퀴어 영화로 보였고 그럼에도 거기에 함께 맞써 싸우는 투사같은 엄마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기에 가족 영화처럼 느꼈고, 여성들이 투쟁하고 목소리를 내는 영화라 여성영화처럼 느껴졌어. 비비안 님 말씀대로. 


- 바이로맨틱, 팬로맨틱이며 에이섹슈얼이자 FTM(female to male)트랜스젠더로서 성별 정정까지 마친 한결과 그의 부모이자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이신 나비네 집과 게이섹슈얼로 자신을 정체화 한 예준과 그의 부모이자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이신 비비안네 집이 번갈아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


- 보통 성소수자관련 다큐멘터리는 해당 당사자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경우가 많지. 그게 보통 국내외를 막론하고 불우하고 힘들어하고 우울증에 빠져서 비관하는 풍은 이미 익숙하고 많잖아. 이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아. 한결이 우울증을 다스리기 위해서 약을 먹지만 자신이 바라는 대로 살고 싶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


- 두 가족의 재질은 비슷하면서도 달라.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거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말하고 싶어해.

비비안네 가족은 솔직히 성소수자라면 누구나 내 부모가 저렇게 해줬으면 하는, 꿈에 그린듯이 나오는 집이야. 


- 예준(비비안자식)은 아빠, 엄마 모두에게 커밍아웃을 성공적으로 했어. 커밍아웃하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해주길 바래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엄마를 데려갔고 

거기서 엄마는 또 다른 세계를 만나 아빠한테도 가자고 해서 두 분이 활동하셔. 그리고 자신의 동성애인을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밥을 먹고 

스킨십이나 애정 표현을 서스럼 없이 해. 영화 마지막으로 가면 동성애인도 집에 커밍아웃을 해서 두 부모가 만나는 장면이 있어.


- 반면 한결(나비자식)은 수술하고 성별 정정하는 험난한 여정이라서 상대적으로 보는 사람도 힘겹긴 했어. 거기에 대하는 나비의 자세도 한껏 투사적인 모습이었지만 시종일관 여유나 유머를 잃지 않으셔.  한결이 성별 정정 과정에서 자신의 성장기록을 진술하게 되거든. 거기엔 사실 여자와 잠자리를 가지고 사귄적도 많아서 남성의 모습을 하고 책임을 지고 싶었다라고 진술하면 더 높은 확률로 정정 허가가 나거든. 근데 판사가 자신을 그대로 여자(레즈)로 살게 하라고 하면 어쩌냐는 한결의 말에 그럼 그 씹새기들이 잘못한거지라면서 대꾸하실 정도야.  오히려 이렇게 대꾸하시니 차라리 속이 시원하더라. 이 과정이 너무 잔인하고 내가 알던 그대로라 맘이 힘겹더라고. 판결 받을 때마다 좌절하면서 한결이 흡연을 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는 나비의 옆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알면 좋을 사실: 현재는 성별 정정할 때 부모 동의서를 받지 않게 되었고, 성기복원(여자로 바뀌는 경우 자궁, 남자로 바뀌는 경우 고추)을 하지 않아도 성별정정을 허가해주고 있어. 참고로 성별정정에 관한 법률은 명확하게 없어서 법원 내규에 의해서 정해지고 있는 실정이야. 그렇기 때문에 판사마다 허가 여부가 달라. 이 또한 많은 변호사와 당사자들이 비송(상대방이 없는 사건)을 꾸준히 제기했기에 가능한 일이고 2019년부터 바뀌었어.)


- 두 집안을 교차로 보여주는데 나비나, 비비안이나 고민이 없었던건 아냐. 그 과정을 느긋하게 보여주는데 눈물이 나오더라. 사실 부모라고 모든 것을 품어줄 수 없다는거 나도 알고 너도 알잖아. 우리나라 정서가 부모 자식이 종속관계에 가깝다보니 더 그렇고. 그런데 나비나 비비안이나 자식이 커밍아웃을 하면서 온전히 자식을 보게 됐다고 말해. 처음엔 내가 잘 못 낳아서 내 자식이 저렇게 된건가 자책도 하고 슬퍼했대.  하지만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나가서 그렇지 않다는걸 깨닫고 이 아이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기로 결정했고, 그 사실을 온전히 느껴보고자 활동을 하게 된거래. 가족이 어떻게 다시 구성되는지 보여주는 모습이라 여겼어.


- 사실 많은 가족들이 기밀하거나 내면의 말을 잘 하나? 싶을 때가 있거든. 특히나 성인이 되면 부모와의 대화가 피상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가족 대부분이 자식이 긴밀한 속내를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가족이 다시 대화를 하는게 흥미롭더라. 특히 비비안네가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어. 당연히 한결이네도 있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며 참 희망을 느꼈어.


- 또한 나비나, 비비안도 사회적으로 오래 일한 여성으로 동료들도 자식의 일을 대충 아는 것 같더라. 그 모습이 많이 나오진 않았는데 좀 더 다뤘으면 좋았을것 싶은데 그랬다면 영화 결이 달라졌을 것 같아. 느껴진게 그 과정에서 참 단단하고 강인한 여성들이 느껴졌어. 사실 소방관인 나비는 공무원인건데 공무원 사회가 폐쇄적이다보니 쉽사리 아들 성별 정정을 위해 조퇴한다고 올리는게 내 입장에선 어불성설처럼 느껴졌거든. 그리고 그 사실이 무리없이 받아들여지는 건 그를 위해서 나비가 당당했다는 말이고, 촬영 하는거 자체가 나비 활동가가 부단히 말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해. 그리고 여기서도 정말 한 명이 다르게 말하면 그걸 어떻게 생각하든 바뀔 수 있겠구나 싶었어. 네이버 웹툰에 "모두에게 완자가" 에서 성소수자 한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신기할게 없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걸 보는 듯한 기분이었어. 사실 내 주변 친구들도 그렇게 말하기는 해. 성소수자가 너보면 신기할게 하나도 없다고.


- 비비안이나 나비가  성소수자 부모활동을 하면서 성소수자들이 겪는 많은 혐오와 차별 세력을 직접 겪고서 놀라워 해.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었단 말이야? 라면서. 어떻게 일상적으로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지, 내가 알고 있던 세상과 정말 다르구나. 우리 애들에게 힘이 되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활동을 많이 하고 바꿔야 겠다고 느꼈다고 해. 그리고 비비안이 아들 예준과 캐나다 토론토 퀴어 축제를 가게 되는데 그 안에서 받은 환대와 한국에서 혐오 세력과 싸우는걸 영화에 같이 보여주는 것도 참 씁쓸한 현실이라 여겼어. 그러면서 비비안은 나도 이렇게 환대 받는게 기쁘고 행복한데 당사자는 어떻겠냐면서 말을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우리 아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인정 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두 분이 바라는 것이라 그런지 너무 슬펐어.. 인정받으려고 투쟁하는게. 인권은 사실 천부적인거라고 배워도 누군가에겐 투쟁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구나 싶어서.


- 사실 많은 성소수자가 부모에게 커밍아웃 하는 것을 가장 어려워해. 자신의 지지기반을 잃어버리고 뿌리라고 믿는 것에 부정당하는거 누구에게나 힘겹잖아. 그래서 아마도, 앞으로 많은 성소수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좀 더 희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자신에 대해 찾아볼 때 꼭 이 영화를 보라고 하고 싶었고, 커밍아웃에 대한 인식이 좀 더 허들이 낮아지기를 바라게 되었어.


- 자식들이 커밍아웃을 한 것을 받아들이고 같이 맞써 싸우기 선택한 비비안, 나비도 멋있지만 부모를 믿고서 성소수자 모임에 직접 데려간 한결이나 예준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도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엄마에게 커밍아웃을 했지만 부모모임을 알았음에도 데려갈 생각은 못했거든. 엄마가 겪는 혼란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효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서...   무조건 신뢰하지 못해도 조금이라도 이해해줬으면 하는 작은 용기가 부모의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고 정말 자신을 이해해주게 되었으니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게 되더라.


- 성소수자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고, 결혼 평등을 하자고 외치고 있는 이 시점에 나온것도 참 시기 적절하다고 생각해.  꼭 나와야 했고, 나올법한 영화였어. 왜냐햐면 성소수자 당사자만 사회에서 살아가는게 아니니까 그들 외의 목소리도 들어볼만하다고 생각하거든. 특히 부모한테 불효다! 란 말이 유효하게 먹히는 한국에선 그 부모들의 입장도 나오기 때문에 더욱 더. 그게 아니더라도 희망은 보여줄 수록 늘어난다고 믿기도 하고. 또한 성소수자 인권단체보다 이 부모모임이 더 대외적으로 먹힐때가 많았던 경우가 있었으니까(언론이나 티비에서도...)


- 애인하고 같이 봤는데 나와 애인은 상황이 달라. 나는 가족 모두에게 커밍아웃해서 다들 알고 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반면에 애인은 안할거고 할 생각도 없어. 그걸 인정하고 지지하고 있고. 그렇지만 저렇게 받아들이는 부모도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면서 부모의 사랑이라는 게 새삼 와닿았대.  세상이 좀 낫다고 느꼈대. 또, 결혼 평등으로 동성끼리도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자기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거고 그러길 바란다고 하더라.


-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연출이 자칫하면 촌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거야.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내용적으론 잘 만든 영화라 생각해.


- 그래서 사실 다들 많이 봤으면 좋겠다란 생각으로 글을 썼어. 개봉 스코어가 그리 좋지 않아서 이번주에 내려갈 거 같지만 한 번 궁금하면 봤으면 해. 


  • tory_1 2021.11.25 10:56
    우연히 클릭한 게시물에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듣구 간다!
    나도 관심이 생기는 영화네
  • W 2021.11.25 11:29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 tory_2 2021.11.25 11:15

    난 지난주에 봤는데 따뜻하고 유머있으면서 눈물 나더라.

    두 가족 이야기를 오가면서 나열되는 형식은 좀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비비안님과 나비님이 넘 매력적이었어.

    GV도 한 번 가보고 싶더라.

  • W 2021.11.25 11:29

    맞아 정말 매력적이셔. 내가 부모가 된다면 저런 부모가 되고 싶고, 여성으로서도 너무 멋있어.

    나는 퀴퍼가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안긴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 .. 그 뭐랄까 형용할 수 없는 마음과 

    그때 너희는 소중해란 말을 들었는데 영화에서 그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눈물이 터지더라고ㅠㅠ

    그 모임에서 나오신 부모님들 다들 매력적이었어. 나도 GV 좀 더 했으면 좋겠더라~!

  • tory_4 2021.11.25 11:54
    어제 처음 들었는데 마침 오늘 이렇게 상세한 리뷰글을 보게 되네.고마워 잘읽었어! 그냥 성소수자 부모모임 다뤘다는 것만 알았는데 덕분에 어떤 결의 영화인지 상세하게 알게 되었네. 상영관 찾아봐야겠다.
  • tory_5 2021.11.26 19:23
    오 리뷰 덕분에 이런 영화가 상영한다는걸 알았어 써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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