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P.39

유리처럼 투명한 호수에 손을 담가 보았다. 차갑고 맑은 물, 내 손끝이 닿은 곳부터 호수의 반대편 끝까지 내 떨림이 전해질 것만 같다. 

 P.48

한적한 길 중간에 덩그러니 놓인 조용한 교회와 평화로운 죽은 이들, 그리고 그 옆에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와 딱딱한 빵 조각을 씹고 있는 내가 있었다.

 P.55

흐린 하늘 아래에 놓인 거대한 빙하는 우울해 보였다. 고고하게 자신을 지켜 왔지만 그로 인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외로워서 버린 노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P.57

누군가에겐 평생의 버킷리스트이기도한 이곳이 누군가에겐 대수롭지 않은 단체 여행지가 되기도 하는 거겠지.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약간 처량한 기분이 되었다.

 P.62

인간은 이 자연 앞에서 철저히 부자연스러운 사물이다. 완벽하게 그려진 그림에 묻어있는 얼룩 같은 것이다. 혼자라는 감정을 넘어서는 원초적인 고독.

이 낯선 세상과 나 하나만 대명하고 있는 듯한 이 기막힌 조우.

 P.79

그렇게 춥고 외따로 떨어졌지만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선택한 우리를, 그리고 서로의 여행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P.90

하지만 여행지에 있는 사람은 평소보다 더 예민한 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 순간의 시선과 온도와 호흡은 어쩌면 두번 다시 삶 속에서 마주치지 못할 종류의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P.104

회색 하늘 아래 압도적인 대자연의 고독이 영겁의 시간을 뚫고 펼쳐져 있는 이곳에서 한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이라는 게 달리 무엇이 있을까.

 P.155

타인의 애정과 관심이 나의 만족에 미치지 못했을 때 느꼈던 결핍을 나는 '외롭다', '고독하다'라는 말로 포장해 봤던 것을 아닐까.

 P.172

대자연 속에서 혼자 있는 일과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있는 일은 정말 분명히 다른 종류의 의미인 것이다.

 P.183

'이곳에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결국 그 모든 식사를 혼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서러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P.190

그 공사 부지 부근의 건물에는 파랗게 칠해진 벽에 하얀 페인트로 이런 글귀가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Money destroying art and culture (자본이 예술과 문화를 망치고 있다.) 그래, 지켜낼 수 있을 때 지켜 내면 좋겠다.

 P.198

느리게 흐르는 시간과 북쪽의 풍광이 음악을 바꾼 게 아니라 그것을 듣는 나를 바꾸어준 것이리라.

 P.204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거리 풍경은 사실 모두 이방인들만을 위한 것이고 정작 이곳 사람들은 무채색의 주택 단지에서 살아 가는 게 아닐까.

짧은 시간 여행하는 나와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과연 같은 기분으로 이 풍경을 보고 있는 걸까.

 P.208

만취해 눈물을 쏟아냈던 그날 밤의 온도와 별 하나 보이지 않던 레이캬비크의 밤하늘과 무언가를 예고 하기라도 했던 듯한 그날 하루의 길고 길었던 잿빛 길들이 지금도 머릿속에 어지럽게 얼룩져 있다.

 P.214

역시 아무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한글을 알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갖는 매력은 크네요. 이곳에 비치된 잡지들이 나에게 무용지물인 것과 마찬가지로요.

 P.221

시간이 따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숨막히게 흐른다 느꼈던 건 결국 내가 다른 사람들의 시간 많은 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간과 나의 시간을 비교했기 때문이다.

 P.222

하지만 분명 나는 이곳에서 내가 원하면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 대자연에게서 얻은 선물들 중 하나다.

나는 언제든 남들이 달려 나가는  시간 따위 개의치 않고 내 시간 안에서 머물 수 있었다.

 P.228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이곳에서 기업들을 소리로 기록했다. 광대한 지평선을, 빙하가 떠다니는 서슬퍼런 호수를,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갔던 폭포를, 영겁의 고독 같던 북쪽의 눈을 그려나갔다.

 P.244

고독이란 사람과의 관계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훨씬 더 근원적이고 깊은 자기 자신 속의 감정이라는 것을 아이슬란드는 나에게 가르쳐 줬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 에세이! 

여행을 좋아하고 이방인이 될 때마다 삶의 의욕과 의미를 찾는 나로서는 

꼭 이런 여행에세이를 써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 책 읽은 후로 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책 열심히 읽고 있어! 


아직 서평이나 리뷰 쓰는 것도 무리인 텅텅이지만 

발췌로 일단 시작해 보련다!


  • tory_1 2018.04.13 00:34
    토리가 발췌한 문장들 다 좋아! 이 책 제목은 엄청 많이 들어봤어. 뷔욕이라는 가수를 좋아해서 아이슬란드 가보는 게 내 꿈이었거든. 비록 살인적인 물가에 꿈 접었지만 ㅋㅋㅋㅋ 급한 일 끝나면 꼭 읽어봐야겠다. 글 고마워!
  • W 2018.04.13 01:10
    나는 아이슬란드를 꽃청춘에서 처음 접했다고 할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는데 정말 인생의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때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 tory_2 2018.04.13 00:47

    오오 내일 도서관 가서 빌려봐야겠다! 추천 고마워! 

  • W 2018.04.13 01:10
    응응 재밌게 봐!
  • tory_4 2018.04.13 01:40
    아이슬란드 가본 토린데 세상의 모든 고독이란 말이 정말 어울린다. 사실 나에겐 그닥 좋지 않았던 여행이었는데 제목 보니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한번에 와닿았어 정말 세상에서 가장 고독했던 일주일이었어
  • tory_5 2018.04.13 04:50
    아이슬란드 갔다와서 읽어봤는데 정말 딱 책에 적힌대로의 느낌이더라
    너무나 대자연이고 인구도 진짜 적어서 태초의 지구같아
    그래서 나라는 인간이 너무나 작게 느껴지고 생각도 저절로 많아짐... 내가 너무 작아지는 곳이면서 나한테 집중하기 좋은 곳이더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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