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처음 글 쓰고 따수운 토리들의 댓글에 힘입어 두 번째 리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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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코엔 형제가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야.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형제 영화감독이라는데 나는 이 분들 작품은 이게 처음이었어.


영화제목은 여기저기 언급도 많이 되고, 패러디도 많이 되고 해서 자주 접했었는데


영화도 소설도 보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넷플릭스에서 발견해서 보게 되었지.


한줄로 가볍게 정리하자면 평론가들이 몹시 좋아할 법하지만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다 정도일까?


그래서 이 영화에 내가 매긴 평점은 2.5 / 5.0


개인적인 취향에는 안 맞아서 평점은 낮게 줬지만, 워낙 명작이라고 많이 들어놔서 곰곰이 곱씹다 남은 몇 가지 포인트들을 공유해본다.



1.  전통적 영웅서사 뒤틀기


느와르 영화나 옛날 영웅서사를 보면 꼭 영웅들은 쓸데없는 사명의식 같은 게 있어. 

무슨 구원도착증마냥 틈만 나면 지 몸 바쳐서 주변을 구하려고 들거든. 


https://img.dmitory.com/img/202011/3Vs/BJM/3VsBJMcQJkke6KwGaUSmCU.gif 

이런 거 말야(아 시발 미리 말이라도 해주든가..)


비슷한 류로 구원도착자들 고정 플래그로 요런 게 있겠다

- 무슨 소리가 들려도 절대로 나와선 안된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 무조건 일 생김

- 안전한 곳으로 피해 있으시오, 일이 마무리되는대로 찾아가겠소. <- 찾아오는 건 시체였구요

 

심지어 느와르물 주인공들은 대체로 지가 위험을 감수하다 저러고 죽는 경우가 많잖아? 그런데 과연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은 뭔 일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아주 그냥 지혼자 뽕에 차서 아! 멋지게 희생하는 나 자신(찡긋) 하면서 죽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맙고 행복했을까? 복장 터지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영화들은 이렇게 가족을 위해서든 동료를 위해서든 대신 죽는 사람들을 멋진 영웅으로 묘사했거든. 그러다보니 영화 내에서의 초점도 구하는 자 혹은 구해지는 자의 시점이었고, 내러티브상 그들의 희생은 존중받아야 하고, 고마운 것일 수 밖에 없었어.

그런데 이 영화는 장르 상 느와르를 따르고 있지만 이야기의 결은 다소 달라. 애초에 갈등의 시작이 주인공이 우연히 주운 돈가방이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피 냄새 가득한 현장에 떨어져있었으니 '나 위험해!!!'라고 온몸으로 시그널 보내고 있는 돈가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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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danger! danger! 외치고 있는데 등신같은 주인공이 단거로 읽은 게 틀림없다)


냅다 경찰서에 갖다줘도 별 일 없었을 것이고, 모른 척 지나가도 별 일 없었을 것이며, 심지어 조금만 가져가고 남겨뒀어도 큰 일은 없었을 거야. 근데 그 돈 한 번 가져보겠다고 온갖 폼을 잡으면서 쫓겨다니는 주인공과 그걸 쫓아오는 악역의 대립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란 말이지. 애초에 존경할 구석이 없어. 그 와중에 자초한 불행 앞에서 친정에 가있으라는 등,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등 영웅행세를 하려고 하니 주인공의 신세가 우스워지는 거지. "와 주인공 어쩌지? 손에 땀을 쥔다." 그런 거 아니고. "아 왜 저래 진짜? 옘병 사서 고생의 아티스트여." 같은 느낌이야. 그러니 보는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한 인물에 감정이입하고 응원하기보단 무표정의 제 3자가 되어서 영화를 보게 되는 거지. 영화 내내 깔려있는 카메라 구도, 인물 배치 등의 영화적 기법과 추격과정에서 뭉텅이로 빠져있는 현실성도 이러한 왕따당하는 기분을 한껏 끌어올려주는 걸 볼 때 아마도 조금 거리를 두고 영화 내의 등신미를 감상하라는 감독의 악취미가 아니었나 싶어.


2. 액운 vs 마초 = 대환장 파티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내러티브가 다소 결여되어있어. 그래서 '읭?'스러운 장면들도 많았어. 그런데 그 와중에  딱 하나 여러 번, 여러 방법으로 거듭 강조하는 건 악역이 무진장 세다는 거야. 그러면서 악역은 '안톤 쉬거'라는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게 냉정하고, 침착하고, 잔인해. 다소 불가역적인 액운이라도 되는 것마냥 주인공을, 그리고 보는 사람을 사정없이 압박해와. 이런 절대적인 악역이 만영화 내내 만들어주는 긴장감은 결코 작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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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레고머리 아저씨가 이상하게 웃으면 더 무섭다)

근데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세상 쓸데없는 마초주의지. 쫓겨본 주인공도, 암흑가 아저씨들도 악당 '안톤 쉬거'가 무진장 세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방법은 이래


https://img.dmitory.com/img/202011/4iG/dlW/4iGdlW5zvW6GkWuemEEi0w.gif

(흔한 마초 등신1)


https://img.dmitory.com/img/202011/3n2/kX3/3n2kX3rVPyQA6mKugooyaI.gif

(질 수 없는 마초 등신2)


정말 몰입이 될 수가 없는 인물군상들이다. 이런 거 보고 있자면 참 제목 잘 지었어. 노인을 위한 나라가 뭐가 필요해. 저러다보면 노인 되기 전에 객사하기 십상이겠구만. 이 절대악과 마초남(이 쪽도 내가 보기엔 악이야)들의 스릴 넘치는 대환장파티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은 영화야. 개인적인 소감은 작중에 나오는 인물 짤로 마무리한다.



https://img.dmitory.com/img/202011/7IC/0Hg/7IC0Hg8eA0kOwwAo2mGW44.gif




+) 이건 뱀다리

다소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나 싶으면서, 나한텐 더 잘 맞았던 영화를 하나 소개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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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끝까지 간다>야. 

 

인물군상이나 대립구도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랑 꽤나 비슷해. 조진웅이 연기한 악역 캐릭터는 정말 내가 본 영화 중에서 손에 꼽을만큼 섹시한(외모 아니고) 악역이었다. 한국영화답게 서사에 조금 더 힘을 쏟았고, 짜임새도 탄탄한 영화라 덤으로 같이 추천해.


그리고 아카이빙 겸 남겨두는 전에 쓴 리뷰 링크..

1. 반 쪽의 이야기(4.0/5.0) - https://www.dmitory.com/garden/158259014
  • tory_1 2020.11.19 20:24
    너토리 멋있다! 잘읽었어
  • tory_2 2020.11.19 21:43
    내용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영화가 주는 숨막힐듯한 공포와 긴장감만으로 나는 너무 좋아하는 영화!ㅎㅎ
    톨의 감상 재밌게 잘봤어
  • tory_3 2020.11.19 23:46
    아ㅋㅋㅋㅋㅋ 진짜 구구절절 공감..보면서 진짜 환장했어 다들 허세 대박이여ㅋㅋ웬만하면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데 이건 아니었음..끝까지간다도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응원하지 않았던ㅋㅋㅋ근데 둘다 액션은 잘 찍어서 볼맛나더라
  • tory_4 2020.11.20 00:38
    ㅅㅋㄹ
  • tory_5 2020.11.20 23:50
    평론가 취향과 거리 먼 나는 보는내내 ...?와 하 안톤 죠낸 무섭다....만 외치다 끝난영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두굽 존나 찍혀있는 그 장면만 뇌리에 박힌 영화여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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