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취주의
*약스포 주의(결말, 범인스포는 없음)
누명 (1958)
포와로도, 미스마플도 등장하지 않아서 인지도는 크리스티 여사의 다른 대표작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본인이 직접 선정한 10대 작품에 포함되 있기도 하고 최근에 BBC에서 드라마화 하기도 했음
줄거리는 교보문고 펌
재코 아가일은 양어머니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하던 중에 폐렴으로 사망한다. 2년 후 갑자기 재코의 알리바이를 입증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고, 아가일 가족은 그들 가운데 여전히 살인자가 있다는 끔찍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가족들은 의심의 그림자 아래 단결했다가도 서로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 때문에 다시금 뿔뿔이 흩어지는데….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주 써먹는 외딴(고립된) 대저택에서 발생한 살인. 범인은 그들 중 한명!!! 이란 어찌보면 뻔한 클리셰인데
추리나 반전도 적절했지만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가족간 미묘한 관계나 심리묘사가 진짜 탁월하다고 생각해.
어떤 면에서는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보다 더 감탄한 지점이 많았던.
갠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최고 장점은 트릭보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심리묘사 쪽이 아닌가 싶은
피해자인 아가일부인은 재력과 미모와 멋진 남편과 상냥하고 따뜻한 마음씨까지 모든걸 다 가진 완벽한 여성이었지만
아이들을 입양하는걸로 결핍된 모성애를 충족시켰고 대신 그 아이들에게 가정을 주고 사랑을 그야말로 완전 퍼부어줬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모범적이고 누구에게나 찬사와 경탄을 받을 만하지만 실제론....
물론 아이들을 몹시 사랑하긴 했지만 사실 자기만족에 가까웠고 지나치게 속박을 해서 아이들이 대부분 엇나가게 됬지
아가일 부부의 양자들은 모두 부모에게 버림받고 하층민에 가까운 아이들이었는데
엄청난 부자에게 입양되어 따뜻한 가정에서 성장하고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재산도 물려받게 됬으니 당연히 감사하고 기뻐할거 같지만
5명의 자식들 중에 진짜 순수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던건 겨우 단 한명에 불과했던.
맏딸은 어린아이는 다 착하고 순진할거란 고정관념과 다르게 영리하고 계산적인 언동으로 아가일 부부의 양자가 되는데 성공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어머니인 아가일부인을 약간 한심하게 여기고 성인이 된 이후엔 집에서 계속 독립해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했고
재코는.... 모든 나쁜짓이란 나쁜짓은 다 하고 다녔으니 말할것도 없고
헤스터도 어머니에게 쭉 반항해왔는데 결국은 어머니의 말씀이 사실은 다 옳다는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인정을 못해서 계속 더 엇나갔던.
마이클은 친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돈을 받고 팔았다)는걸 알고 있으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가일 부인을 맹렬하게 증오하는걸 택했고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부모자식간의 미묘한 애증과 갈등을 되게 잘 보여줬던거 같아.
미워했지만 사랑했고 원망했지만 감사했고... 아가일 부인이 죽고나서 한참 후에야 그걸 깨닫는다는게 안타까웠지만
그리고 작품의 도입이자 주 줄거리라고 할 수 있는, 말그래도 누명에 대한 부분
박사가 재코 아가일이 양어머니를 죽인 진범이 아니란걸 아가일 가족에게 밝혔을때 그들의 반응이 예상과 너무 달라 당황하는데
일반적인 상식으론 자기의 아들, 그리고 형제가 살인자가 아니란데 기뻐해야겠지만
이 가족은 사실 항상 골칫거리고 문제아였던 재코가 범인인거에 도리어 내심 안도하고 그를 용서함으로써 가족의 평화를 찾았지
그게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면서 가족 중에 누군가가 진범이라는데서 오는 공포와 불안과 의심이 저택을 지배하게 되고
뭔가 되게 현실적이면서도 알고싶지 않은 민낯을 보게 된 느낌. 내 가족이 가족을 죽였다는데 오히려 그 사실로 평온할 수 가 있다는게.....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갖고있는 조건은 전형적인데 캐릭터들의 심리묘사는 내 예상을 깨부수는 지점이 많아서
굉장히 흥미롭고 기억에 오래동안 남은 작품이었어.
드라마는 각색을 많이 했는데 그 방향이.. 내가 적은 이 소설의 장점을 다 까먹는 수준이라 아쉽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