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를 보는데 예전에 좋아했던 선생님이 생각났어.
그 분은 나를 많이 좋아하셨어. 학원선생님이셨는데
나를 잘 챙겨주셨거든. 내 노력과 재능을 알아봤다며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도 항상 해주셨어.






내가 20살때였어. 그땐 뭐가 부끄럽고, 잘못된건지 잘 몰랐나봐. 그지하철에서 부산스럽게 뭘 하다가 주변사람한테 주의좀 해달라는 소리를 몇 번 들었어. 그때 나는 내가 열심히 산다는 증표인줄 알았다? 선생님이 그러셨거든. 자기는 예전에 ㅇㅇ를 했는데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다고. 그래서 그걸 따라했어.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때 나는 그게 옳은 일이라는 생각만 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참 힘들었어. 나를 처음으로 인정해준 사람한테 더 인정받고 싶어서 나를 더더 다그쳤거든. 그렇게 한 3~4년을 살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공허한 삶이었던거 같아. 나는 누군가에게 칭찬받기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 개발되는건 좋은 일이지만 그 긴 시간동안 나를 항상 통제하며, 욕구를 지나치게 자제하며 살았던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들더라고.






영화를 보면서 그 때 생각이 참 많이 났어. 완벽함이란 뭘까/우리는 왜 완벽함을 쫒을까/완벽함뒤에 가려진 무언가는 없을까. 하는 그런 고민을 꽤 오래동안 했고 그걸 좀 글로 풀어서 쓰고 싶어. 영화와 내 삶,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 본 글이야.






우선, 영화에서 계속 선생이 말하잖아. "네 한계를 뛰어넘게 하려고 계속 밀어붙이는거다" 드럼을 연습하면서 피가나고, 차사고가 나도 연주를 끝내게 하게끔 사람을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것.




정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것 그 자체같아. 여기서 한계는 개인의 한계와 보편적인 인간의 한계를 같이 쓰는거 같았어. 개인적인 한계만을 뛰어넘는건 사실 객관적으로 볼 때 크게 우수하지는 않을 수 있잖아. 그니까, 어떤 인간상(아마도 상위권영역에있는?)이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것, 어떻게 보면 이건 우리가 갖는 하나의 '이상'과 같지.





근데, 이상이라는건 사실 '이상'이기 때문에 현실에 실현될 수 없는 개념이잖아. 마치 유토피아 utopia가 그리스어 ou(없다), topos(장소)를 합친말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인것처럼(환상의 섬 neverland도 같은 맥락인거 같아).





모두가 갈망하지만 현실에 실현이 불가능한 것. 이상은 그런 유토피아의 뜻을 담고있어. 그렇지만 사람은 항상 이런 이상을 쫒고, 이상과 합일되는 삶을 살고 싶어하지. 현실을 이상에 맞추려고 하면서.





나는 이 '이상'이라는게 서양철학 전반에 흐르는 '이데아'와 같다고 생각하거든. 화이트헤드라는 철학자는 '서양철학은 플라톤에 대한 주석'이라고 했잖아. 서양철학을 보면 이 플라톤의 이데아(진리/이상) 얘기가 빠지질 않아. 소크라테스도 철학- 필로소피를 지혜(진리)에 대한 사랑이라고 했듯, 철학은 항상 이 진리라는 인간을 초월한 영역의 존재를 쫒아. 진리를 사랑하고, 그 진리를 모방한 현실에서 진리를 찾아내는것. 그게 철학이라는거지.



진리를 뜻하는 이데아는 순수하며 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존재의 가장 이상적인 '원형'을 뜻해.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아. 기독교적 사유를 보면 신의 영역은 굉장히 순수하고 이상적/완벽하지만 현실로 내려올수록 불완전하고 타락한다고 하잖아. 그래서 이런 이상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거지.


나는 이 '이상'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이상의 의미가 비슷하게 느껴졌어. 현실의 불완전한 인간을 뛰어넘고, 이상적인 이데아의 인간을 쫒는 그런 모습이 이상을 쫒는것과 겹쳐지더라고. 완벽함에 대한 사랑 이면에는 불완전함에 대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있다고 생각해. 인간은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는 존재지. 기독교적사유와 서양철학은 인간의 육체를 부끄럽고 불완전한 대상으로 봤어. 결핍을 노정한 존재가 인간인거야.


그래서, 인간을 한계로 밀어붙이는 그 고통은 현실의 인간이란 존재의 한계를 넘고, 하늘의 영역인 이상적인 무언가를 쫒고자하는 욕망의 발현이 아닐까 싶더라. 이상에 대한 사랑/그것을 현실에 실현시키고자하는 욕구. 그건 서양철학의 핵심적인 테제가 아닐까 싶어.



서양철학은 항상 보면 진리라는 신의영역에 도달하고, 그런 신의 영역에서 살고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더라. 나는 이게 육체라는 한계를 가진 인간이 영원함을 상징하는 신을 갈구하는것처럼 느껴지더라고.한계,결핍, 죽음이란 실존적인 과제앞에서 늘 그것들을 피하고 싶어하고, 이상적이고 신적인 무언가가 되고싶어하는 욕구처럼..종교라는게 그렇듯ㅋㄱㄱ 철학도 그런 측면이 없지않아 있는거 같아. 존재의 불완전함을 뛰어넘고자하는 그런 욕구가






사실, 이런 노력과 고통을 영화에서 보면서 느낀건, ' 왜 그렇게까지 몰아붙여야하는가?'이거였어. 왜.. 너무 심하더라고. 피가나도 드럼을 치는 모습을 보면서..감동을 받긴했는데 그 처절함이 가슴아팠어..ㅜ 딱,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하는 모습 같더라. 능력주의의 모습이 극적으로 드러난게 아닐까 싶은데.. 능력 즉 "너의 가치를 입증해라. 그렇지 않다면, 넌 가치가 없다"이런 우리사회의 구호를 잘 보여준거 같아. 사람들 앞에서 행하는 일방적인 폭력과 폭언은 나라는 존재에게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잖아. 그래서 더더 가치를 증명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는거 같아.





현실의 예술계/체육계/학교풍경이 많이 겹쳐졌던 부분이었어. 능력으로 가치를 증명하지 못 한다면, 존엄성은 존중받지 못 하게 되는 그런..ㅜ..이 부분을 보며 느낀건, 인간은 마치 텅비어있는 존재같다는거야. 근데 그 텅비어있음은 굉장히 부정적인 판단을 받게 되고, 자신은 텅비어있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님을 '가치'로서 증명하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거지.





근데 도대체 이런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내가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은 내 행복을 위한 조건일뿐인데, 그 가치를 실현시킨다는 것이 모든 가치를 삼켜버린거 같아. 행복이든 뭐든 일단 그 존재의 가치를 입증하는것에 다 종속되버린거 같아. 영화나 현실의 천재들을 보면서 항상 머리속에 남아있던 생각이었는데..




그들의 성공/완벽함만을 보고 그 뒤에 감쳐진 고통과 절망은 제대로 사유하지 못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내가 k아이돌을 좋아하는데 그 아이돌이 보여주는 완벽한 무대가 나는 좋으면서도 항상 신경이 쓰였어. 그게 너무나도 많은 고통이 만든 결과라는걸 아니까..





물론 이들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고, 스스로 선택해서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지만..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속 주인공처럼 자신을 감정적/신체적으로 밀어붙이며 학대하고 있고.. 그 중 극소수만이 성공을 통해서 이 노력이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니 참.. 씁쓸하더라고. 이 완벽한 작품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있음에도, 그 완벽함만을칭송하는게 옳은걸까? 하는 고민이 들었어. 영화를 보면서 계속 고통에 대해 생각하게 된거 같아. 이런게 성공뒤에 가려진 고통이지..하면서ㅜ..








성공한 사람들의 고통도, 어쩔땐 성공을 돋보이게해주는 무언가로, 혹은 연민을 일으키는 무언가로 가볍게 소비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어쩌면, 이런 고통들을 제대로 사유하지 않았기때문에 우리는 이들에게 성공/완벽함을 요구하는것이고, 성공한 이들에게 더 큰 성공 완벽함을 바라는게 아닐까..





너무 성공한 사람들의 노력을 부정적으로 그리는게 아닐까 싶긴한데..ㅜ 나는 이런 성공과 노력 고통이 다 한번쯤은 고민해보면 좋은 문제들이 아닐까 싶었거든. 완벽하지 않으면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은 사회에서, 누군가는 인정투쟁을 위해 자신을 학대하게 있잖아. 또, 그들의 노력이 자기학대라고 폄하될일이 아니라해도, 나는 견딜수있는 고통이니까 그 고통은 정당한것인지, 그게 계속 머리속을 떠나지 않더라고. 그 고통이 인간을 죽음으로 내몰지는 않으니까 괜찮다면.. 견딜수있기때문에, 그만큼의 고통은 괜찮은걸까? 남의 인생에 괜한 오지랖일수도 있눈뎁ㅜㅜ 나는 이런 인간의 극한적인 고통을 마냥 찬양하는게 무섭더라..




이들이 고통받는걸 단지 이건 그들의 꿈이니까, 꿈을 위한거니까. 하는 식으로 나 스스로가 그걸 어쩔수없지 뭐. 하는게 좀 흠칫하게 되더라고.




결과적으로는, 이상과 완벽함에 대한 갈망이 나한테 있다는걸 깨닫고.. 그런 기준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된거같아.




그리고 진짜 음악이 너무 좋았어. 딱 집중하게되는데 실시간으로 기빨리는 느낌..마지막에 울었다.. 와..진짜 미쳐따..싶었지.. 근데 주인공이 계속 선생이랑 같이 일하게되면..그 자살한 사람처럼 될 거 같아..아무리 성장할수있다해도 이건 좀.. 너무 인간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거 같아ㅜㅜ..
  • tory_1 2020.05.23 03:31
    마저.. 이거 감독이 나중에 인터뷰 한것 봤는데 결국 주인공도 자살한다고 하더라.. 주인공이 동경했던 드러머들처럼 ㅠㅠ
  • tory_2 2020.05.23 12:45
    헐...ㅠ
  • tory_2 2020.05.23 12:44
    글 너무 조타ㅜ 토리 글 올려줘서 고마워! 추천 스크랩하고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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