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YTN 라디오 '뉴스FM, 조현지입니다']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2:20~14:00)
■ 진행 : 조현지 아나운서
■ 출연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뉴스를 품은 음악] 5관왕 빌리 아일리시, 흥행 쫓는 그래미의 안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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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조현지 아나운서(이하 조현지)> 요즘 핫하다는 음악은 꼭 들어보는 당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제목을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당신! 그런 당신이, 수요일을 기다리는 이유 우린 잘 알고 있죠.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뉴스를 품은 음악>.

◇ 조현지> 이번 주 음악계에는 큰 행사가 있었죠?

◆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이하 정민재)> 네, 바로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인데요, 우리 시간으로 월요일 오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렸습니다. 특별히 이번 시상식에는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방탄소년단이 무대에 올라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을 리뷰하며 중요한 순간들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 조현지> 좋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날이 NBA의 전설적인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사고로 세상을 뜬 날이었나요?

◆ 정민재> 그렇습니다. 시상식을 몇 시간 앞둔 시점에 비보가 전해졌는데, 시상식이 열린 스테이플스 센터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선수 시절 활약했던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홈구장이기도 해서 안타까움을 더했죠. 이날 사회는 가수 알리시아 키스가 봤는데, 당초 예정되어 있던 순서를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추모사와 아카펠라 공연으로 대신했습니다. 공연에는 보이즈 투 멘이 함께 무대에 올랐고, G.C. 카메론의 1975년 원곡을 보이즈 투 멘이 1991년에 리메이크해서 히트한 'It's so hard to say goodbye to yesterday'를 불렀습니다. 가뜩이나 시상식 전에 그래미를 주최하는 미국의 레코딩 아카데미를 둘러싼 잡음이 나와서 어수선했는데, 코비 브라이언트의 안타까운 소식까지 더해져 시상식 초반 분위기는 확실히 무거웠습니다.

◇ 조현지> 어떤 잡음이었나요?

◆ 정민재> 시상식을 일주일 앞두고 레코딩 아카데미의 여성 CEO 데보라 두건이 취임 5개월 만에 해고를 당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데보라 두건이 자신의 어시스턴트를 부당하게 대우했다는 건데요, 데보라 두건의 말은 달랐습니다. 그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전 CEO 닐 포트나우가 모 아티스트를 성폭행했고, 회사의 고위직 직원이 자신을 성추행했으며, 레코딩 아카데미가 시상식의 후보와 수상자를 조작했다는 폭로를 한 거죠. 이후 데보라 두건은 레코딩 아카데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조현지> 심각한 문제인데요. 현지 반응은 어땠나요.

◆ 정민재> 미국의 연예계, 음악계는 적잖이 놀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까진 정확한 정황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데보라 두건의 폭로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래미 시상식은 지금까지 쌓아온 위상과 신뢰를 한 번에 잃을 수도 있죠.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테일러 스위프트가 개인적인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혔고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 역시 참석하지 않으면서 추문에 휩싸인 그래미를 향한 보이콧의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조현지> 그렇군요. 여러모로 뒤숭숭했을 것 같은데, 시상식은 잘 치러졌나요.

◆ 정민재> 네, 다행히 기존에 참석 예정이었던 주요 후보 중에선 테일러 스위프트와 비욘세 정도만 빠지는 것으로 시상식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공연 또한 풍성하게 마련됐는데요, 오프닝을 장식한 리조를 시작으로 삼형제 밴드 조나스 브라더스, 래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신흥 라틴 강자 카밀라 카베요, 컨트리 레전드 타냐 터커, 어셔와 쉴라 이, FKA 트위그스가 꾸민 프린스 트리뷰트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빌보드 19주 1위에 빛나는 릴 나스 엑스의 무대도 빼놓을 수 없죠.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년간 본 그래미 중 공연 측면에선 가장 좋았습니다.

◇ 조현지> 방탄소년단도 무대에 올랐죠?

◆ 정민재> 그렇습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그래미상 공연 무대에 올랐는데요, 지난해 시상자로 출연했던 것에 이어 2년 연속 그래미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단독 공연은 아니었고 릴 나스 엑스의 무대에 게스트로 출연했죠. 지난해 빌보드 19주 1위의 위업을 달성했던 릴 나스 엑스의 노래 'Old town road'에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피처링을 해서 'Seoul Town Road'라는 리믹스 싱글이 나왔었는데, 시상식에는 일곱 멤버가 함께 올라 이 노래를 같이 불렀죠.

◇ 조현지> 공연은 어땠나요?

◆ 정민재> 개인적으로는 원곡도 그렇고 리믹스 버전도 그렇고 그다지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었는데, 라이브 무대를 보니 곡의 매력을 비로소 알겠더군요. 노래의 특성상 방탄소년단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칼군무, 댄스 퍼포먼스는 볼 수 없었지만 여유롭게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찰나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습니다만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은 제대로 보여줬어요. 오늘 노래 들어보시고 기회가 되신다면 무대도 직접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M. 'Old Town Road(Seoul Town Road Remix)' - Lil Nas X feat. RM

◇ 조현지> 시상식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데요.

◆ 정민재> 우선 그래미상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시상식이 대상격의 본상 4개와 80여 개의 장르, 하위 부문상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올해 62회 그래미상에서는 리조가 8개 부문, 빌리 아일리시와 릴 나스 엑스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리조와 빌리 아일리시의 격돌을 예상했죠. 그런데 뜻밖에 빌리 아일리시가 본상 4개를 비롯해 5개의 상을 챙겨갔고 리조가 3개의 장르 부문 수상에 그치면서 빌리 아일리시의 독주로 시상식이 마무리됐습니다. 특히 빌리 아일리시는 말씀드린 것처럼 최고의 신인상,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레코드상, 올해의 노래상을 모두 휩쓸었는데, 이는 1981년 크리스토퍼 크로스 이후 39년 만의 기록입니다.

◇ 조현지> 작년 뉴스를 품은 음악 시간에 빌리 아일리시 얘기를 정말 많이 했는데 과연 그래미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군요. 그러고 보니 말씀하신 릴 나스 엑스, 리조 모두 저희가 방송에서 소개를 했던 가수들이네요.

◆ 정민재> 저희 방송 꾸준히 챙겨 들으신 분들은 국내외 음악 트렌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놓치지 않고 따라잡을 수 있도록 제가 준비하고 있죠. 이 밖에도 역시 제가 소개한 적 있는 개리 클락 주니어 역시 3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다관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노래를 한 곡 더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작년에는 아리아나 그란데가 그래미 시상식에 안 나왔습니다. 원래 나오기로 했었는데, 시상식의 제작자와 약간의 마찰을 빚으면서 출연을 취소했던 거죠. 올해는 별 탈 없이 무대에 올라 3곡을 연달아 불렀는데, 역시나 노래와 퍼포먼스가 뛰어났습니다. 그중에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사운드트랙 중에서 'My favorite things'를 샘플링한 히트곡 '7 rings'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노래가 어떤 부문에서라도 수상하길 바랐는데 무관에 그쳐서 참 아쉬웠습니다.

M. '7 rings' - Ariana Grande

◇ 조현지> 현지 시각으로 1월 26일에 열렸던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시상식에 대한 총평을 해주신다면요?

◆ 정민재> 빌리 아일리시의 석권은 나름대로 수긍할 만한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래미가 지나치게 안전 지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어요. 제너럴 필드를 한 가수에게 몰아주는 경우도 빈번해졌고, 과거에 비해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인기 가수에게 트로피가 가는 경우도 늘었죠. 사실 이전에는 그래미 하면 어쨌든 음악성, 작품성에 우선의 가치를 둔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요즘은 흥행 규모를 비중 있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상식의 시청률이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나름대로 강구한 대응 방안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최근 그래미라는 브랜드의 무게감이 전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건 이러한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린 그래미와 레코딩 아카데미를 향한 의혹이 명명백백 밝혀지지 않는다면, 내년 그래미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 조현지>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진 않으셨군요. 마지막으로 들을 노래도 소개해주시죠.

◆ 정민재> 저희 방송에서 빌리 아일리시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소개를 한 바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신인이라는 얘기부터 빌리 아일리시 신드롬의 뿌리, 2019년을 대표하는 팝 음악이라는 정리까지 전해드렸죠. 그래서 오늘은 이번 그래미상을 휩쓴 1집에 실린 노래말고 2019년 11월에 나온 비교적 최신곡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everything i wanted'라는 곡인데, 이 노래 역시 빌리 아일리시와 오빠 피니어스 오코넬이 함께 작업한 곡입니다.

◇ 조현지> 이 노래도 빌리 아일리시의 다른 노래들처럼 특이한가요?

◆ 정민재> 이 노래도 빌리 아일리시의 여러 다른 노래처럼 마이너 코드로 이루어진 곡인데요, 가사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고 난 후 그 부담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듯한 내용입니다. "난 꿈을 꿨어, 내가 원했던 모든 걸 얻은 꿈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냐.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건 악몽이었을지도 몰라. 날 염려해주는 사람들에겐 말야." 이런 가사가 나오기도 하고, 늘 함께 하는 오빠에게 심적인 의지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도 있죠. 음악은 매우 트렌디하고 어두우면서도 노랫말로는 내밀한 속이야기를 하는 빌리 아일리시 특유의 작법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 조현지> 네, 그럼 정민재 평론가 보내드리면서, <빌리 아이리시의 everything i wanted> 들을게요. 지금까지 대중음악 속 우리가 몰랐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52&aid=0001394075

  • tory_1 2020.01.29 23:04
    아리아나가 무관인건 진짜 의외더라 빌리도 받을만한 상이 많긴 했지만.. 10대 소녀가 제너럴 부문 싹쓸이 하는 극적인 장면으로 화제를 불러보려는 건가 싶기도 했음
  • tory_2 2020.01.30 01:3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0/08 09:42:35)
  • tory_2 2020.01.30 01:3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1/10/08 09: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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