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숲

톨-하!


올해 초에 면허 받아서 바로 차 뽑은 뒤에  이제 운전한지 5개월 된 초보 톨이얌.

나처럼 운동신경 둔한 톨이 있다면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면허부터 현재까지 경험담을 적어 보아.


1. 일단 면허 따기!


주위에서 면허는 필수니 지금 시간 있을 때 따라, 돈 있을 때 따라, 여유 있을 때 따라

나중에 몰아도 되니까 일단 따고 봐라

혹은 넌 운동 신경이 안 좋으니 따지 마라

일 년에 택시 많이 타봐야 80만원이니 차라리 매일 택시를 타라 걍 따지마 돈 나가 등등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들 입 밖으로 면허 따볼까를  낸 순간 귀에 딱지 않게 들었을 거야.


참고로 나는 후자의 면허 따지 마 케이스였어.

그럴 법도 한 게 운동 신경이 안 좋아서 평소에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반박자 늦게 내려서 휘청인다던가

자전거 못 탄다던가 스케이트 타다 쾅 한다던가

결정적으로 길가다 넘어져서 이 깨먹었거든.

땅을 못 짚었어.(술 마신 거 아님. 손에 폰 안 들고 있었음. 그냥 한낮의 길에서임)

여튼 주위에서 면허 딴다고 하면 극히 말리는 부류야.


주위의 만류도 극심했지만 딱히 차가 필요 없던 활동 반경이 좁았던 20대는 괜찮았어.

근데 30대가 넘어서니 면허가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기회의 박탈이 너무나 화가 나더라고.

더 연봉 높은 직장을 거리 땜에 포기한다던가 등등.


그보다 시간이 지나니 나만 차가 없더라고.

사회생활 10년이 넘고 다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나 빼고 주위 모두가 차가 있어!

자기 차가 아니더라도 가족차는 몬단 말이야.

근데 나는 여전히 면허가 없어서 집에 차가 있어도 어디 갈 일 있으면 부탁을 해야 해.

내가 차 살 돈 없는 것도 아니고 유지비 없는 것도 아니야.


그런데도 매번 어디 나갈 때마다 대중교통 타거나 짐 있을 땐 부탁을 해야 하니 하루는 분노가 차 오르더라고.

대체 왜 나만 차가 없지? 

무엇보다 지금 면허 안 따면 난 50대가 되든 60대가 되어도 차를 못 몰잖아.

내 노후는? 

은퇴 후 60대에 어디 한적한 시골 과수원 구경 가고 싶어도

차를 못 몰아서 혼자서는 아무 데도 못 가는 할머니가 되는 거잖아!


거기서 의지를 불태웠어.


마침 그 달에 야근 빡시게 해서 야근비가 100만원 넘게 나왔거든.

택시비 준다고 택시 타라는 사람에게 다 됐고 차 산다고!!!!!

샤우팅 해준 뒤 야근비 받은 거 들고 바로 면허 학원에 등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어.


2. 면허따기2


겁나 어려웠다 -_-

운동 신경 없는 거는 정말 표 나더라.


같은 날 시작한 20살 남자애는 장내기능연습장 한 바퀴 딱 돌더니 2바퀴부터 20년 프로 택시 기사님처럼 몰더라고.

근데 나는 핸들을 제대로 못 돌려서 커브 개차반으로 돌아 강사님이 차에서 내려서 거리감을 손, 발로 재어 주심.

차 세우고 핸들 오른쪽, 왼쪽 다섯 번 돌리기 연습한 담에 브레크 밟기 연습! 

다시 코스 돌며 한 바퀴! 반 바퀴! 핸들 돌리는 시점, 브레크 밟는 시점 시선 두는 법을 하나 하나 배움.


그런데도 진짜 못했어.

거리감을 정말로 모르겠더라고.


나는 과연 사람인가.

나에게는 신경이 어디 하나 모자란가.

세상에는 의지만으로는 안되는 게 있는가 싶어서 현타가 세게 왔는데

침착하게 초보 운전용 기능 영상 한 6시간 시청하니까 좀 극복 되더라.

그리고 나 같은 사람들이 남긴 팁 및 후기만 한 40건 넘게 검색해서 다 찾아봄.


근데 운전면허도 결국 시험이잖아.

상대평가로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결격 사유가 없으면 붙이기 위해 치는 시험이야.

나의 결격사유를 없애자는 생각으로 나한테 맞는 연습 찾아서 걍 외움.

장내기능장이 원체 작으니까 핸들 돌리는 포인트, 시점, 이런 거를 외우니까 일단 기능시험은 통과하더라고.


여튼 기능은 어찌어찌 통과 했다지만 근데 도로주행은 아니잖아.

원래 잘 모를 때는 일단 냅다 외우면 된다지만 이건 정말로 외움의 영역이 아니더라고.

도로 나가서 딱 2시간 해보고 감이 왔어. 

아, 이대로 도로 나가면 내가 죽든 아님 구치소 가겠네 싶드라.


그래서 카드를 빼들었습니다!


총 도로주행수업을 10시간 결제함. '-'

수업료가 시간당 7만 꼴이라서 남들보다 학원에 한 50만원은 더 쓴 것 같아.

(기능 딸 때도 수업 추가해서 더 들었어)

그렇게 돈 처발처발해서 수업 2배 듣고 시험 치니까 1번만에 붙음!!!!


몸이 둔할 땐 돈을 처발처발하면 그나마 따라는 간다는 교훈도 배울 수 있어!


우야뜬 제일 차량 적게 다니는 새벽 6시 탐으로 운전 시작했기에 망정이지 

낮에 차 있을 때 연습했으면 너넨 운전면허 따지마란 글 적고 있지 싶어.


3. 차 삼.


면허증 받자마자 바로 딜러 추천받고 계약서 사인함.

운전도 못하는 게 큰 차 타면 사고 치지 싶어서 주차 쉬운 경차 삼.

안전 관련 옵션은 죄다 때려 박았어. 

그리고 몇 달 뒤 차가 옴


4. 도로연수!


장장 6주 동안 했습니다!

토탈 시간으로 치면 20~30시간 남짓인데 평일에 여유 시간이 거의 없어서 주말밖에 못 했거든.

주말마다 울면서 차 몰았어.

초반에는 주차 연습만 하루에 3시간 넘게 했어. 

진짜 칸에 넣었다 뺏다만 하는데도 줄 안에 안들어감. ㅠㅠ

주말 내내 6시간 넘게 주차장에서 살았어. 회사 주차장에서 했는데 주말이라 사람들 출근 안 해서 연습은 편하게 했어.

진짜 내가 봐도 드릅게 못하는데 그래도 포기 안하고 이 악물고 하니까 어느 날 됨!


이제 진짜 도로 연수

참고로 나톨이는 부산에 살아 :D

그리고 울 회사는 센텀교차로를 지나야만 출퇴근을 할 수 있어.

혹시 여름에 외부인 많이 들어온 센텀교차로랑 인근 해안로 달려본 적 있니?

6키로 통과하는데 최소 시간 50분이얌.


이 동네는 대가리를 먼저 들이밀지언정 늦게라도 깜빡해주면 아주 예의 바른 착한 차량이야.

좌회전 도는데 1차로 차가 깜빡이도 없이 2차로로 들이밀고 지 들어가는데 비키라고 빵 하고

조금만 틈이 생기면 겁나 튀어나오는 차가 택시만 있는 게 아니야.

버스는 일단 들이민 다음 미안해 하고 비깜 두 번 해주는 게 끝이고

신호가 하도 밀리는데 좌회전 못 타면 답 없으니까 진짜 팔 내미고 손 비비는 것도 두 번 봤어.

경찰 나와서 통제해 줘도 좌회전 나가려면 신호 5번 받고 겨우 교차로 나가니까 빡친 운전자들이 미친 듯이 꼬리물기를 해.

도로 상황이 그렇다 보니 출근길에는 종종 어제 없던 라카칠 해진 도로랑 범퍼 깨진 것도 봐.


거기가 내 출퇴근로라서 난 여기서 도로 연수를 했어.

이걸로 도로 연수 설명은 생략할게.


5. 운전중(ing)


자차로 아침 출퇴근 한지 이제 5개월인데 사고 없이 잘 다니고 있어.

물론 초보라 간혹 사고 날 뻔한 적은 있었어.

끝차로에서 우회전 들어가는데 내 옆 3차로 60이상 밟고 쏘아져 온 차가 휙 치고 들어올뻔 했다던가

내가 끼어들기 했는데 뒤에 제대로 못 본 내 과실인데 다행히 뒤차가 방어해줘서 살았던거랑.


운전하면 할 수록 이 동네를 왜 남들이 다이나믹 부산이라 부르는지 납득하고 있음.

폭우는 딴 동네도 오니까 아 그런갑다 하긋는데 

이 동네는 태풍 오니까 도로에 바닷물 올라오더라고 '-'

출렁! 하고 물 넘어와서 도로에 촤아악 퍼지는데 그건 좀 신기했어.


6. 결론.


운전은 정말로 운동신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

하지만 그건 돈으로 처바르고 연습하면 조금은 만회할 수 있어!!

다만 남들 10시간이라면 20시간이 아니라 30, 40시간 연습해야 한다는 거 ㅠ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운동 신경이 둔하면 남들보다 순발력, 돌발 능력 떨어지는 거를 인정해야 해.

운전은 흐름 보는 거랑 순간 판단력이 중요해서

운동신경 둔한 자신의 한계를 명심해서 

나한테 무리일 것 같은 도로는 맘 비우고 차 놔두고 가야 한다는 거.


그래도 차를 몰 수 있다는 거!

차 모는 멋쟁이 할머니가 되는 그 날까지 홧팅이얌.



  • tory_1 2022.10.06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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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2 2022.10.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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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3 2022.10.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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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4 2022.10.0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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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5 2022.10.06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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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6 2022.10.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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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7 2022.10.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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