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새벽 다섯시 반쯤 시작된다.....
지나친 밤형 인간이라 잠든 지 두세시간이 채 되지 않을 그때
세상에서 가장 듣기싫은 소리가 내 귀에 날아와 비수처럼 꽂힌다....
꾸....꾸......꾸우.....꾸꾸........................
베란다를 지나 거실과 주방을 지나 방 두개를 더 지나야 문닫힌 내 방이 나오는데
나의 트라우마는..... 나를 깨운다.......
꾸....꾸.......꾸꾸............................
좀비처럼 일어나서 베란다로 간다
빈 플라스틱병을 들고 벽을 치기 시작한다....
온 아파트가 울린다...........................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비둘기 산란기라서 요새 온 아파트가 비둘기 우는 소리로 난리고
우리집도 예외는 아님...
베란다 옆에 달린 실외기 뒤 공간에 자꾸 둥지를 틀고 있어
몇년째 반복되는 일인데 재작년에 엄마가 동물한테 그래도 해 끼치지 말고 얼마나 갈 데가 없으면 오겠냐 해서
한번 참았는데.....
비둘기 알 낳고 키우는거 한번 봐주면 이 동네 비둘기들한테 산과 맛집으로 소문난다....
존나 방 빼면 바로 또 다음 부부 들어오심.........
소리도 진짜 참기 힘들고
냄새..... 진짜 정말 배변활동 존나 하고...
그래도 참았어 얼마나들 갈 데가 없으면 오겠냐....
근데 결정적으로 우리가 비둘기를 쫓아내게 된 게
2018년에 진짜 더웠잖아.
우리도 에어컨 없이 못살아서 에어컨을 거의 24시간 켜고 살았는데
그 찌는 더위에 에어컨 실외기 뒤에 알 낳은 비둘기 들은 그 더위+실외기 바람 콤보를 어떻게 견디냐고.....
새끼가 태어났는데 걔를 두고 부모가 도망감.
먹을것도 없고 날지도 못하고.. 24시간 부모만 찾고.... 부모는 안돌아오고....
새끼는 죽어가고......
시청에 이거 처리해 줄 수 있는지 전화해봤는데
집 안에 있는 동물 사체는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
그 뒤로 걔가 죽어서 떨어졌는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우리 가족들한테 너무 트라우마가 돼서
작년에 여름 내내 쫓아내면서 살았는데
지난주와 이번주 정말 하루에 오십번씩 벽치고...하루종일 쫓아내느라 하루가 다 간다.....
지금 최악인게 어제 엄마가 걔네 막는다고 뭐 이거저거 했는데....
이 멍청한 비둘기들이 들어오는 길을 알고 나가질 못해서 거기 갇혀있음......
난 새공포증 있어서 방충망 열어서 뭘 할수도 없고..................
너무 힘들다 하루가..........
근데 또 불쌍하기도 하고....
나 진심 매일 악몽꿔.....비둘기 소리때문에 잠도 못자고 자꾸 깨고...........
혹시 여름 내내 에어컨 돌릴 집은 절대 비둘기 알 낳을 틈도 주지 말고 쫓아내....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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