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평소에 TV를 시청하지 않는 관계로 박지민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2014년 연기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대인을 풍자한 장면을 ‘등골브레이커’ 곡으로 안무하며 방탄소년단의 곡을 처음 알게 되었고, 2018년 문화가있는날 지역특화프로그램 공연의 한 장면에 ‘세렌디피티’ 곡으로 듀엣을 연출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 박지민의 춤을 보았을 때는 움직임과 표현력의 섬세함에 춤을 곧잘 추는 아이돌스타 라고만 생각했다. 듀엣을 진행하면서 부터 제자는 박지민의 춤 스타일이 너무나 섬세하고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안무를 연습하는데 있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여 좀 더 디테일하게 움직임을 분석하게 되었다.
듀엣 안무는 원곡의 섬세한 춤을 빠른 비트로 재구성해 움직임의 동선을 짧게 압축하여 움직이다가 원래 비트의 곡으로 전환되어 여자의 즉흥 몸짓과 섬세한 남자 원곡의 안무로 어우러지는 듀엣을 연출하려 하였다. 하지만 박지민만의 독특한 섬세함을 표현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박지민의 움직임은 곡의 비트와 멜로디를 분리하여 잘게 쪼개고 그 섬세함을 온전히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 섬세함은 연습으로 표현되는 것만이 아닌 본능적으로 호흡을 통해 자연스러운 리듬을 만들어 내고 손끝에서 발끝까지 각 신체에 그 호흡이 전달되는 흐름의 형태로 몸을 정말 잘 다룰 줄 아는 무용수의 몸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용의 기본은 ‘몸’이다. 몸은 인간에 있어 원초적이며 그 원초적인 몸은 각자의 시간을 품고 있다. 각기 다양한 체형과 각자 삶에 묻어 있는 습관이나 제스처 등 제각기 다른 몸짓들을 갖고 있다. 원초적인 몸을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몸은 정직하다. 각자의 노력에 의해 몸이 반응하고 시각적으로 표현되어지는 과정에서 개인의 섬세함과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버릇(쿠세)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쩌면 그 개성의 질에 따라 무용수의 실력이 좌우된다고 할 수도 있다. 좋은 무용수라 함은 자신의 개성을 바탕으로 담백함을 담아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완벽히 자신만의 몸짓 언어로 스토리텔링 하여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무용수가 아닐까.
박지민의 몸은 다부지다. 그 다부진 몸으로 구사하는 몸짓은 작은 동작도 풍성한 동선을 사용하여 공간을 아우르는 몸짓이며 그 지점의 알 수 없는 섬세함이 존재한다. 또 그 섬세함은 다양함을 내포한다.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shape의 표출 방법을 잘 아는 것이며 목의 각도와 어깨, 골반을 비틀어 사용하는 쿠세 마저도 연기력과 더해져 감성이 풍부한 몸짓으로 완성시킨다. 특히 “라이”와 “세렌디피티” 곡의 끈적한 멜로디를 온 몸의 힘을 뺀 상태에서 엑스트라 호흡을 이용하여 허공을 가르는 듯한 풍성한 몸짓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전율을 느꼈다. 또한 곡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온전히 인지하여 그 스토리 안에 자신을 완벽히 대입시켜 충분히 빠져들어 그 곡을 머리끝에서 손끝, 발끝 등 에너지의 가장 날렵한 부분을 이용하여 내면의 섬세함을 표현할 줄 아는 완벽한 공연예술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기본적으로 모든 장르의 춤들은 근육을 사용하는 부위가 각기 다르다. 더군다나 스트릿댄스, 비보잉을 하다가 순수무용인 현대무용을 도전한다는 것은 근육을 사용하는 에너지가 너무나 다르기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기본적인 트레이닝 방법이 다르고 음악적 성향도 좀 더 풍만함을 요하기에 내면의 마음가짐까지도 많은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몸을 트레이닝 한다는 것은 육체적 노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무용 트레이닝의 강도가 운동 트레이닝 강도에 못지않은 것이다. 습관적으로 사용했던 근육들을 다른 방법으로 또 다른 부위의 근육을 트레이닝 해야 하기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훈련에 임해야 한다. 그런 점에 있어 박지민이 다양한 장르의 춤을 섭렵하려는 도전의식은 높이 평가 받을 만 하다.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 BTS의 춤은 개성 있는 동작의 복합적인 안무가 돋보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각자의 에너지가 특별함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무는 동일한 동작과 박자, 호흡을 통해 안무가 완성된다. 그것을 복제된 동작처럼 동일하게 표현하는 군무가 있는 반면 BTS는 동일한 동작을 표현하고 있지만 각자의 몸의 shape과 effort를 사용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표출하여 시각적으로 풍부하고 매력적인 군무의 형태를 보인다. 특히 돋보이는 박지민의 몸짓은 자신의 몸을 effort(힘, 시간, 공간, 흐름)와 대입시켜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사용하여 상체의 불필요한 긴장감을 없애고 하체를 안정적으로 그라운딩하여 자신만의 개성 있는 표현의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영리한 춤꾼이다.
루돌프 본 라반이라는 건축가이자 움직임 연구가에 의해 공간에 대한 동작분석을 통하여 무용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동적인 요소를 기초로 하여 공간에서 표현하는 예술, 즉 공간예술임을 증명하였다. 그 움직임의 주요 요소인 Body, Effort, Shape, Space 중 에포트(effort)는 내면적 충동이나 욕구로 솟아나는 에너지를 동작에 반영시키는 방법이다. 즉 동작을 함에 있어 반대되는 힘을 만났을 때 그에 따라 생기는 주관적인 긴장을 말한다.
박지민의 “라이”에서 잘 표현된 움직임 기법이라 할 수 있는 에포트는 직접적인 공간과 간접적인 공간, 무거운 무게와 가벼운 무게, 빠르고 갑작스러운 시간과 느리게 지속되는 시간, 통제된 흐름과 자유로운 흐름, 이러한 네 가지 요소가 항상 조화를 이루며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말하자면, 직접적인 공간, 무거운 무게, 그리고 시간에서의 돌발성은 펀치를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반면 간접적인 공간, 가벼운 무게, 그리고 시간에서의 지속성은 흐름의 결합을 의미한다.
‘무용’이라 함은 몸을 매개로 감정과 의지의 표현으로 완성시켜 몸의 움직임예술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춤’이라는 단어는 몸을 움직여 동작을 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춤이라는 표현보다는 무용이라는 표현이 좀 더 예술성을 추구하는 것에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어 아름다움을 연구하고 극대화시켜 좀 더 깊이 있는 예술로 표현된다.
대체로 공연예술 분야의 무용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시선은 가장 먼저 행위자 얼굴의 표정에서 부터 시작해 몸 전체로 이어지게 된다. 무용수의 표정과 몸, 상체와 하체가 하나의 일체감으로 표현되어지고 완벽한 몸의 언어로 승화될 때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고 환호하게 된다. 이에 박지민의 몸짓은 몸의 전체적인 흐름이 움직여지는 것에 시선을 멈추게 하는 무용수 중에 한명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많은 무용수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용을 한다는 것은 어떤 신체부위를 왜, 어떻게 움직여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스스로가 인지하고 작품 안에 충분히 빠져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관객과 말로 소통하기보다는 몸으로 말을 건네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박지민은 단순히 춤을 추는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자신의 몸을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유지시키고 호흡을 통한 자유로운 리듬과 몸짓으로 모든 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는 섬세함에 관객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닐까...
박지민은 무대에서 어떠한 장르에 국한되어진 움직임을 표현한다기 보다는 공연예술가로써 자신의 내면을 몸으로 표현할 줄 아는 매력 넘치는 아이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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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 조차도 지민이의 춤사위는
너무나 멋있고 곡에 대한 서사가 춤으로도 충분히
표현될 수 있다는걸 지민이 보고 깨달은 것 같아
(FAKE LOVE)
아 굉장히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사실 지민이 춤을
이렇다 표현하기에 적합한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탄스럽군..
난 정말이지 지민이가 아이돌을 택한것이 너무 고맙다
다들 필독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