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들 다들 건강하게 칩거생활 잘 하구 있니!
집이랑 회사 외엔 어딜 가지 않으니 아무래도 외식을 못하고 집에서 밥을 먹게 되어서
그리고 코로나로 내가 일이 잠시 여유가 생기면서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뭘 만들어대는 바람에
뭘 이것저것 만들어 먹었는데, 그 돼지의 기록을 남기려고 왔어.
1. 칩거의 시작. 통삼겹살.
에어프라이어 10L 사두고 근 1년을 10번도 안 쓰고 묵혀 두었다가
통삼겹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으면 천국 간다고 해서 천국 영접하려고 만든 통삼겹.
통삼겹에 막국수 만들어가지고 야무지게 먹었어. 존맛이더라. 지금 냉동실에 한 덩이 더 있어서 조만간 다시 만들어 보려고 해.
이번엔 매콤한 불닭볶음면이랑 같이 먹으려고 ^0^
2. 항정살 덮밥.
통삼겹 사면서 같이 산 항정살. 돼지답게 기름기 많은 부위를 좋아해서 어릴때 항정살만 먹었다던 돼지 새싹, 그게 바로 나야.
생 양배추랑 양파 낭낭하게 깔고 그 위에 간장 양념에 졸인 항정살 올려서 먹었어.
씹을 때 마다 기름 쭉쭉 나오는 항정살의 참맛. 알쥐?
3. 아보카도 명란 비빔밥
엄마가 병이 창궐한 가운데 잘 먹고 있냐고 먹을 건 있냐고 걱정스런 카톡을 보내시기에
사진 찍어 보내고 그냥 입맛 없어서 냉장고에 있는 걸로 대충 먹는다고 했더니
입맛 돌아오면 야단나겠다는 말씀을 하셨지.
4. 열빙어
술집가서 술을 못 마시니 집에 안주를 쟁여두는 것이 진정한 주정뱅이의 자세.
술집 가서 시샤모 구이 10마리에 15000원 이렇게 파는데 1kg 50마리 가량을 7천원 정도에 팔더라고?
2kg 사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기름에 바짝 구워서 맥주랑 먹으면 천국을 영접할 수 있오.
고추냉이 마요네즈까지 준비하면 완_벽 저 뒤에 아이들 배를 보면 알겠지만 아주 알이 오독오독씹혀서 미춰버림.
5. 돼지 등갈비 구이
고든램지 좋아하는 동거인 때문에 고든램지 방식 따라서 뭐시기 육수내고 프라이팬에 구웠다가 에어프라이기에 구웠다가
난리를 부려봤는데 그냥 간장 양념에 구운 등갈비가 되어버림. 3시간을 요리했는데 허무하기 그지 없었던 결론.
6. 뿌빳퐁커리
이름만 뿌빳퐁커리고 사실상 내맘대로 카레. 게살로 하려니 손질 귀찮아서 크래미 넣어 만들었고
시판 카레가루에 코코넛 밀크 넣고 강황가루랑 가람마살라만 조금 추가했어. 생각보다 그럴싸했으나
코코넛밀크가 많이 들어가니 좀 느끼해서 김치가 몹시 그리워졌던.
7. 스프카레
쯔란, 고수씨, 가람마살라, 강황 등 온갖 향신료 직접 볶아서 만들었어.
향신료를 너무 넣고 간을 제대로 안 잡아서 약간 한약같은 느낌이 되어 버림.
그래서 맥주로 내 미각 속여가며 먹었어. 그러니까 좀 괜찮더라.
8. 집밥
크래미 넣은 계란말이에 달래 넣고 된장찌개 끓이고 연근조림 만들고 무말랭이까지.
반찬 몇 개 하면 귀찮은데 해두면 두고두고 꺼내먹기만 하면 되어서 너무 좋아.
동거인이 냉장고에 한 번 들어간 반찬은 안 먹는 이상한 녀석이라 녀석은 알아서 차려 먹게 냅두고 나는 잘 먹었음.
9. 달고나커피
다신 하지 않겠다.
10. 단호박죽
스프카레 해먹고 남은 단호박 처리용.
찹쌀가루가 없어서 집에 있는 찹쌀 불려서 갈아서 사용.
생각보다 단호박죽이 단맛을 내려면 설탕이 많이 들어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하루.
11. 메밀국수
사놨던 쯔유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서 급히 처리용으로.
무 간 것을 엄청 좋아해서 가득. 그리고 면만 먹으면 면역력에 안 좋으니까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양고기 좀 구워서 같이 먹었어.
메밀면도 다이어트 하겠답시고 글루텐 프리 메밀 100프로 면 이런 거 샀더니
역시 글루텐이 맛의 비법이야. 글루텐 없으니까 맛없어. 캭퉤.
12. 오코노미야키
양배추 처리용으론 그만인 요리. 양배추 가늘게 채 썬 것에 부침가루랑 육수랑 계란 풀어 섞고 파랑 새우랑 삼겹살 넣어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운 다음 소스 바르고 마요네즈 바르고 가다랭이포 올리면 완성. 간단하고 양배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
13. 미나리 새우전
갑자기 막걸리가 먹고 싶어서. 미나리에 새우 넣고 전 부치고 멍게 사다가 술상을 봤어.
안보이지만 저 한 판에 새우 12마리 넣어서 부친 것. 봄 제철 음식 먹으니 기분도 좋고 술도 잘 넘어가더라.
14. 고등어조림
냉동실에 1년 넘게 방치된 고등어와 한 달 방치된 무, 싹이 나다못해 자란 감자를 처리하기 위해 만든 요리.
난 고등어 조림에는 고등어보다 무가 그렇게 좋더라. 감자는 조림에 잘 안 넣는데 동거인이 좋아해서 넣어보았어.
애호박은 엄마가 자주 넣어서 해줬던 기억이 나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야기하니 엄마는 애호박이 아니라 조선 호박 넣었다며....
애호박은 맛이 없다며 혼구녕이 났다고 한다.
15. 소고기 감자 조림
역시나 감자 처리용. 감자 와장창 넣고 소고기 넣고 간장 양념에 조렸다. 당근은 데코.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음.
16. 연어장
갑자기 연어장이 먹고 싶어 연어 사다가 장 만들었어. 간은 조금 싱겁게 잡았더니 살짝 비리더라고. 흑흑
17. 해산물 덮밥
연어장이랑 냉동실에 있던 단새우, 날치알 올려서 소박한 해산물 덮밥.
밥은 초대리를 좀 약하게 섞었어. 연어장이 간이 되어 있고 또 날치알도 짭짤하니까.
나름 이것저것 해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별로 안 해먹었구먼.
갑자기 칩거하느라 다들 힘들겠지만 우리 다들 집에서 야무지게 잘 챙겨먹고 코로나 잘 이겨내자 토리들아아아아ㅏㅏㅏ
와 토리 요리 너무 잘한다 ㅇ0ㅇ 사진도 잘찍고! 항정살 덮밥 궁금하다 맛있어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