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음식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먹었던 피카츄 돈가스의 이름과 떡, 빵, 쌀 이런 탄수화물의 이름과, 벌써 내 뱃살이 된 국물닭발과, 가난한 내 통장을 만든 음식들, 회덮밥, 양꼬치, 샤브샤브, 김밥 이런 음식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토리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모니터 너머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음식이 어린 배 위에
내가 먹은 칼로리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그런 나의 피하지방을 만들어준 5월 6월 내가 해먹은 음식 사진 자랑 좀 할게
아롱사태로 수육 좀 삶아봤어.
그냥 저렴한 미국산 사서 푹 삶았더니 야들야들하고 고기도 제법 감칠맛 있고 아주 맛있게 한 끼 먹을 수 있었지.
아롱사태 수육은 아무래도 부추랑 팽이버섯을 같이 먹어줘야만
겨자 간장 만들어서 부추랑 팽이버섯 척척 올려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청어알 카펠리니
얇은 카펠리니 면에 청어알젓갈 듬뿍 올리고 들깨가루, 들기름, 깻잎 올려 슥슥 비벼 먹으면 끝
젓갈 자체 감칠맛이 있어서 별 거 안해도 엄청 맛있어. 그리고 여기엔 와인도 어울리지만 막걸리나 막걸리에 사이다 탄 놈이랑 먹으면 죽여줘.
사실은 내가 죽음. 다음날 막걸리 숙취로
주 1회 정해두고 채식의 날로 삼고 있는데 채식의 날 먹은 밥상이야. 매콤하게 졸인 가지 얹은 가지 덮밥과
알배추 된장국, 채소전, 오이무침 그리고 단백질 보충용 두유. 채식 밥상 차리는 게 생각보다 쉬워서 조금씩 늘려보려고 노력하고 있어.
바삭한 크로플이 먹고 싶어서 크로와상 반죽에 앞뒤로 흑설탕 바른 다음 와플기에 구워줬어
이렇게 하면 겉에 설탕 코팅이 되어서 아주 바삭하고 아이스크림을 올려도 바로 눅눅해지지 않지
그리고 설탕이 눌러붙은 와플 기계 울면서 설거지하면 됨.
가지 삼겹살 파스타. 사진 찍으려는 순간 노른자 터져서 약간 슬퍼짐.
간장, 후추, 설탕, 간마늘 조합이니 한국인이 사랑하는 맛이 아닐 수 없음.
불닭 팽이 버섯 볶음. 집에 팽이버섯 많이 남으면 꼭 해먹는 음식이야.
이번엔 당면도 넣어서 주먹밥이랑 같이 먹어줌. 더 얼큰하게 먹으려면 청양고추룰 잘게 썰어 토핑하면 굿.
밥하기 귀찮은 날 해먹는 들기름 막국수.
여기서 포인트는 김을 어? 탔나? 할 정도로 바싹 구워준 다음 잘게잘게 가루를 내어주는 것.
그리고 당연한 말인데 좋은 들기름 쓰기....엄마를 통해 어둠의 검정 비닐봉지 커넥션으로 좋은 들기름을 구한다면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초당옥수수의 계절이 오면 해먹는 버터 초당옥수수 솥밥
요즘 아스파라거스가 싸길래 사다가 베이컨이랑 볶고 부추 넣고 계란국 끓인 다음 같이 먹었어.
아삭하고 달달한 초당옥수수, 싱그러운 아스파라거스, 수분 가득 머금은 오이....여름이었다.
비싼 금태 한 마리 사다가 솥밥도 해먹었어. 포 뜨고 남은 대가리와 뼈로 육수 내고 그 육수로 밥을 지었더니 진짜 밥알에 기름이 잘잘 흘러
그래서 따로 쌀을 기름에 볶거나 참기름 첨가하지 않고 금태 기름만으로 밥을 먹었지.
금태 살은 껍질이 바삭해지도록 구워 올리니 말해 뭐애. 금태니까 감태에 싸서 한 그릇 뚝딱 했지 뭐.
손님 오면 약간 생색용으로 만드는 음식이야. 이날도 친구가 금태 처음 먹어본다고 너무 맛있다고 2인분 분량을 해치우고 갔지.
여름이면 간단하게 자주 말아먹는 초계국수. 다른 고명은 귀찮아서 닭가슴살이랑 오이랑 쪽파만 조금 올려 먹어.
맛의 킥은 즈마장.
가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고혈압이셨다는, 그렇기에 나도 조심해야한다는 걸 잊고 만들어 먹는 크림 진짬뽕
아주 짜고 자극적이고 혈관이 틀어막히는 맛!!!! 저승에서 조상님이 손짓하는 그 맛!!!!
요즘 무지개망고에 빠져서 박스째로 사놓고 먹는데 그냥 먹다가 빙수로도 먹고 싶어서
냉동망고로 망고퓨레 만들고 그 위에 무지개망고 썰어 올리고 거기에 하겐다즈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으로 사치까지 부려봤어
하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빙수로 먹으니까 더 맛있어 이전에 망고는 고무맛 난다고 싫어하던 사람 누구냐? 어? 나와 망고한테 사과해.
그리고 선물 받은 딸기가 너무 맛이 없어서 급하게 설탕 붓고 딸기우유 제조했어.
니맛도 내맛도 안 나는 딸기도 설탕과 꿀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고기 치대서 함박스테이크 만들고 데미그라소스도 직접 만들어서 약간 어린이 정식 같은 느낌으로다가
굳이 굳이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감자샐러드랑 밥도 동그랗게 담는 수고로움을 더했어.
이렇게 차려놓고 먹으면, 기분이 조커든요!!!!!
여름이면 또 메밀국수 먹어줘야 하거든요. 무를 강판에 가는 작업만 귀찮지 나머진 뭐 그냥 썰어 올리고 삶아 담기만 하면 끝
고추냉이가 코를 찔러 눈물이 나도록 풀어서 먹어줘야 만족이 되거든요.
제철 활꽃게 사서 쪄 먹고 남은 다리로 라면까지 끓여 먹었어.
꽃게 넣어서 라면 끓일 땐 왠지 안성탕면에 끓이게 됨. 꽃게탕에 된장 들어가니까 된장 들어간 안성탕면이 잘 어울리지 않겠냐는 나만의 논리임.
여름엔 열무비빔밥이지. 엄마가 담아준 열무김치에 땡초비빔된장 한 숟가락 올리면 여름철 최고의 밥도둑
경찰 불러
집에 콩나물이 많이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콩불을 해먹어야만.
실수로 콩나물을 너무 큰 걸 사버려서 이것저것 해먹다가 결국 콩불로 남은 콩나물을 모두 조졌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콩불엔 꼭 깻잎을 추가해서 먹어주기야.
여름철 불쓰기 덥고 싫을 땐 참치비빔밥을 해먹어. 상추랑 깻잎에 참치 한 캔 넣고 초장 한 숟가락 참기름 참깨 뿌리면 완성임.
친구 자취방에서 먹어보고 그 뒤로 더울 때마다 해먹는 나의 효자 레시피.
서울대를 못 가서 내가 신림동 백순대를 직접 먹어본 적은 없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나는 어떤 맛인지 충분히 머릿속으로 형상화할 수 있지. 그래서 종종 집에서 백순대를 해먹어.
서울대는 못갔지만 내 입맛만큼은 서울대다.
백순대 먹겠다고 쫄면사리를 가득 샀기 때문에 다음날 점심은 필연적으로 쫄면이 되었고
그래도 쫄면 사리가 남아서 즉석 떡볶이까지 해먹었지. 뭐 하나 사면 그 재료에 맞춰서 며칠 식단이 정해지는 편이야.
근데 즉떡 한다고 지금 춘장을 사서 당장 짜장을 만들어야 하는 위기에 처한 나 토리.
더우니까 이열치열의 정신으로 매운 낙지 볶음이 먹고 싶어서
국산 낙지 사려고 가격 봤다가 엉덩이로 3미터 제자리 짬푸하고 급하게 태국산 낙지를 사서 만든 낙지볶음
소면 말아 1차로 먹고 남은 거에 밥 비며서 2차로 먹어줬어.
주기적으로 당겨서 해먹는 투움바 파슷하.
나는 양송이 좋아해서 새우보다 양송이 왕창 넣어서 만드는 편이야. 그렇다고 새우를 적게 넣는다는 말은 아님 오해 ㄴㄴ
파스타만 먹으면 단백질 걱정되니까 스테이크도 좀 구워줬어.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별안간 김치우동 생각에 침대 박차고 일어나서 밤 11시 반에 김치우동 끓여 먹었지.
사각 어묵이 없어서 오뎅탕용 각종 어묵 넣고 팔팔 끓였어. 별안간 방구석 투다리행.
대구에 파는 매참김밥이 갑자기 먹고 싶은데 나는 고향인 대구를 떠나 외지를 떠도는 노동자.
그래서 집에서 매참김밥을 한 번 만들어 봣어. 근데 어묵이 조금 덜 매워서 실패. 다음엔 청양고추를 더 많이 넣고 양념도 넉넉하게 해서 만들어 보리라.
요즘 국산 성게알이 제철이라 성게 한 통 시킨 게 왔고
명란, 성게알, 연어알을 이용한 생선알 동창회 파스타를 만들어봤어. 마지막에 감태 부스러기를 올려서 마무리
짭짤하고 고소한 파스타였다고 합니다.
친구를 불러다 별안간 집에서 오마카세 흉내
시작은 새우를 올린 차왕무시와 감태에 단새우와 성게를 올린 간단한 안주.
차왕무시는 달걀과 육수의 비율을 1:2.5 정도로 해야 아주 몰캉몰캉 보들보들한 식감이 돼.
그리고 찜기에 넣고 찌면 되는데 나는 혼자 오마카세 준비한다고 냄비에 찜기 틀 넣고는 물도 안 넣고 가스불 켜버려서
냄비가 사망함 ㅏ하하하핳ㅎㅎ하하ㅏ하ㅏ핳ㅎㅎ 어차피 냄비 바꿀 생각이었어 나는 괘낯ㄴ하 괜찮아아ㅏ핳ㅎㅎ하
참치 중뱃살, 단새우 초밥과 네기토로, 성게알, 연어알 군함말이.
초밥 재료가 너무 돌려막기라고요? 다들 거기서 거기라고요?
정답입니다.
그리고 돌려막기의 정점 미니 해산물덮밥. 지금껏 나온 모든 재료를 섞어드시면 됩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뱃골은
부끄러운 지방층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여름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겨울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피하지방 묻힌 배 위에도
자랑처럼 패딩이 두툼할 것이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