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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혼자 여러 생각을 하다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아서 조언을 구해보려 해요.

그동안 여러가지 문제들을 대면하면서도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 혼자만 삭혔는데 이젠 안 되겠다 싶어서요.

우선 제 글이 욕 먹을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요. 험한 말, 거친 말 다 감수할 테니 조금만 길을 알려주세요. 전후사정을 쓰는 터라 길이 조금 길어지는 점 부디 양해 부탁드려요.



저는 햇수로 결혼 8년차, 5살 여아를 키우고 있는 주부예요.

남편과는 3년 연애 후 결혼했어요.

서로를 웬만큼 파악하고 있다 생각했는데 결혼 후는 제 각오보다 훨씬 더 험난했네요.

그래도 아이 낳기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서로가 완전히 틀어져 약간의 대화만 오가도 다툼밖에 되지 않아요.

물론 여기까지 치달은 건 서로의 잘못이 있으니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해볼게요.


남편은 장점이 분명 있는 사람이에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고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가고는 해요. 아이하고도 사이 좋을 때는 곧잘 놀아주고요.

다만 시일이 지날 수록 단점이 그 장점을 다 깎아먹고 있어요.

다분히 가부장적인 기질이 있는데 갈수록 심해지더라고요.

남편의 권위, 가장의 권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해받고자 해요. 저한테는 그래도 스스로 자제하려 하는 모습이 보이곤 하지만(나아지기까지 정말 많이 다퉜어요.) 아이에게는 정도라는 게 없어보여요.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긴다는 느낌을 정말 자주 받아요.

특히 아이의 말투나 식습관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버럭 화를 내곤 해요.


남편이 욱하는 기질이 좀 심한 편인데 그걸 온전히 집안에서 해결하더라고요.

밖에서는 좋은 소리만 듣는 편이에요. 술 마시면 그것도 간혹 자제를 못 해서 약간의 트러블은 있지만...

집에서는 무조건 자신의 말이 법이에요.

아이가 어려도 자아가 있는데 무조건 자기가 옳다 고집해요.

이게 정말 버릇없는 행동이거나 예의없는 거면 저도 존중할 텐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걸로 고집을 부려요.

그냥 사소한 거요. 예를 들어 아이가 자기 가방을 파란색을 하고 싶다는데 여자애는 무조건 분홍색이다, 아빠 눈에는 이게 더 예쁘다, 내 말 들어라. 이게 부모가 고집부릴 일인가요?

애가 싫다, 싫다, 저게 하고 싶다 하면 몇 번 자기 말 들으라 하다 버럭 화를 내요.

아무것도 사지 말라고. 앞으로 너한테 뭐 하나라도 사주나 보자고. 집에 가면 밥도 없다고.

거기서 애가 울먹이거나 울음을 터트리면 눈을 부라리며 윽박질러요. 집에 가서 두고 보자고. 너 오늘 한 번 죽어보라고.

제가 그만하라고 자기가 들 가방인데 왜 못 고르게 하냐고 만류하면 불똥이 저한테 튀어요.

네가 오냐오냐해서 저 모양 저 꼴로 큰 거 아니냐고.


...저도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하곤 있어요.

남편이 너무 강압적으로 대하니까 애가 매번 주눅들고 움츠려있길래 제대로 훈육을 하지 못하겠어요. 조금만 언성이 높아지면 애가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 무서워해요.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다 가르쳐야 하는데 매번 마음이 약해지더라고요.


그래도 조금만 변명을 하자면, 남편의 화내는 방식을 전혀 캐치하지 못하겠어요.

어떤 때는 좋다, 우리 딸 안목 최고네, 하며 다독이고 어떤 때는 똑같은 상황인데도 버럭버럭 화를 질러요. 성인인 저도 갈피를 못 잡겠는데 어린 딸이 어떻게 그걸 파악할까요.



아이가 생기고 커가면서부터 이런저런 책도 읽어보고 동영상도 보곤 했어요.

그래서 남편이 직접 하는 훈육을 아이 앞에서 굳이 말리지 않으려고 해요. 나중에 아이가 없을 때 이건 아니지 않았냐고 심한 거 같다고 둘이 타협하려 했어요.

제가 그 자리에서 말려버리면 아빠의 입지가 작아질까 봐서요.

그렇지만 도가 지나친 폭언에 애가 겁먹어 버리는데 그건 참을 수가 없어서 제지해버리면 남편은 항상 더 심하게 화를 내더라고요. 다만 그 화가 제게 다가오고 딸을 피해가니 저도 무서운데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수없이 대화를 하고 얘기를 했어요.

이건 훈육이 아니지 않냐고. 화풀이에 가깝다고. 아직 애라고.

그러면 남편은 자기 입장을 항상 조곤조곤 설명을 해요.(화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말을 차분히 잘 해요.)

이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원래 부모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는 법이라고. 자기가 애가 싫어서 그러겠냐며 잘못된 행위를 고쳐야 바르게 큰다면서요. 너도 알다시피 어린이집부터 주변 어른들께도 애가 버릇없다, 철없다, 교육시켜야겠다, 종종 듣지 않냐고요. 쟤한테는 이런 방식이 맞다고, 너처럼 오냐오냐하면 망나니로 클거라면서요.

나도 ㅇㅇ이의 부모고 딸이 잘 크길 바라서 마음 아프지만 훈육하는 거라면서요. 한데 제가 거기서 끼어들면 훈육도 흐지부지되고 딸 앞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거 같아서 더 화가 난다고요.

제가 이런 얘기를 화두로 삼으면 항상 꺼내는 레파토리인데 글쎄요... 저는 아무리 봐도 훈육보다는 화풀이에 가깝다는 생각이었어요.

수없이 오가는 얘기는 지금도 긴데 굳이 풀어쓰진 않을게요.



얘기의 중점이었던 아이의 식탐.(길어져서 죄송해요.)


아이가 식탐이 참 많아요. 이유식 다가오기 전에는 정량에 가까웠던 아이인데 어느 순간부터 식탐이 많이 심해졌어요.

집에서 항상 같이 지내고 챙겨주느라 몰랐던 저 역시 깜짝깜짝 놀라곤 했었으니까요.

이유식 시작하면서부터 어른 먹는 음식은 꼭 자기도 먹어봐야 했고 간식을 챙겨줘도 눈앞에 음식이 남아있으면 배가 불러도 무조건 욱여넣어요.

그러다 토하고 헛구역질을 해도 그 순간 무조건 입에 넣어야 만족하더라고요.

그래도 이건 그냥 제가 아이 눈앞에서 뭘 먹지 않으면 그만이었는데 어린이집 보내고부터는 여러가지 말들이 들려오더라고요.

분명히 똑같이 배분해줬는데도 제 몫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친구들것까지 탐낸다고요.

그러다 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밀쳐서라도 뺏어먹고, 선생님이 만류하면 결국 끝없이 울어버린대요.

그러다 밀쳐진 아이가 흉이 생겨서 사과도 엄청 했어요.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이나 타일러도 그때만 끄덕거릴 뿐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이 난감해하시면서 말씀해주곤 하시는데 그때마다 엄청 죄송했어요.

저도 딸아이의 그 모습을 알거든요.

오히려 빵 한 조각만 있어도 자기 혼자만 먹으면 조금씩 뜯어먹는데 저나 남편이 같이 먹으면 정신없이 먹고는 더 달라고 해요. 뱃고래가 작은 편이라 이미 배부른 게 보이는데도 더 달라고 찡찡대고 짜증을 내요. 똑같이 배분해 접시에 나눠져도 저게 더 크다, 저게 더 많다, 바꿔달라고도 엄청 하고요.

이거 때문에 양가 부모님도 조금 언짢아하세요.

처음에는 애가 잘 먹네, 예쁘네 하시다가 식사 한 번 해도 매번 울어버리니 대놓고 말씀을 안 하시는데 불편해하시는 눈초리가 보여요.


그래서 저희 집 식사시간은 항상 전쟁터예요.

차라리 저랑 딸만 있으면 괜찮은데 남편이랑 셋이 먹으면 꼭 찬바람이 불어요.


저 역시 고쳐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지치고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제가 안 먹고 딸만 주거든요. 사실 60,70%는 그렇게 해요. 안 그래야 하지만요.

나머지는 제 몫과 딸 몫을 똑같이 분배하고 끝없이 얘기를 해요.

이건 엄마 거고 이건 네 거야. 다 먹으면 더 달라고 하면 안 돼. 주지 않을 거야. 누누이 몇 백번을 반복하면서요.

아무리 울어도 주지 않았어요. 간혹 딸이 조용히 있고 엄마 더 먹고 싶어요, 얘기를 할 때만 조금씩 나눠주고요.

남편이 출장이 생겨 한동안 이 방식을 고집했었는데 딸이 조금씩 나아졌긴 했어요. 나중에는 제 몫도 조금 속도가 줄고 더 주세요, 얘기를 하더라고요. 주니까 감사합니다 인사도 하고.

물론 단기적인 얘기라 저도 이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혹시 이쪽 관련 고치신 분 있다면 말씀 좀 부탁드릴게요.)

후에 남편 출장 돌아온 후 이 얘기를 했지만 모조리 원상태로 돌아갔어요.

아이가 더 달라고 하면 남편은 화를 내고, 그럼 아이는 울고 남편은 언성을 높이고.



더 많은 일들이 있지만...

저는 솔직히 아이가 저런 성향을 가진 것에 딸의 기질과 제 육아방식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의 강압적인 방식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동안은 남편이 구구절절 설명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넘어가다가도 이게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이번에 있던 일들로 조금 생각이 굳혀졌어요.

그래서 묵혀둔 얘기들을 꺼내고 싶어요.

지역카페에 올릴 수 없어 여기 아이부모님이 많다기에 조언을 구해보려고요.


남편이 유발한 아이의 식탐, 물론 제 탓도 있겠지만요.

제가 이 글을 올린 걔기가 된 일을 좀 써볼게요.




한 1년 반 전쯤, 남편이 유독 신이 나서 들어온 날이 있었어요.

그 당시 남편이 하던 일이 어려워져 얼굴이 어두웠던 시기였는데 그 날만 밝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사항은 쓰지 못하는데 자기 일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만났다고, 노력한 보람이 있다고 기분 좋아하던 저녁이었어요.

그러면서 그 사람의 얘기를 줄줄 읊는데 사실 그것도 반가웠지만 계속 짜증내던 사람이 웃는 걸로도 딸도 저도 마냥 좋았고요.

그 뒤로도 간혹 가다 그 사람 얘기를 종종 꺼내더라고요.


처음 대면한 건, 남편이 일이 일찍 끝난 날 가족 외식을 하던 날이었어요.

같은 동네 산다고 말은 들었지만 거의 우연이었죠.

고깃집이었는데 그 집도 아이가 있더라고요. 딸과 동년배처럼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한 살 더 많더라고요.

둘 다 룸에 들어가다 보니 지척에서 고기를 굽게 됐고 그때 처음 인사를 하게 됐어요.

남편이 누누이 좋은 사람이다, 도움을 줄 사람이다, 하도 얘기를 해서 조금 떨어진 거리지만 저도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같은 테이블이 아니어서인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사실 그 남자분은 너무 무뚝뚝해보여서 가볍게 인사만 건넸는데 아내이신 분이 잘 웃으시며 친절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서로 고기 잘 먹고 자리 파하고 두 번째는 정식으로 만나게 됐어요.


그렇게 도와줄 사람이라더니, 결국 뭔가 얘기가 오고갔나봐요.

중식레스토랑 예약을 잡고 메뉴를 정하고 남편이 엄청 분주하더라고요.

원래 성실하긴 한 사람이라 저도 도와줄 게 없냐고 물었는데 그냥 애만 잘 챙기고 잘 놀다 가라고 하기에 조금 걸리는 게 있어 물어봤어요.

지금도 좀 심하지만... 그때 딸아이가 식탐 때문에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했거든요.

차라리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나만 갈까도 물어보고 아니면 당신만 다녀오면 안 되겠냐 헀는데 남편은 그쪽도 아이를 데리고 나올 텐데 그럼 모양새가 이상해진다면서 무조건 아이 잘 케어하라고만 했어요.

아이도 타이르고 열심히 교육은 시켰는데 마음은 영 놓이질 않았어요.


그리고 결국 어쩌면 당연한 일들이 다가왔죠.

말씀드렸다시피 남편은 사회생활 잘 해요. 술 마시지 않으면 화술도 뛰어난 편이고 분위기도 잘 맞춰요.

처음엔 화기애애했어요.

레스토랑 분위기도 좋고 룸도 예쁘고 제 딸도 장식이 신기한지 눈을 못 떼서 조용하더라고요.

남편은 그쪽 남자분이랑 얘기 나누고 저는 그 아내분이랑 대화를 했어요.

비슷한 또래라서인지 말이 잘 통하더라고요. 그리고 첫인상처럼 워낙 잘 웃고 편하게 해 줘서 좋았어요.

문제는 음식들이 나오고 난 뒤예요.

코스요리다 보니 큰 접시에 나와 조금씩 덜어먹는 건데 제가 충분히 딸에게 음식을 집어줬음에도 투정을 부리더라고요.

그 대상이 차라리 저나 남편이면 괜찮은데 그쪽 집의 아들...

똑같은데, 차라리 많으면 자기 몫이 많은데도 저게 더 많다고 저게 더 맛있다고 울먹이더라고요.

아니라고, 더 떠준다고 해도 무조건 싫다고. 울먹이다 찡찡대고. 이미 남편과 그 남자분의 얘기는 그친 지 오래고요. 너무 당황스러웠는데 다행히 남자애가 그럼 바꿔먹자, 흔쾌히 말해서 해결이 됐어요.

사실 다행이랄 것도 없죠. 겨우 제 딸보다 한 살 많은 아이인데, 걔도 아이인데.


여기서 끝나면 다행인데 말씀 드렸다시피 코스 요리였어요.

모든 요리가 나올 때마다 딸아이가 징징거렸어요.

바꿔 달라고, 저게 더 많다고.

남편 표정 굳은 건 저만 보이고, 분위기 냉랭해지는데 딸아이는 울고 있고.

그리고 그때마다 그 아이가 바꿔줬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진짜 대단한데 그때는 그냥 무조건 고맙고 또 고맙고 당황스럽기만 했어요.

결국 전 징징거리는 아이 들춰업고 복도로 나왔고요.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애는 울고, 우는 애 잡고는 또 몇번이고 타일렀어요.

그러면 안 된다고. 너도 먹고 싶은 만큼 다 먹고 싶은 거고. 욕심 부리지 말라고.

그러면 딸은 또 안에 음식이 먹고 싶은 터라 고개만 끄덕어요. 죄송해요, 안 할게요. 반복하는데 엄마인 제가 모를까요. 들어가면 또 할 텐데.

결국 디저트 들어가는 서버 분 보고 들어갔어요.


저 들어가니까 여자 분이 접시 몇 개를 제게 주시네요. 애 보느라 힘드셨을 텐데 요기라도 하시라고. 딱 봐도 남긴 게 아니라 미리 챙겨준 게 보여서 그냥 좀 먹먹했어요.

제 남편은 그때도 저 보며 눈 마주치니까 특유의 화를 냈거든요.

그렇게 앉아서 고기 한 입 먹는데 딸이 또 징징거리네요.

케이크가 작대요. 그 아들보다.

적당히 하라며 남편 순간 언성 높이고 저 그거 말릴 생각도 못했어요. 너무 순간 지쳤거든요.

오히려 그쪽 남자분이 얘가 다 그렇죠, 어차피 룸인데 그냥 계시라 하고 그 아이는 케이크 딸아이 주라고 말하네요.


어떻게 그 자리가 파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너무 정신이 없었거든요.

마지막에 사과하고 아이한테도 미안하다 했는데 그 아내분이 괜찮다고 식사 잘 못하셨을 텐데 집 가서 꼭 챙겨드시라고 웃어주셔서 마냥 고마웠어요.

그게 인사치레라고 해도요.

뭐, 물론 그 뒤 집 도착하고 남편이 딸아이를 잡아먹을 듯 훈육했어요.

이건 제 잘못인 거 아는데 너무 지쳐서 아는데도 자버렸어요.

진짜 진짜 미치도록 지치더라고요.



마지막 날, 그 부부를 세 번째 보는 날이었어요.

제가 이 글을 쓴 계기기도 해요.

얼마 전 남편이 하던 일이 엄청나게 잘 풀렸어요. 그 은덕이 모두 그 때 그 분이라 했었고요.

남편 신이 나서 앞으로도 내게 도움 줄 사람이라고 이번 주말 같이 하기로 했다 하네요.

사실 그날 아이랑 놀러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그 얘기 슬쩍 꺼내니 어차피 캠핑장이라 애도 좋아할 거라면서 자기가 엄청 즐겁게 해준다며 열심히 말하네요.


뭐, 사실 이해는 그때도 잘 안갔어요.

우리가 받고(그 분덕에 많이 잘되긴 했고 이익이 정말 많아요.) 왜 그 사람들 캠핑장에 따라가냐 했더니 시간이 그거밖에 안 된다 했대요. 대신 먹거리나 술이나 그런 것들은 자기가 다 챙기기로 했다면서요.

남편 말 들어보니까 숙소나 그런 건 이미 계산이 됐다는데 그럴 바에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시끌벅적한 게 애들한테는 좋지 않겠냐며 좋아했다고.

뭐, 말해봤자 싸움밖에 더 일어나겠어요. 그리고 딸도 좋다 하니 그냥 그렇게 갔어요.

차라리 가지 말 걸. 아니, 오히려 간 게 나았으려나요.


남편은 출발 전부터 많이 흥이 오른 상태였어요. 그래서 당부를 좀 했어요.

중요한 자리라고 말하지 않았냐고, 술은 자제하라고.

그냥 무조건 알았대요. 다 좋대요. 원래 자기 기분 좋으면 만사 다 좋아해요.

딸아이가 차 오래 타서 힘들다고 징징거려도 들춰업고 맞춰주며 즐거워했어요.

저도 좋았고요. 어려운 자리라니 술도 자제하지 않겠냐 싶고 캠핑도 슬근슬쩍 기대가 됐어요.


그리고 도착하고 한동안은 마냥 좋았어요.

두 집 다 아이가 있으니 맞춰가는 장소에 애들도 즐거워하고 그쪽 남편 분이 워낙 잘 돌보니 남편도 딸아이를 평소보다 잘 돌보더라고요. 시원한 음료수 마시며 저도 아내분과 수다도 떨고요.



좋았어요. 그때까지만요.

고기를 구워먹을 그때까지만요.

사실 먹거리 생기면 바뀔 내 아이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남편이 더 불안했어요.

그래도 항상 좋은 분이다, 잘 보여야 한다, 누누이 말하던 사람이라 조심하겠지, 사회생활은 잘 하니까 괜찮겠지, 억누르고 갔는데요.

웬걸요? 맥주 한 캔 마시고 두 캔 마시고, 계속 마시네요.


남편 술버릇 중 최고 나쁜 게 술 먹으면 끝을 봐요.

웬만하면 바깥에선 자제하지만 저도 흥이 올랐는지 먹고 또 먹고 끝없이 먹더라고요.

그만 마시라 제재했더니 제 손 확 뿌리치고.


그러다 아이 식탐이 터졌어요. 충분히 먹을만큼 고기 담아주고 손에 쥐어줬는데도 또 그 아이 고기... 애기 찡찡거리고 그 아내분 당황해하시니 남편 제 어깨를 확 미네요..

내가 여기서 술 취하겠냐고. 가서 아이 달래라고.

취한 건 같았는데 목소리는 괜찮아보이고 우선 아이부터 달래고 오려 달려갔는데 그 사이 고기를 바닥에 다 던졌네요.


죄송하다고, 다 치우겠다고, 나는 미치겠는데 애는 찡찡대고.

그 아내 분이 자기가 바닥에 있는 건 치울 테니까 아이 달래주라 하고 치우시는데 진짜 미칠 거 같았어요. 그 상황에 애는 찡찡대고.


결국 다 팽개치고 아이 다독이러 나갔어요. 찬 바람 마시고 진정된 거 같아 조곤조곤 달랬지만 그래봤자 똑같은 상황인걸요. 남은 거 더 먹고 싶어 사과하는 거.

진짜 미칠 거 같았어요.


어찌어찌 저도 아이도 토닥이고 들어갔더니 엉망진창이던 아이 자리가 깨끗하게 치워져있네요. 저 앉으니까 그 아내분 제게 접시를 들이밀어요. 고기 구웠던 거라고 요기하시라고.


애는 애니까 그럴 수 있다 하는데 얼마나 미안하고 민망하고 속상한지. 그 상황에 제 입에 고기 하나 들어가니 딸아이는 자기 주라며 또 징징대고. ㅎㅎㅎㅎㅎㅎㅎㅎ


멘탈이 다 나갔어요.

슬슬 파하자며 정리하는데 저만치서 남편 혼자 캔맥주 또 홀짝거리네요. 그만 먹는다고 했으면서.


그리고 남편 습관이 터졌어요.

평소엔 남들 앞에선 착한 남편, 멋진 아빠, 코스프레하면서 집만 오면 폭군이 되더니 술 마시니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봐요.


찡찡거리는 애 앞에서 고기 먹으라고 윽박을 질러요.

애가 싫다 고개 저으니 턱을 콱 잡고 먹으라고 눈을 부라려요. 너 오늘 남은 저 고기랑 밥 안 먹으면 앞으로 굶어죽을 줄 알라고.


분위기 냉랭해지는 거, 그 눈초리가 진짜 그렇게 술만 취하면 못 느끼는 걸까요.

애가 울며 어거지로 밥 먹는데 저는 남편 눈 보면 알거든요.

이거 말리면 몇 분이면 끝날 일을 몇 시간이면 이어진다는 걸.


애가 우느라 헉헉대며 먹는데 남편 다 먹은 캔 어딘가로 던지더니 이번엔 과자봉지 들고 오네요.

애 앞에서 부스럭대니 애는 눈이 돌아가요.

원래 밥보다 간식 더 좋아하거든요. 지 힘이면 한 번에 뜯을 수 있으면서 일부러 바스락대고 몇 개씩 앞에서 집어먹고.

저 이거 진짜 많이 싸웠는데 못 고쳐요.

애가 좋아하는 건데 그 앞에서 보란듯이 먹으면서 넌 밥 안 먹었으니 안 돼, 이러는 거.

애가 허겁지겁 밥을 먹는데 원래 뱃고래가 작아요.

미친 듯이 먹다가 저 주세요, 먹고 싶다 하는데. 남편 넌 밥 다 안 먹었잖아 이러며 또 과자봉지 지 입에 우수수 넣네요.


빈 봉지 보고 허탈해하는 딸 보며 또 다른 과자 가져와서 부스럭대며 뜯어요. 애는 또 먹고 싶다 하죠. 그럼 그거 다 먹으라고, 그럼 준다고. 허겁지겁 먹는 딸 보면 속이 아파요. 제대로 씹지도 못하고 먹는데. 그런데 남편은 그게 좋은 걸까요. 애가 급하게 먹으면 손톱만큼 과자를 잘라서 쥐어주는데... 딸은 좋다고 먹어요.

주세요, 더 주세요, 주세요, 양손 펴고 아이가 하는 그 행동을 보면 눈가가 뿌듯해져요. 저는 그거 보면 속이 미칠 거 같은데.


전 저게 미칠 듯한 스트레스였어요. 남편은 애 식습관 고쳐준다 하는데 저는 오히려 성격을 버릴 거 같았거든요. 그래도 말을 못 이겨서... 아니, 오히려 그냥 마냥 수긍하고 납득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도 무서운 거 싫다는 변명 하에.


그 뒤에도 남편은 간식거리, 특히 애들이 좋아하는 거, 하나하나 뜯으면서 딸을 자극했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저 조금만 주세요, 하면 누그러지다가 울면 눈을 부라리다가.


어찌할 바 모르고 종종거리는데 먼저 들어갑니다, 얘기가 들렸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무슨 자리인지를.

남편은 술에 취하고 저는 엉망진창인 사이, 그 부부가 뒷정리 다 하고 짐 정리하고 들어가려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그때까지 징징거리는 딸아이 붙잡고 놀고 있고.


들어가세요, 오늘 감사했어요, 인사하는데 아무 말이 없어요.

그 남자분 무뚝뚝하지만 얘기 거른 적 없었는데 물끄러미 제 남편 바라보더라고요.

그러다 애가 왜 그랬었는지 알겠네, 한 마디 하고 나가는데 순간 미칠듯이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아내분도 끝가지 저 안 쳐다보고 나가시더라고요.

오히려 그쪽 아들이 제 딸보고 다음에 봐! 이러며 손 인사하고.


대부분 다 치워주셨는데 남은 거 뒷정리하고 코골고 자는 남편 놔두고.

그 날 한참을 그 상황을 곱씹었어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아이에게 좋은 환경이 아니란 걸.

그래도 엄마가, 아빠가 있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애써 부정하던 걸 적나라하게 드런낸 기분이에요.

그때부터 몇 주가 지났는데 여전해요.

저 어떡해요?

그 몇 주간 딸아이는 또 식탐 때문에 말을 들었어요.

남편도 여전해요.

아빠 없는 자식 주기 싫다는 그런 말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잘 하는 부분이 있다 생각해서 참았던 건데... 도와주세요.




베플ㅇㅇ|2019.06.26 09:27

아빠는 학대. 엄마는 방임. 지금 엄마가 해야될 일은 아빠와 아이의 분리 그리고 아이의 치료.

베플123|2019.06.26 09:07

이 집은 남편이 제일 문제인데 이런 사람은 상담을 해도 본인은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담의 효가가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죠. 저 사람의 행동을 녹화해서 보여줘도 문제점을 못 느낄거 같거든요. 이제 그 도움 줬다는 분 도움 떨어져나가고 나면 남편 사업은 힘들어지고 그러면 집에 쏟는 히스테리가 더더욱 심해질텐데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보아하니 술 자제 못하는게 알콜 의존도도 심하고 교화가 될 가능성도 낮아보이는데 잘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베플ㅇ|2019.06.26 09:30

글쓴님 딸 사랑하기는 해요? 남편 때문에 아이가 망가져가는데 아빠랑 아이를 분리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던가요? 남편과 별거를 하든지 이혼을 하든지 해서 아이를 아빠로부터 지키는 게 우선 아닌가요? 그다음에 아이를 아동심리상담센터 같은 곳에 데려가야죠. 정신 차리세요.
  • tory_91 2019.06.27 09:32

    읽고나니 너무 짜증이 나네 애 개 불쌍함 저 글 쓴 여자도 정상 아니고 남편새끼는 말할 것도 없고

  • tory_92 2019.06.27 13:53

    아내 넘 불쌍하다 ㅠㅠㅠ 보아하니 결혼 전에는 남편 본성을 몰랐던 것 같고, 결혼 후에는 은연중에 계속되는 남편 패악질과 가스라이팅에 겁에 질리고 무기력함이 심해진 듯 한데 ㅠㅠㅠ 글을 읽다보니 아내 심리가 가정폭력 피해자 같아서 남 일 같지가 않네.. 아가도 불쌍하고 아내도 불쌍해.. 

  • tory_93 2019.06.27 15:10

    아 넘..남편 소름돋고 끔찍하다 어떻게 저런놈이 애를 낳고...

  • tory_94 2019.06.27 16:28
    나같으면 저 꼴 나기전에 진심 다 뒤집어엎었다.. 와 저러고 어떻게 산대 저 아내.. 개판환장구렁텅이에서 그와중에 차분하게 딸 달래려고 하는거 같은데 애초에 그럴시기 지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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