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성공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알려줄게
핵심은, 무엇을 묻지 말아야 하는 지 아는 거야



아내는 자정이 넘어서 집에 돌아왔어.
피에 온통 뒤덮여 있었지만, 그녀의 것은 아니었지.
그때 난 혼자 식탁에 앉아 피넛버터 크래커를 먹고있었고.

“정말 긴 하루였지?”

내가 물었어,

“그럴거야”

아내가 대답했어. 목소리에서 피로감이 느껴지더군.
그녀는 고무부츠를 한짝씩 벗었어.
그 다음에는 전신을 뒤덮은 폴리플로필렌 작업복의 지퍼를 풀었지.
내가 나서서 벗는 걸 도와줬어,

작업복을 벗은 그녀는 바로 싱크대로 가서 비눗물을 가득 채웠어.
스테이크 칼이 첨벙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지.
나는 그녀의 뒤에 서서 목을 붙잡고 키스했어.

“자기야. 그만 자러가”
“그렇지만 난 ...을 치워야해 ”

그녀가 말랬어.

“괜찮아. 내가 할게”

이때 난 굳이 피라는 단어를 쓰진 않았어.
나는 그녀의 밤산책에 대해서 절대 질문하지 않아.
내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우리를 완벽한 커플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

그녀는 지난달에도 멍과 열상들을 달고 집에 돌아왔거든.
하지만 난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대신 그녀의 상처들을 따뜻한 물과 비누로 씻겨주고
아이스팩으로 멍을 달래주었지.
그녀는 아담스 패밀리 재방송을 보다 잠에 들었고 말이야.

그일이 있고 일주일 뒤, 집에 돌아오니
그녀가 사람가죽으로 만든 코트를 입고, 귀로 만든 목걸이를 하고 있더라.
그때도 난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그녀에게 질문하는 대신 뺨에 뽀뽀를 해주고 침실로 들어갔지.

몇일 뒤에 우리집 샤워기 배수구가 막혔는데,
그게 사람 내장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땐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르긴 했어.

그렇지만 난 하나도 묻지 않았어.
대신 페이퍼타올을 뜯어서 살덩어리를 꺼내고
뚜러펑을 콸콸 쏟아부었지.

우리가 결혼한 지도 10년이 넘었어.
다른 많은 커플들처럼, 우리도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

우리의 관계는 견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세워졌어.
그 신뢰라는 건,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아는 것보다 낫다는 걸
인정할 때 생기는 거야.

의심, 질투, 추측...다른 커플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이
우리에겐 없어. 우리는 인내라는 걸 할 수 있거든.

상대방을 믿는 것, 그것이 보답받을 때는
아주 특별한 마법이 일어나는 기분이지.

어젯밤, 아내는 평소보다 일찍 집에 돌아왔어.
내가 거실 바닥에 분필로 그린 오각형의 별을 지우기도 전에 말이지.
게다가 내 희생양은 아직 꿈틀대면서 집에 피칠갑을 하고 있었어.

현관문이 덜컥 하며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아내가 날 보고 말았지.
나는 두려웠어.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껏 이 세상에서 내 취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

그녀는 그냥 미소만 지었어.
그러고선 혹시 커피 마시고 싶냐고 물었지.

“응. 부탁해”

내가 중얼거리자 그녀는 부엌으로 갔어.
그녀가 사라진 사이 나는 재빨리 의식을 끝내고
거실 바닥에 묻은 피를 꼼꼼히 닦았지.
시체는 차고에 있는 냉장고에 넣었어.

뒤처리를 끝내고 부엌으로 가니 아내가 테이블에 앉아있더라.
날 위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와 함께
피넛버터 크래커도 준비해뒀더군

그녀는 내게 오각형 별이나, 시체에 관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금속 꼬챙이나, 전기 케이블에 대해 얘기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녀는 아무 말도 안했어,

대신 내게 소파에서 같이 껴안고 아담스 패밀리를 마저 보지 않겠냐고 했지.

아, 이보다 더 좋은 생각이 있을까?
  • tory_1 2019.06.23 23:1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3/19 01:18:52)
  • tory_2 2019.06.23 23:23
    뭔 얘기임?이해 좀 시켜줘
  • tory_4 2019.06.24 00:02
    여자는 연쇄 토막살인범 남자는 인신공양 악마숭배자?
  • tory_3 2019.06.23 23:31

    아니 근데 둘 다 조심성 1도 없는거아니나며....현실성은 없지만 천생연분일세;;; 

  • tory_5 2019.06.24 14:02

    ㄹㅇ 천생연분....와 ㅡㅡ

  • tory_6 2019.06.24 14:56
    아니 진짜 어떤 의미에선 천생연분 염병천병이여;;
  • tory_7 2019.06.24 15:56

    앞부분 읽으면서 남편도 단단히 미친놈이군 했는데 진짜 끼리끼리였다...

  • tory_8 2019.06.24 20:32

    크리미널 마인드같은데 자주나오는 연쇄살인마 부부들 생활이 이럴듯ㅋㅋㅋㅋㅋㅋㅋ

  • tory_9 2019.06.27 19:11
    드라마나 영화로는 한번 보고싶다
  • tory_10 2019.06.28 05:42
    즐겨보는 영화도 아담스 패밀리라니 잘 어울리네
  • tory_11 2019.07.09 19:08
    진짜 천생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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