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올해 출간된 책 X 올해 내가 읽었던 책 중 특히나 와닿았던 문장들을 가져와봤어.
고전 명작 같이 너무 메이저 한 것들은 제외함.

https://www.dmitory.com/garden/5523984
작년 말에 올린 2017 정리 글인데 이런 글 취향인 톨들은 이것두 읽어 보면 좋을 거 같애
혹시 자기 표출이라 문제 되면 말해 줘!!





1. 깨끗한 것들은 어디에나 있다. 더러운 것들이 어디에나 있듯이. 여기에 어떤 순서가 있고 무슨 다툼이 있는지 누가 말해주면 좋겠다. 
/ 도시의 시간, 박솔뫼




2. 외모 강박의 문화 속에서 여성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외모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둔치를 얻어맞은 듯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뜻이다. 
/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3. “수치심을 느끼고 우울해질 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트밀에 블루베리를 먹지는 않아요. 내 인생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던킨 도넛 가게로 향하죠. 수치심은 희망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4. 내 눈에는 온 우주에서 가장 멋진 고양이야. 많이 보고 싶다. 네가 고양이별로 돌아가기 전에 꼭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할게. 그때가 오면 네 마음대로 떠나고 돌아와. 그때는 내가 그 집에 가만히 앉아 너를 기다릴게. 
/ 너는 크고 뚱뚱한 고양이, 박선아




5. 언젠가 “가장 감사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저는 “슬픔을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어요. 그때부터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여기저기 살피다 보면, 세상의 수많은 슬픔 중 어떤 것은 제 눈에 보이기도 하고요. 가끔 나와 상관없는 슬픔에도 울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 아마 엄마도 그랬을 거예요. 엄마는 제가 자라오며 봤던 누구보다 남의 아픔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었거든요.
/ 눈에 보이는 슬픔, 박선아




6. 나는 편지들이 궁금해 손에 잡히는 대로 펼쳐보았다. 한참을 읽어보다 조금 엉뚱한 대목에서 눈물이 터졌다. 1998년 가을, 여고 시절 그녀가 친구와 릴레이 형식으로 주고받은 편지였는데 “오늘 점심은 급식이 빨리 떨어져서 밥을 먹지 못했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10여 년 전 느낀 어느 점심의 허기를 나는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것으로 편지 훔쳐보는 일을 그만두었다.
/ 편지, 박준




7.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 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 낮술, 박준




8. 강남역10번 출구, 더 이상 무심히 떠올릴 수 없게 된 그곳에 누군가는 이렇게 적었다. “너의 죽음에 네 탓은 없지만 그동안 침묵했던 내 탓이 있는 것 같아서 마음 아프고 미안해. 만약 나라도 목소리를 내었다면 지금 넌 살아있을까. 이제는 침묵하지 않을게.”
우리는 이제 그날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 살기 위해서, 살아 있는 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괜찮지 않습니다, 최지은




9. 문득 삶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딸에게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하면 이런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이 집이 사라지거나 내가 죽기 전까지 마지막 같은 건 없다. 결코 끝나지 않는다.
/ 딸에 대하여, 김혜진




10. 이후 7년, 나는 내 삶에 충실했다고 자부한다. 수영을 할 때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최선을 다했다. 그 빛나는 결과를 받아든 오늘, 나는 다시 운명이 보낸 자객 앞에 목을 내밀고 앉아 있다. 열여섯 살 때 그런 일을 겪고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 건, 내 잘못이다. 다만 나를 변호하는 변호사로서 운명이라는 검사에게 한마디쯤 묻고 싶은 마음이 든다. 너라면 골이 흔들리고, 귓속에서 마이크가 삑삑거리고, 목이 병든 닭처럼 무기력해지는 고통을 16년씩 견뎌낸 포상으로, 며칠간의 화창한 휴가 정도는 받고 싶지 않겠느냐고. 그때마다 이런식으로 인생을 초토화 시킨다면 누군들 미치지 않겠느냐고. 
/ 종의 기원, 정유정




11. 그가 이성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감정이 되어야 한다. 그가 육체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육체가 되어야 한다. 그가 독립적이려면 누군가는 의존적이어야 한다. 그가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복종해야 한다. 그가 이기적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가 저녁 식사에 들어간 노동을 가치 없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그를 위해 스테이크를 요리해야만 한다. 
/ 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카트리네 마르살




12. 주머니에 독약을 넣고 다니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이전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약병이 그의 의식을 지배할 때 영무는 삶의 패배자인 동시에 생의 파괴자가 될 수 있었다. 자살이란 세계를 지우는 일이자 그 세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일이니까.  
/ 끝의 시작, 서유미




13. 이 책은 내 몸에 관한 고백이다. 내 몸은 망가졌다. 나도 망가졌다. 그 전으로 어떻게 다시 되돌릴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내 안의 일부는 죽었다. 내 안의 일부는 침묵했고 수년 동안 그 상태 그대로 있었다.  
/ 헝거 :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록산 게이




14.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가까운 사람과 함께 욕구를 충족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식당도 영화관도 그러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타인을 신체적으로 억압하는 형태의 욕구를 용인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함께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타인을 착취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한지 묻고 싶다.
/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배성민 外10




15. 지금까지 목소리가 들렸던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우리가 안다. 그런 사람들이 지도로 잘 작성된 섬들이라면, 나머지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사람들의 지도화될 수 없는 바다이다. 기록되지 않은 인류이다.
/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16. 그렇게 꽉 쥐지 말아요. 문정 씨. 놓아야 살 수 있어요. 
/ 카메라, 권여선




17. 모기약 찾는 손님이 많은가 봐. 내가 모기약 같은 거 없냐고 그러니까 잽싸게 모기약 같은 거 절대 없대. 그래서 내가 여기 방 안에 모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얘가, 하며 규가 또 웃었다. 
왜? 
모기 같은 건 고객님 부담이래. 
훈도 웃었다. 
모기 같은 건 우리 부담이래? 
응, 우리 부담이래. 
어쩌냐, 부담스러워서. 
그러니까. 주란은 결코 모기 같은 건 부담하지 않으려고 할 텐데. 
그럼 우리 둘이 부담해야 하는데 큰일이네. 
살다 살다 모기 같은 걸 부담해야 하는 날이 오다니. 
/ 삼인행, 권여선

 


18. ㅡ당신은 누굽니까? 
그가 물었다.
ㅡ강도처럼 내게서 차분한 체념과 적요를 빼앗으려는 당신은 누굽니까? 은은한 알코올 냄새를 풍기면서 내 곁을 맴돌고 내 뒤를 따르는, 새파랗게 젊은 주정뱅이 아가씨는 대체 누굽니까?
놀란 그녀가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는 놓아주지 않았다.
ㅡ신도 없는데 이런 나쁜 친절은 어디서 온 겁니까?
/ 역광, 권여선




19.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거울 속에서 울고 있는 자신을 대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 다시 힘들겠지만, 그의 손을 잡고 세계의 중심이 되었던 기억이 우리를 보호할 테니까. 우리는 거울 속의 젊은 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20. 하지만 우리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저 광활한 히말라야의 설원 위를 오체투지로 건너고 있는 티벳인들을 향해 너희는 종교 때문에 괜한 고생을 하고 있다고 쉽게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그들을 보라. 너덜너덜해진 신발 발창과 흙먼지에 더럽혀진 머리카락과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눈동자를. 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의 광활함을 믿게 되었다. 가난하고 초라한 행색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그 무언가의 광활함이 물리적인 한계 너머 저 신체 안쪽 어딘가에 우주처럼 펼쳐져 있다는 진실을, 나는 믿게 되었다.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21. “다 잘될 거야”  
(…)  
사람들의 걱정을 달래기 위해 나는 반복해서 말했다. 필리스는 나중에 내가 마치, 세상은 잘 굴러가고 있고 우리는 두려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저 위로부터의 근원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같이 느껴졌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가끔 잡다한 세상일로 마음이 상할 때마다 그때의 내 말을 기억해서 떠올린다고 말해줬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는다고 하면서.
/ 나는 천국을 보았다, 이븐 알렉산더




22.  “'브레인 워싱'이야. 쉽게 말해 넌 기억삭제를 당한 거야.”  
정말이지 그는 모르는 게 없다. 게다가 위로할 줄도 안다.  
“기억이 없는 편이 살아가는 데 낫지 뭐”라며 씁쓸한 표정도 지어가며 말이다.  
/ 화성의 아이, 김성중




23. 그럴 때면, 누군가 반문하기도 합니다. 가벼운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야 그렇다고 쳐도 성폭행이나 살인으로 들어온 이들에게도 그런 치료를 해주는 게 맞느냐고, 그들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면, 어찌 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작은 목소리로 답하곤 했습니다.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 tory_1 2018.12.30 19:43
    “다 잘될 거야”  
    (…)  
    사람들의 걱정을 달래기 위해 나는 반복해서 말했다. 


    좋은 문장들 공유해줘서 고마워. 
    새해복 많이 받아 찐톨아! 
  • tory_2 2018.12.30 20:21
    좋은 글귀들 공유해줘서 정말 고마워. 몇몇은 진짜 쿵 소리나게 심장 떨어지는 기분이다.. 두 권은 내가 아는 책인데 다시 읽어봐야겠어.. 잘 읽었어 토리야(_ _)*
  • tory_3 2018.12.30 20:34

    글귀들 너무 좋다 ㅠㅠ 나도 꼭 읽어볼께 고마워 토리야

  • tory_4 2018.12.30 21:38

    와 정말... 너무 좋다 책 읽어보고 싶어졌어

  • tory_5 2018.12.30 22:1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11/16 20:51:56)
  • tory_6 2018.12.30 22:24
    찐톨이 적은 책들 읽어봐야겠다!! 고마워!!
  • tory_7 2018.12.30 22:46
    토리야 고마워 추천했어!
  • tory_8 2018.12.31 02:0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2/04/20 03:39:07)
  • tory_9 2018.12.31 12:36
    좋은 문장들 고마워~ 문득 나토리는 같은 책을 읽고도 이런 좋은 문장들을 왜 그냥 읽고 지나가 버리는가 하는 생각이든다 좀 더 열심히 집중해서 봐야겠어
  • tory_10 2018.12.31 12:42
    토리야 문장 하나하나가 다 너무좋다. 고마워ㅠ
  • tory_10 2018.12.31 12:42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12/31 12:42:57)
  • W 2018.12.31 20:18

    회고덕후톨이라 이렇게 정리하면서도 혼자 행복해지곤 했는데 토리들이 좋아해주니까 행복이 두 배ㅠㅠㅜ 몇 번씩이나 다시 찾게 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일상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문장이 있는 거 같아. 그런 문장을 한 줄이라도 더 찾고 싶어서 계속 책을 읽는 거 아닐까?ㅎㅎ 댓글, 추천, 스크랩 해준 토리들 다 너무 고마워 새해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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