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윤성호의 이른바 '부캐(부캐릭터)' 활동으로 주목 받은 '뉴진스님'의 말레이시아 공연을 두고 현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일어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는 불교계의 공식적인 지지를 받은 것과 달리,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반대로 "그의 입국을 막아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10일 더스타 등 현지 매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윤성호는 지난 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클럽에서 승려복을 입고 디제잉 공연을 펼쳤다. 삭발한 헤어스타일로 20년간 개그맨으로 활동해왔던 그는 지난해 5월 열린 연등놀이 때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파티 DJ를 맡아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행사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진짜 스님 같다', '불교계가 자기들끼리만 재밌는 거 했다'는 식의 입소문을 탔다. 실제 불교 신자로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윤성호는 지난해 11월 '뉴진'이라는 법명까지 약식으로 받은 뒤 '뉴진스님' 캐릭터를 내세워 활동을 이어오며 최근에는 대만에서도 디제잉 공연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윤성호의 말레이시아 공연 당시 모습이 소셜미디어 영상 등을 통해 퍼진 뒤 "말레이시아 불교계를 화나게 했다"며 현지 정치권과 불교계 일각의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말레이시아 내 중국계(화인)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연립 여당 내각에서 교통부 장관 등을 역임한 위 카 시옹 의원은 지난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진스님의 공연이 불교 가치와 가르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교의 신성함을 존중하고 말레이시아의 종교적 화합을 지키기 위해 한국인 DJ(뉴진스님) 입국을 막으라고 지시할 것을 내무부 장관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날에도 "뉴진스님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진'이라는 법명으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오른쪽)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청년불자협회(YBAM)도 뉴진스님 공연이 불교적 삶의 방식을 해치고 무례를 범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유흥 장소에서 승려를 흉내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말레이시아 클럽에서 뉴진스님이 다시 공연하는 것을 금지해달라고 당국에 촉구했다.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말레이계의 절대 다수가 믿는 이슬람교가 국교로 지정됐지만, 다민족·다종교 사회로 종교의 자유 역시 보장되고 있다. 불교를 믿는 인구는 약 20%이며 대부분은 중국계다.
한편, 말레이시아와는 달리 한국 불교계에서 윤성호의 '뉴진스님'은 환영받는 존재다. 지난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극락도 락(樂)이다'는 타이틀로 화려한 EDM 무대를 꾸몄다. 그는 "이 또한 지나가리", "극락왕생", "부처핸썹" 등의 구호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좌중을 열광시켰고 예사롭지 않은 목탁 반주도 선보였다. 같은 달 30일에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윤성호를 만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불교, 젊은 불교를 알리는데 뉴진스님이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며 그를 격려하고 디제잉을 할 때 쓸 수 있도록 직접 고른 헤드셋과 염주를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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