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틴은 신이 아니다.
"내가 신이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죠?" 잠깐 지나간 <사랑의 블랙홀>에서의 이 주인공의 물음은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 그에게 주어진 권능은 한정적이다.(사실 그는 내일이 없는 저주 속에 갇혀있다.) 이 장면에서 마틴이 자리를 떴다고 마틴을 신으로 생각하는 의견을 왓챠에서 봤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마틴도 그 주인공과 유사하게 '복수'에만 한정된 권능을 우연히 부여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2. 제물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가장 순결하고 무익한 존재들이 늘 제물로 선택되어왔다. 한 번 이상 가족과 마틴의 입으로 언급된 '겨드랑이털', '생리'는 사춘기의 증상들이며 성숙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겨드랑이 털이 마틴보다도 많은 스티븐, 출산을 2번은 한 애나, 생리를 갓 시작한 킴보다야 겨드랑이털도 채 나지않은 밥이 순수에 가깝다.
3. 감자튀김위에 뿌려지는 케찹
클로즈업 된 빨간색의 케찹은 쉽게 피와 연결할 수 있다.
감자튀김은, 마틴이 제일 좋아하는 탓에 마지막까지 미루어오던 메뉴이다.
란티모스는 이번 작품에서도 결말을 활짝 열어놓았다. 전작들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네가 기다리던 복수가 피로 끝났다, 너랑은 이제 볼 일 없다 혹은.. 소년을 향한 또 다른 복수의 시작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고.. 이 부분은 사람마다 해석이 당연히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4. 손의 기능
손의 기능은 고귀한 것에서부터 속된 것까지 모조리 묘사된다. 심장을 수술하는 씬에서부터, 정보의 대가로 행해지는 '핸드'잡까지.
손은 줄곧 수술장갑, 손목시계, 스파게티를 먹는 방식, 누군가에게 색욕을 일으키게 하는 부위로까지 변주되며 강조된다.
처음에는 그리고 꽤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사람들은 왜 스티븐이 마틴을 만나는 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스티븐은 마틴을 소개해주면서도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아내와 동료에게 거짓말을 한다. 자신의 죄를 여러번 회피하는 주인공이었기에, 손을 의도적으로 계속 조명한 것은 그가 그의 아름다운 손으로 저지른 살인을 암시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치루어야할 대가까지.
5. 가장의 권위
언뜻 주인공은 가부장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머리를 자르라고 해도 아들은 듣지 않고, 딸은 헬멧을 쓰지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 솔직하지 않다. 주인공은 안과 의인 (그에 비해 영화내내 전문적인 모습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부인을 일적으로 무시한다. 하지만 아내야말로 그가 원하는 권위를 가진 대상처럼 보인다. 딸의 휴대폰을 압수하며 "난 네 아버지가 아니야."라고 하는 대사에서는 아내와 자식들 모두 아내의 완고함을 뚜렷이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신마취'로 보여지는 부부의 섹스방식마저 남성의 권위를 거세당한 남편과 조화롭게 살기 위한 아내의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에게 가장 부끄러운 비밀도 그의 남성성에 관한 것이었다.
주인공의 권위는 집안을 휩쓴 비극으로 인해 표면적으로나마 높아졌다. 모두가 선택받기 위해 그의 입 안의 혀처럼 굴고 있다. 모든 일의 시작이 그에게서 비롯됐음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행태는 아이러니가 따로없다.
6. 인간의 부조리
신은 아가멤논이 저지른 '신성한 사슴의 살해'의 죗값으로 그의 가족을 모두 비극으로 내몬다. 아비가 딸을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다. 서로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영화에서는 한 쪽이 죽으면 나는 살고 속박에서도 풀려나기에 서로에게 더 잔인해진다. 재해석본에서는 감독이 좋아하는 바닥까지 간 인간의 부조리가 힘껏 강조된다.
절정에서 모자를 뒤집어쓰고 총을 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며, 비인간적인만큼 아주 우습다. 학교의 권위에 기대지 못하자 확률에 기댄 찌질함은 죄책감을 덜기 위한(또 그런 노력을 했음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위에 불과했다.
7. 연출
샤이닝이 생각났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복도를 가로지르는 장면들이 잦았는데 거의 오마주 수준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폭설에 오버룩 호텔에, 광기에 갇혀버린 샤이닝의 주인공처럼 배경에 사방으로 둘러싸인 스티븐의 모습은 이 저주에 영락없이 갇혀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또 사지마비의 첫 발현에서 신이 내려다 보는 듯한 부감샷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엠러브의 부감샷이 떠올랐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딱딱한 말투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보기에 매우 기이한 언행(겨드랑이 털을 보여줘, 이 시계는 방수100미터야)들은 란티모스의 시그니처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전작 더 랍스터에서는 단란한 가족의 식사자리에서 배구공의 무게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소년이 저주를 조절하는지에 대해 앞뒤간에 언급이나 어떤 판타지스러운(..) 연출이 없는 것 또한 모두 감독의 스타일이려니 이해해야 관람이 편할 것 같다.
주관적인 내용이라 다른 관람객들 의견이랑도 많이 갈릴 것 같아~
신작 기대했는데 더랍스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매우 흥미로웠어!
"내가 신이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죠?" 잠깐 지나간 <사랑의 블랙홀>에서의 이 주인공의 물음은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올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 그에게 주어진 권능은 한정적이다.(사실 그는 내일이 없는 저주 속에 갇혀있다.) 이 장면에서 마틴이 자리를 떴다고 마틴을 신으로 생각하는 의견을 왓챠에서 봤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마틴도 그 주인공과 유사하게 '복수'에만 한정된 권능을 우연히 부여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2. 제물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가장 순결하고 무익한 존재들이 늘 제물로 선택되어왔다. 한 번 이상 가족과 마틴의 입으로 언급된 '겨드랑이털', '생리'는 사춘기의 증상들이며 성숙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겨드랑이 털이 마틴보다도 많은 스티븐, 출산을 2번은 한 애나, 생리를 갓 시작한 킴보다야 겨드랑이털도 채 나지않은 밥이 순수에 가깝다.
3. 감자튀김위에 뿌려지는 케찹
클로즈업 된 빨간색의 케찹은 쉽게 피와 연결할 수 있다.
감자튀김은, 마틴이 제일 좋아하는 탓에 마지막까지 미루어오던 메뉴이다.
란티모스는 이번 작품에서도 결말을 활짝 열어놓았다. 전작들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네가 기다리던 복수가 피로 끝났다, 너랑은 이제 볼 일 없다 혹은.. 소년을 향한 또 다른 복수의 시작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고.. 이 부분은 사람마다 해석이 당연히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4. 손의 기능
손의 기능은 고귀한 것에서부터 속된 것까지 모조리 묘사된다. 심장을 수술하는 씬에서부터, 정보의 대가로 행해지는 '핸드'잡까지.
손은 줄곧 수술장갑, 손목시계, 스파게티를 먹는 방식, 누군가에게 색욕을 일으키게 하는 부위로까지 변주되며 강조된다.
처음에는 그리고 꽤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사람들은 왜 스티븐이 마틴을 만나는 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스티븐은 마틴을 소개해주면서도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아내와 동료에게 거짓말을 한다. 자신의 죄를 여러번 회피하는 주인공이었기에, 손을 의도적으로 계속 조명한 것은 그가 그의 아름다운 손으로 저지른 살인을 암시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치루어야할 대가까지.
5. 가장의 권위
언뜻 주인공은 가부장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머리를 자르라고 해도 아들은 듣지 않고, 딸은 헬멧을 쓰지않고 오토바이를 타고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 솔직하지 않다. 주인공은 안과 의인 (그에 비해 영화내내 전문적인 모습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부인을 일적으로 무시한다. 하지만 아내야말로 그가 원하는 권위를 가진 대상처럼 보인다. 딸의 휴대폰을 압수하며 "난 네 아버지가 아니야."라고 하는 대사에서는 아내와 자식들 모두 아내의 완고함을 뚜렷이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신마취'로 보여지는 부부의 섹스방식마저 남성의 권위를 거세당한 남편과 조화롭게 살기 위한 아내의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에게 가장 부끄러운 비밀도 그의 남성성에 관한 것이었다.
주인공의 권위는 집안을 휩쓴 비극으로 인해 표면적으로나마 높아졌다. 모두가 선택받기 위해 그의 입 안의 혀처럼 굴고 있다. 모든 일의 시작이 그에게서 비롯됐음을 고려해보면 이러한 행태는 아이러니가 따로없다.
6. 인간의 부조리
신은 아가멤논이 저지른 '신성한 사슴의 살해'의 죗값으로 그의 가족을 모두 비극으로 내몬다. 아비가 딸을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죽이고,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다. 서로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영화에서는 한 쪽이 죽으면 나는 살고 속박에서도 풀려나기에 서로에게 더 잔인해진다. 재해석본에서는 감독이 좋아하는 바닥까지 간 인간의 부조리가 힘껏 강조된다.
절정에서 모자를 뒤집어쓰고 총을 쏘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며, 비인간적인만큼 아주 우습다. 학교의 권위에 기대지 못하자 확률에 기댄 찌질함은 죄책감을 덜기 위한(또 그런 노력을 했음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자위에 불과했다.
7. 연출
샤이닝이 생각났다는 후기들이 많았다. 복도를 가로지르는 장면들이 잦았는데 거의 오마주 수준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폭설에 오버룩 호텔에, 광기에 갇혀버린 샤이닝의 주인공처럼 배경에 사방으로 둘러싸인 스티븐의 모습은 이 저주에 영락없이 갇혀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또 사지마비의 첫 발현에서 신이 내려다 보는 듯한 부감샷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엠러브의 부감샷이 떠올랐다.
감정이 실리지 않은 딱딱한 말투와, 사회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보기에 매우 기이한 언행(겨드랑이 털을 보여줘, 이 시계는 방수100미터야)들은 란티모스의 시그니처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전작 더 랍스터에서는 단란한 가족의 식사자리에서 배구공의 무게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소년이 저주를 조절하는지에 대해 앞뒤간에 언급이나 어떤 판타지스러운(..) 연출이 없는 것 또한 모두 감독의 스타일이려니 이해해야 관람이 편할 것 같다.
주관적인 내용이라 다른 관람객들 의견이랑도 많이 갈릴 것 같아~
신작 기대했는데 더랍스터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매우 흥미로웠어!
마틴이 신이라도 그리스 신화 속의 신같은 존재라고 이해했어!
전지전능하고 자애로운 느낌의 신이 아니라 인간이랑 유사하고 어떻게 보면 사악해 보이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