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우리집은 외동아들에 위로 4대 조사를 모시는 큰집이야.. 할아버지의 상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빠, 할아버지까지 제사를 지내서 명절까지 합치면 거의 매달 제사가 있어.... 너무 싫지?

심지어 우리집은 큰집인데 작은집, 그니까 할아버지네 동생집은 안온지 꽤 됐어. 얼굴 기억도 안나고. 고모할머니랑 고모들만 와서 도와주심. 그래서 지난번엔 좀 짜증이 나는거야 물론 부모님이 이런말 하능거 싫어하시고 나한테 시키진 않으니까 참았지만

따지고 보면 난 할아버지 얼굴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할아버지의 상할아버지까지 제사를 지낸다니. 그래서 지난주에 엄마가 제사상 장 목록 적고 있길래 우리 이제 슬슬 할아버지 빼고 윗대는 제사 없애자. 엄마 할아버지네 아빠 얼굴 본 적 있냐. 솔직히 할아버지아빠네 아들(=작은집)도 안온지 십년 넘었고 할아버지네 상할아버지까지 치면 백년가까이를 제삿밥 얻어먹었는데 해준게 뭐냐
눈치껏 꿈에라도 나와서 제사 그만 지내도 된다거나 숫자 다섯개, 땅지표 라도 알려줘야되는거 아니냐.

그러면서 계속 투덜이는데 웬일로 엄마가 솔깃하시는거야. 그니까 장보는 것도 일이고 돈도 많이 드는데 아빠한테 한번 말해보겠다. 할아버지만 지내자. 이런식으로 얘기가 되고 있었다?

1. 그런데 어제 아침에 갑자기 연락도 안하고 살던 작은집에서 제사비용이라며 돈을 입금했어. 생각보다 큰 돈을. 그리고 앞으론 못 챙겨서 미안했다고 일년에 두번씩 제사 비용을 낸다 그랬대. 그래서 이번 제삿상은 상할아버지네 둘째아들이 사준 재료로 추석 상차리자 하고 장을 보러 갔는데
2. 엄마가 십만원을 잃어버린거야. 아마 지갑에서 돈 꺼내 결제하다 떨어진거 같아. 우리가 속상해서 들럿던 가게마다 찾아갔는데 아무도 못 봤대 ㅠ 심지어 마지막 가게는 씨씨티비도 보여줬는데 돈 안 떨어짐.. 그런데 그 십만원이 내 후드 모자에 들어가있는거 있지. 엄마 나보다 키 작아서 상식상 중력의 법칙으로 바닥에 떨어지는데 그게 내 후드모자에 들어있었다니.

그래서 어제 장 보고 들어오면서 엄마가 아무래도 내가 말하는거 다 듣고 있나보다고.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갑자기 돈도 받고 잃어버린 돈도 주워주냐며. 니가 돈 안준다고 투덜대니까 돈 생긴거 보라고. 다 듣는거 같으니까 앞으론 안좋은 말 하지말래.

근데 생각하니까 귀여운거야 우리 조상신들 제삿밥 못 먹을까봐 돈도 보내주고. 흘린 돈도 주워주고.
우연의 일치겠지만 너무 싱기해서 써봐. 우리집 제사는 안 없어지겠지만......젠장
  • tory_1 2023.09.11 16:14
    앗 뭔가 훈훈하면서 귀엽기도한데 제사 너무 많은 건 슬픈 ㅠ
  • tory_2 2023.09.11 16:24

    정성껏 시제로 한번에 모시겠다고 잘 달래드려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 tory_3 2023.09.11 16:24
    ㅎㅎㅎㅎ사소하게 라도 챙겨주시네
  • tory_4 2023.09.12 03:1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0/24 04:00:34)
  • tory_5 2023.09.12 10:36
    앗ㅋㅋㅋㅋ 허둥지둥 조상님들끼리 머리 맞대고 회의했을 거 같고 너무 귀여우시다!! 제사 힘내ㅠㅠ
  • tory_6 2023.09.12 10:45

    약간 예전에 거침없이 하이킥 차례상 에피소드 생각나고 귀엽다ㅠㅠㅋㅋㅋㅋ

  • tory_7 2023.09.12 17:10

    엌ㅋㅋㅋㅋㅋㅋㅋ귀여우시다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근엄한 표정으로 회의하셨을 거 생각하니까 귀여우셔 ㅋㅋㅋㅋ

    제사..많아서 힘들겟지만...파이팅....ㅠㅠㅠㅠㅠㅠㅠㅠㅠ

  • tory_8 2023.09.12 19:39
    모여봐라... 요즘 애들 말론 개망했다... 제사 안지내고 싶단다 어카냐들... 할 거 생각하먼 웃긴데 결국 제사는 남아서... 그래도 파이팅!!
  • tory_9 2023.09.12 22:34
    ㅋㅋㅋ 그 누구였지 어떤 무당 유튜버가 그러더라고
    명절상은 안차려도 제사상은 꼭 차려야 된대 그래야 집안이 편다고
  • tory_10 2023.09.14 05:4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2/02 11:25:48)
  • tory_11 2023.09.23 05:48

    그래도 잘 보고 계신가봐 ㅎㅎ

  • tory_12 2023.09.25 15:40
    아 ㅋㅋㅋㅋ 몽글몽글 귀여운 느낌.. 다들 우르르 모여서 비상대책 회의했을 거 같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전체 【영화이벤트】 순결한 수녀의 임신, 축복인가 저주인가! 🎬 <이매큘레이트> 시사회 15 2024.06.24 950
전체 【영화이벤트】 스칼렛 요한슨 X 채닝 테이텀 🎬 <플라이 미 투 더 문> 예매권 증정 50 2024.06.24 899
전체 디미토리 전체 이용규칙 2021.04.26 589602
공지 꿈글은 오컬트방에서 작성 가능합니다. 2021.02.25 265222
공지 공포방 공지 69 2017.12.18 281378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27 질문/잡담 죽는 꿈 꾼게 진짜 공포였음 2 2024.06.24 271
3126 질문/잡담 심야괴담회 같은거 소설이나 글형식으로 볼수있는곳 있을까 10 2024.06.23 456
3125 실제경험 나랑 동생이 같이 경험한 거 5 2024.06.20 881
3124 실제경험 지하철 도플갱어(?) 만난썰 10 2024.06.17 1266
3123 공포괴담 (스압) 귀신 보는 친구 이야기 8 2024.06.17 1312
3122 창작 내가 바로 네가 청산해야할 업보야(꿈 이야기임!) 6 2024.06.12 946
3121 실제경험 자기직전에 드림캐처 흔들리고 가위 눌림... 14 2024.05.30 1581
3120 범죄기사 남녀 살인사건 4 2024.05.30 1903
3119 실제경험 어제 저녁에 겪은 일 11 2024.05.25 2483
3118 질문/잡담 너네 최애 괴담 있어?? 67 2024.05.24 3777
3117 질문/잡담 (찾아줘) 죽은 친구가 길을 찾을 수 있게 집에 불 켜고 밤 내내 통화하던 괴담? 아는 사람 있을까? 11 2024.05.22 1735
3116 공포괴담 숙박업소에 존재하는 10가지 미신 21 2024.05.21 3160
3115 질문/잡담 나도 괴담 찾아볼래 민박집 관련 2024.05.18 942
3114 실제경험 어제 이상한 여자가 쫓아왔어 9 2024.05.18 2458
3113 실제경험 (별일없음주의) 나 쇠소깍 놀러갔다가 되게 무서웠던 적 있는데 여기에 뭐 얽힌 썰없나? 25 2024.05.17 2953
3112 공포괴담 얘들아 혹시 이 이야기아는사람 10 2024.05.16 2890
3111 공포괴담 송정 민박집 11 2024.05.14 8331
3110 공포괴담 무서워서 아침에 읽은 괴담 2 2024.05.14 7486
3109 공포괴담 소름 쫙 돋았던 고양이와 새우깡 괴담 6 2024.05.14 7166
3108 미스테리 찐 흉가랑 폐가는 다르다는거 있잖아 3 2024.05.14 7147
목록  BEST 인기글
Board Pagination 1 2 3 4 5 6 7 8 9 10 ...
/

Copyright ⓒ 2017 - dmitor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