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학창시절이라 하면 초 중 고딩때 교과서나 ebs 모의고사 기출 등등 암튼 수업시간, 수업자료, 선생님같이 공교육 통해 접한거로 한정할게!!!

난 1번은 승무

승무/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나니 깍은머리 박사꼬깔에
감추우고 두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아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 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빰에 아롱질듯 두방울이여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접어
뻗는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양 하고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진짜 눈앞에 소복입은 여인이 온몸을 다해 비는 사뿐사뿐한 모습이 그려지지않니? 눈이 내리고 녹아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그런 느낌을 글로접한건 처음인거 같아. 전체적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그느낌 자체가 너무좋아서 몇번이고 다시읽고 나도모르게 전통무용하는것처럼 팔을 펄럭거리고 팽그르 돌다 손모우고 싶었어. 이건 고등학교 3년 내내 수업시간에 공부하기싫으면 노트꺼내 필사하고 그림고자면서 관련장면 그려보고 그랬음 넘좋아ㅠㅠ


2번은 즐거운 편지

황동규 / 즐거운편지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한창 설렘설렘 하던 학창시절 설렘사 시킬뻔했던 시.

개화기 배경 어색한 서양식 롱치마에 블라우스같은거 입고 빵 모자쓴 나는 가을 강가 낙엽떨어지는 벤치에 앉아서 양산 옆에 내려놓고 벨벳 장갑끼고 부모님 몰래 만주로떠나버린(?) 애인이 보낸 마지막 편지 도착해서 몰래 읽는데 낮은목소리 섹시한 으른 미남이 옆에서 읽어주는듯한 환청이들리면서 2읽으면서 입틀막 눈물또르르 각 아니니?
어쩜 이렇게 담담하고 강렬하게 애정표현을 써내릴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건 중2병걸린 중딩시절에 접했는데 너무좋아서 다 외워버림ㅠㅠ


내가 손꼽는건 이 두개야

시인으론 윤동주 백석도 좋아했는데 기억에 남고 그시절의 내맘을 울려서 아직까지 기억나는건 이두개가 최고인듯!!

다른 톨들은 뭘 좋아했오?
  • tory_75 2018.06.20 10:07

    황진이가 지은거였나? 기생 문학 같던데

    긴 밤을 잘라서 임 오는날 이불에 넣는다는 시 엄청 좋아함ㅋㅋㅋㅋㅋ

  • tory_111 2018.06.21 10:47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여
    춘풍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 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엔 구븨구븨 펴리라.


    나도이거좋아해 긴밤을 아꼈다가 내가좋아하는 사람이 오는날 쓰겠다니 캬
     

  • tory_76 2018.06.20 10:21
    아묻따 낙화.... 그 제목부터 청소년 감성 자극.....! 분분한 낙화... 셜별이 이룩하는 축복... 아련해 ㅠㅠ
    그리고 백석 여승 볼때마다 눈물나
  • tory_77 2018.06.20 10:34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 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 속으로 접어든 한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또 하나의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과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나은 듯도 했지요.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사람이 밟은 흔적은
    먼저 길과 비슷하기는 했지만,
     
    서리 내린 낙엽 위에는 아무 발자국도 없고
    두 길은 그날 아침 똑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 먼저 길은 한번 가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다시 보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 지으며 이야기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 tory_103 2018.06.21 05:01
    아 이거 미술학원 화장실 문에 붙어있던 시였어.. 똥싸면서 맨날 이거 읽었었는데.. ㅋㅋㅋㅋㅋ
  • tory_126 2018.06.21 22:30
    나도 이거!!!!
  • tory_78 2018.06.20 10:36

    윤동주 서시

    서정주 추천사 (서정주 싫지만 진짜 재능은 인정....)

  • tory_80 2018.06.20 10:49
    김수영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기형도 오래된 서적
  • tory_82 2018.06.20 14:15

    첫사랑 류시화

     

    (...)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

  • tory_84 2018.06.20 16:21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7/08 17:02:00)
  • tory_85 2018.06.20 17:51
    즐거운 편지 총 2연의 산문시야~~~~
    행갈이 없다능!!!
  • W 2018.06.21 13:27

    응 긁어왔는데 나눠져 있네ㅠㅠ 알려줘서 고마웡 수정했오!!!

  • tory_86 2018.06.20 19:05
    크 진자좋당
  • tory_87 2018.06.20 19:21
    북어 /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를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딲딱했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고1 문학시간에 선생님이 찾아오신 시 하나를 골라서 내 생각과 같이 발표 했었는데, 이 시를 읊을때 갑자기 눈물이 콱 났어. 나도 정말 북어 같아서
  • tory_121 2018.06.21 16:27
    나도 학교다닐때 배운 시중에 이게 제일 기억나
    나도 북어 같아서2222
  • tory_88 2018.06.20 19:27
    나도 즐거운편지 생각하면서 들어왔어ㅜㅜㅜㅠ
  • tory_91 2018.06.20 22:45
    두꺼비 / 박성우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 살짝 만져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대는 통에 내 양 눈이 한동안 충혈 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아버지는 이윽고 식구들에게 두꺼비를 보여주는 것조차 꺼리셨다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날이 새기 전에 막일판으로 나가셨는데 그때마다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워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페달을 밟았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 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 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



    이것도 시 맞지??ㅠㅠ난 이거ㅜㅜ수업 중에 현실눈물 흘렸어...
  • tory_92 2018.06.20 23:08
    처음 보는 시인데 눈물 나네...
  • tory_137 2018.06.27 16:21
    ㅠㅠㅠ
  • tory_140 2018.07.28 13:32
    이거생각하면서들어왔는데 ㅠㅠ
  • tory_93 2018.06.20 23:47

    이육사 / 청포도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곧 7월이기도 해서 더 생각나 청포도 시 생각날때 청포도 에이드 마심 존맛ㅋㅋㅋㅋㅋㅋ

  • tory_94 2018.06.20 23:48

    이육사 광야

    서정주 귀촉도


    어떻게 이 둘을 같이 좋아할수가 있냐 싶겠지만 좀 어릴때라서 서정주에 대해서는 잘 몰랐거든. 단순히 문장만 보는데도 속에서 울컥하고 끓어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던게 저 두 작품이라서. 나중에 알고나서 겁나 배신감느낌...

  • tory_96 2018.06.21 00:01

    즐거운 편지를 시인이 고등학생 때 연상의 여인을 사모하면서 썼다는 게 교과서에 작게 적혀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나!ㅋㅋㅋㅋ또 읽어도 정말 좋은 시야ㅠㅠ나는 산유화!

  • tory_93 2018.06.2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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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ory_112 2018.06.21 10:54
    나도 김용택 시인 너무 사랑했다ㅠㅠ
  • tory_98 2018.06.21 00:30
    자화상... 악마의 재능
  • tory_106 2018.06.21 08:23
    2222222222
    애비는 종이었다

    잊을 수가 없는 도입부야 근데 진짜 악마의 재능
    어디가서 이 사람 시 좋다고 말하기 망설여져
  • tory_100 2018.06.21 00:45
    즐거운편지
  • tory_101 2018.06.21 00:46
    시의 매력을 가장 강렬하게 느꼈던 계기는 김소월의 초혼이었어.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시를 읽는 내내 기와 너머로 붉은 해가 저무는 강렬한 색감이 떠오르더라.
  • tory_105 2018.06.21 08:18
    나도 초혼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 흘렸어. 나중에 다른 소설 읽다가 초혼 장면이 나오는데 시 생각나서 다시 눈물 흘림
  • tory_102 2018.06.21 04:05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0/04/03 01:36:00)
  • tory_127 2018.06.21 23:57
    ㅇㄱㄹㅇ... 읽고 쿵 하는 느낌이었어
  • tory_103 2018.06.21 05:04
    난 위에 천상병 귀천 두번째로 좋아했고 제일 좋아했던 시는 박두진의 해 제일 좋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고운 얼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시에서 느껴지는 힘이 정말 강렬한 것 같아..
  • tory_104 2018.06.21 07:59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쓸쓸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센 느낌이어서 좋아했어
  • tory_107 2018.06.21 09:06
    나는 초딩때 이해인 수녀님의
    풀꽃의 노래 라는 시 엄청 좋아해서 외우고다녔엉.
    요즘은 김수영시인의 절망 이랑 백석시인의 나와나타샤와흰당나귀
  • tory_108 2018.06.21 09:33

    난 도종환 시인 가을비 좋아했어. 시험 선택지에 나왔는데 시험치다 눈물날뻔했어ㅋㅋ 중딩의 감수성이란ㅋㅋㅋㅋ

  • tory_109 2018.06.21 09:43
    나는 백석 시인의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시를 좋아했어!

    제목이 주소임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한겨울에 읽으면 더더욱 좋더라. 내 인생 왜 이러지 허무한 마음이 들때..

    쌀랑쌀랑 소리를 내며 눈을 맞는다니..
    갈매나무가 궁금해서 그때도 찾아봤었지.

    ------------------------------------------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새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tory_110 2018.06.21 10:32

    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첫 문장이 너무 강렬했고 뭔가 깨달은 느낌이었어..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자신의 몸뚱아리를
    다 태우며 뜨끈뜨끈한
    아랫목을 만들던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로 찰 수 있는가?
    자신의 목숨을 다 버리고
    이제 하얀 껍데기만 남아 있는
    저 연탄재를
    누가 함부로 발길질 할 수 있는가?

  • tory_113 2018.06.21 11:56

    스며드는 것

                                                                                                         안 도 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tory_113 2018.06.21 11:58

    어디서 긁어왔더니 ㅠㅠ 글씨가 크다 ㅠㅠ

    난 왜 애도 안낳고 모성애를 느끼지도 않는데 이 시는 나의 안구건조증을 낫게 해주었어 ㅠㅠㅠㅠㅠ

  • tory_116 2018.06.21 12:20
    이거 보고 게장 못먹음 ㅠㅠ
  • tory_127 2018.06.21 23:59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막 구절 ㅠㅠㅠㅠㅠㅠ 나도 학창시절때 몇번이고 읽은게 기억난다
  • tory_93 2018.06.22 00:01

    이 시 읽은 사람들은 이후 간장게장 못 먹는 사람 많은데 정작 시인 본인은 잘 드신다고함

  • tory_138 2018.07.05 15:22
    @11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tory_140 2018.07.28 13:33
    이거진짜눈물버튼 ㅠㅠㅠㅠ
  • tory_114 2018.06.21 12:12
    푸른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tory_114 2018.06.21 12:16
    내 응시에 날아간 별들이 네 머리위에서 반짝였을거라는 구절이 젤 좋아ㅠㅠ
  • tory_115 2018.06.21 12:18

    이경임시인의 시 담쟁이

    이를 본딴 노래도 있는데 국어시간에 나와서 꽤 좋아했어


    담쟁이


    내겐 허무의 벽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한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침내 벽 하나를
    몸 속에 집어넣고
    온몸으로 벽을 갉아먹고 있네

    아, 지독한 사랑이네


    노래선율도 아주 적절한데 마지막 가사때는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짐

    아아아아 오오오오 지독한 사랑~이네~

  • tory_117 2018.06.21 13:25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tory_118 2018.06.21 13:45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

  • tory_120 2018.06.21 15:39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08/12 05:22:09)
  • tory_122 2018.06.21 16:42
    이성복 서해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 두어야 할까 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 치고 있습니다.
  • tory_123 2018.06.21 16:57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9/08/30 13:49:51)
  • tory_125 2018.06.21 21:08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tory_129 2018.06.22 16:41
    나는 황진이 시!!!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안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표현이 너무 신기해서 감탄했어 어떻게 이런 비유를 쓰지싶고 이거읽고 진짜 황진이 재주많다는 거 실감함!!
    그리고 원토리가 적어준 즐거운 편지도 너무 좋았어ㅎㅎㅎ
    아 그리고 그 고전시가 중에 꿈에서 님 보니까 좋은데 꿈에서 깨어나면 또 허무함때문에 너무 괴롭다는 그 시도 좋았는데 기억이 안나네ㅠ
  • tory_130 2018.06.23 23:19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 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 tory_131 2018.06.24 01:06
    기형도-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tory_132 2018.06.24 09:25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 tory_133 2018.06.24 21:36
    늦었지만 나도 시 하나 더해볼래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처음 읽었을 때 눈물이 맺혔었는데
    여지껏 좋다
  • tory_135 2018.06.25 03:56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18/06/25 03:58:13)
  • tory_136 2018.06.25 22:59
    박노해 ,별은 너에게로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

    댓글에 안나온 시로 옮갸외봤어
    타지에서 인턴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큰 힘을 얻었던 시야 :)
  • tory_137 2018.06.27 16:19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김동명 - 내마음은 호수요
  • tory_141 2018.08.12 21:38
    승무!! 외치면서 들어왔는데 승무가 뙇 나오네 ㅋㅋㅋ
  • tory_142 2018.09.08 00:49
    김소월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 내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 tory_143 2021.01.17 03:17
    나도 이거...늦었지만 맘이 통했네
  • tory_144 2022.05.06 01:05

    다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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