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는 <더 크라운> 조금 보다가 바로 하차한 톨인데 <영 로열스> 보고 나서 왜 그랬는지 뒤늦게 깨달았어. 왕실 얘기 너무 그사세라서 공감 요소를 못 찾았나봐.
물론 영로열스도 왕비, 왕세자, 왕자 얘기니까 그들 세계가 얼마나 공고한지도 잘 보여주고, 그런 전통을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도 잘 보여주긴 하지. 근데 관습과 질서라는 명분으로 그 세계에 동조해버리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진정한 행복도 없다는 걸 금잔디(ㅋㅋ)가 잘 지적해줘. 넌 세계가 주목하는 왕자이기 전에 나를 사랑하는 존재라는 걸. ㅋㅋ 그렇게 인간적인 설득으로 평범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잔디가 무결한 존재인가? 십대 시절부터 약물 거래를 하잖아. 뭐 대단한 비즈니스는 아니었지만 문제의 소지는 있고.. 근데 얘가 진짜 완벽했다면 좀 별로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 결함도 있고 약점도 있고 또 적당히 재능도 있고 진정성이 무엇인지 아는 평범한 친구가 계급문제를 바라보는 괜찮은 시각을 보여준다는 거야. 예를 들자면 시즌1의 난 너의 비밀이 되기는 싫어, 시즌2의 너의 비밀이 될게, 하지만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어야 해, 이런 대사들이 참 좋더라. 잔디.. 그러니까 시몬의 친구들이 했던 “쟤 지금 너를 위해 왕자 자리를 포기한다고 한 거지?” 비슷한 대사도 그랬어. 그거 웃기지 않았어? 왕실이고 계급이고 나발이고 이 모든 복잡한 위계가 별것 아니라는 것을 경쾌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의 관점이..
아구스트 나오는 장면은 다 별로지만ㅋㅋ 그래도 왕자 후보자로서 사라에 대한 감정이 진실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해. 현재 귀족이고 한때는 비슷한 계급이랑 결혼할 거야 어쩌고 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우습게 여겨왔지만 결국 진짜 이끌림을 느낀 사람은 평범한 사라였어. 그럴 리 없겠지만 얘가 왕자가 됐어도 사라와 관계를 이어가려 나름의 노력을 했을지도 몰라. 그 노력이라는 게 말 한 마리 사주는 것처럼 좀 많이 멍청하고 덜떨어지긴 하겠지만 지위가 달라져도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흔들리지 않았을 것..
또 마음에 들었던 건 불법촬영을 다루는 시각이었어. 시즌1에 터진 사건을 시즌2에 봉합하는 것. 너도나도 스마트폰 가지고 다니는 시대에 불법촬영이 굉장히 사소한 갈등으로 치부되는 작품 참 많은데, 너무 흔해서 두려움조차 흔한 것이 되는 사건에 대해서 끝까지 물고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생각했어. 다만 피해자가 여성일 때랑 남성일 때는 무게가 좀 다르긴 하지. 시몬은 불법촬영의 피해자로 고통받긴 했지만 그게 여성 피해자가 느끼는 것과 같을 수는 없겠지. 짜증난다..
아 맘에 안 드는 건 아구스트뿐이었어 ㅋㅋ 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캐라고 생각했어. 악역이 너무.. 질기고 재미가 없고 매력도 없다. 근데 분량은 개많음. 배우의 인상이라도 좀 괜찮았다면 나쁜남자한테 잠깐이나마 이끌리는 하찮은 재미라도 좀 줬을 것 같은데(ㅋㅋ) 와 진짜 성격부터 인상까지 어느 구석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걔 엉덩이따위 보고 싶지도 안았다.. 등록금 문제 잠깐 나와서 동정을 살 기회를 작품이 줬지만 난 그냥 그걸 기회 삼아서 퇴장해주기를 바란 톨이었다.. 하지만 시즌2 시작 부분이었나 불법촬영 가해 건을 알아버린 빌레가 그에게 복수할 때는 좀 웃겼어. 그토록 싫어하는 애랑 똑같은 수준이 됐는데 왜 얘는 그래도 안 밉지.. 엄마한테 전화해서 시몬 남친 생겼다고 징징거릴 때도 진짜 웃겼다.. 이게 군주제의 실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