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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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이전에 후기 서치하다가 '두 주인공이 파멸하는걸 보여줌으로써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식의 후기를 봤는데(정확한 표현을 몰라서 기억에서 끄집어냄ㅎㅎ)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 그대로더라ㅋㅋㅋ

김정도와 박평호가 모두 실패하고 무너지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죽었기에 이 영화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함

김정도는 '바른 길'이라기보다는 '정도를 넘어선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함.
그러니까 국민을 학살한 대통령에 대해 분노를 품었지만(=개인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섬) 결국 생각해낸 방법이 군사쿠데타였던 인물임. 그래서 다음이 없어. 그에게 국민은 세상을 바꿀 주체로 인식되지 못하거든. 내가 무력으로, 폭력으로 구해줘야하는 '희생당하기만 하는' 존재지. 어떤 의미로는 굉장히 시혜적이고 오만함. 중간에 민주시위에 대해 목성사 사람들이랑 얘기하는거 나오잖아. 그들에게 민주시위는 '계엄령 선포해서 우리의 거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일 뿐임.

얜 안기부에 들어온지가 4개월차였던거지 그 전에도 군인으로서 고문하고 다녔을거임. 당장 김정도의 고문으로 손가락 하나 제대로 못쓰고 사는 인물이 박평호니까. 그나마 박평호는 간첩이기라도 했지 무고한 피해자가 없었다고 절대 볼 수 없고. 더해서 광주가 3년 전이고 그 이전에 평호를 심문했다는걸 볼때 정도는 광주 전까지는 자신의 행위에 크리티컬한 의문을 갖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임.

그러니까 김정도는 다음 세상을, 변화하는 세상을 볼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그려짐. 그는 (필요하다면) 폭력을 용인하고 때론 활용하는 사람이니까, 그의 가치관은 다음 시대의 주류가 되어서는 안됨. '실패해야만 하는 인간'임.


박평호야 애초에 간첩이고(여기서 설명 끝), 아무리 평화통일을 지향한다지만 안기부로 13년을 일한, 그야말로 독재정권과 삶을 함께 한 사람임.

창고씬과 방콕씬에서 평호는 '수백만이 죽을 전쟁을 막기 위해' 말하고 행동하지만, 이미 그가 수백수천수만의 희생자는 눈감아오며 살았다는걸 생각해볼때 박평호의 평화통일도 허망하고 모순적인 목표일 수 밖에 없음. 전쟁이라는 분명하고 거대한 학살을 피하기 위해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인간이 어떻게 평화를 진정으로 달성할 수 있겠어? 그건 눈가리고 아웅하는거지.

김정도가 대통령을 향한 분노에 미쳐 경주마처럼 자신의 목표만 보고 달리는 모순덩어리라면 박평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걸 알면서도 자신의 모든 행동이 평화통일에 기여'해야만' 하니까 그 폭력행위에 대한 갈등을 꾹꾹 눌러담아 모르쇠한 모순을 갖고 있음. 모든 것을 관두고 떠나고 싶다고 하지만 타인에 의한 죽음이 아니고서야 관둘 의지조차 없었던 사람.

역시 마찬가지로 박평호도 다음 세대를 볼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나옴. '사라져야만 하는 인간'인거지.

그래서 이 둘은 방콕에서 끝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거라고 봄. 폭력과 폭력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겠어? 폭력끼리는 이익을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을수는 있어도 절대 이해할 수 없음


폭력을 끊어내는, 국민이 주도하는 변화한 시대는 유정이에게 주어졌는데, 그래서인지 유정이를 행위의 주체로 그려내는 장면이 적었다는 점이 인상깊었음
유정이는 어린 나이에 간첩으로 교육받아 길러졌고(본인의 의사가 없음) 평호를 감시하기 위해 옆에 붙어있었고(역시 명령임) 운동권 학생 진압현장에 서있다가 휘말려 맞았고(진짜 휘말림) 평호때문에 안기부에서 고문받았고(ㄹㅇ 차장 둘 빤스벗기기에 얽혀버림) 자신을 딸처럼 키워준 아저씨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음(물론 본인의지 아님)

즉 폭력의 영역에서 유정이는 주체가 된다기보다는 휘말리는 객체임. 폭력을 강요받는 입장에 있음.
유정이가 휘두른 첫 폭력이 '자신에게 폭력을 강요하던 존재를 끊어내는 행위'라는걸 생각해보면, 감독의 말에 있는 <우리의 올바른 양심과 정의로운 자각은 전쟁과 폭력을 멈추는 데에 기여해야 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서 이러한 병든 유산들은 남겨지지 않을 것이다.>의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옴. 그러니까 유정이의 폭력은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다른 폭력과 같은 의미가 아님. 그건 정당방위이자 저항행위임.

그리고 유정이가 아닌 '박은수'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거고.


덤으로 정도가 자식이 있다는 것도 인상깊었음. 정도의 두 아이는 아버지가 죽이려다 실패한 독재자의 독재와 폭력행위가 명명백백하게 인정되는 것을 볼 것이고, 그 독재자의 죽음을 볼 것이며, 독재자의 죽음 이후의 세상도 살아갈 것임. 시대배경을 고려해보면 80년대에 초등학생 정도니까 한창 사회의 중추역할을 할 40대겠네. 정도는 자신의 모순과 한계로 바뀐 세상을 보지 못했지만, 정도의 아이들은 볼 것임. 다음 세대니까.


이정재랑 정우성이 2시간 내내 정장 안입으면 죽는 인간들인것처럼 정장만 입고 나와서 서로 빤스벗기기 견제하며 총쏘는것만 봐도 충분히 눈이 즐거웠는데 액션씬도 생각보다 과감하고 시원했는데다가 메세지도 명확하게 보여서 즐거운 영화였어

솔직히 큰 화면으로 그 얼굴 그 기럭지 그 총격씬 본걸로도 돈값은 했다치는데 은근히 곱씹게 되는 부분이 마음에 드네

근데 장면전환 은근 뚝뚝 끊기는거랑 대사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별 하나 뺌ㅋㅋ 개인적으로는 3.7 정도? 이감독은 절친이랑 같이 영화 더 찍어주면 좋겠다
  • tory_1 2022.08.15 16:30
    뻔한 알탕물이란 혹평을 먼저 보고 갔는데 오히려 뻔하다기보단 토리 말대로 곱씹게 되는 영화였던 것 같아 메세지는 분명한데 복잡한 설정을 짧은 대사 한마디, 표정으로 빠르게 치고 넘어가 버리다 보니 거기서 영화에 대한 이해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나도 평점으로 치자면 3.7-8정도 주고 싶음ㅋㅋ
  • tory_2 2022.08.15 16:44
    리뷰 정말 좋다
    보면서 울컥울컥 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결국 다음 세상을 볼 자격은 평호와 정도에겐 없더라 그래서 둘 다 그런 엔딩을 맞은게 너무나 잘 이해가 됐음
    곱씹게 되는 영화라 참 좋아
  • tory_3 2022.08.15 19:54
    잘 읽었어! 
  • tory_4 2022.08.15 21:22
    리뷰 너무 좋다. 유정이의 결심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저항이라는 부분에 특히
  • tory_5 2022.08.31 00:24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01/08 00: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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