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정원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 쓴 거라서 존댓말로 썼다는 거 양해 바래. 딤토에 올리면서 반말로 바꿔봤는데 매우 어색해서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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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가 봤던 '헤어질 결심'의 스포 중 제일 뿜겼던 거 복붙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 극단적 사디스트 탕웨이가 박해일 데리고 에셈플레이 하는 내용

• 김신영 연쇄살인마

• 이정현 최종보스

• 탕웨이 구미호설
촬영기간중 스텝들 산,바다 로케 목격담
예고에서 탕웨이가 손톱으로 할퀴는 부분
예고에서 탕웨이가 박해일의 심장을 갖고싶다고함

탕웨이가 극 중 읽는 산해경은 구미호 원전
구미호를 기록한 최초의 기록인 《산해경》에 따르면, 청추(淸秋)라는 나라에서 동쪽으로 300마일 떨어진 곳에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청추(靑秋)라는 용어는 동쪽의 나라 또는 지역을 의미하며, 적어도 삼국시대부터 역사적으로 한국의 지역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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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뭐람 ㅋㅋㅋ 아니 우리 깐느박은 분명히 로맨스 영화라고 기획 단계부터 주구장창 말했는데 다 안 믿어 ㅋㅋㅋ 하지만 이건 기생충 영화 스포보다는 훨씬 개연성있는 낚시입니다. 아니 근데 그 중에서도 이선균과 송강호의 ㄸ신은 좀 많이 땡기긴 했어(...)

저는 영화 개봉하기 전에 2차 포스터를 보고 씐나서 이런 글을 썼었는데요,

https://www.dmitory.com/garden/243589964

(개인 블로그 글에서는 딤토 링크 안 썼음)

히치콕 덕으로서 우리 오빠 영화 장면이 생각나서 신나서 쓴 것이었지 대놓고 레퍼런스했다던가 이런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수갑이라는 건 유사 이래로 흔하고 널린 클리셰 중 하나일 뿐이죠. 그리고 박찬욱 감독에게 너무 주구장창 히치콕의 영향을 물어보는 것도 이제 풀어줄 때가 되었죠.

정작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난 건 유시진 작가의 '클로저'였습니다. 이야기의 구조 면에서 떠올랐을 뿐이라는 거지 레퍼런스라던가 그런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자신의 세계 안에서 완벽했던 '키퍼'가 다른 존재 때문에 흔들리고 그 때문에 몰락하면서 세계까지도 같이 붕괴한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다른 존재가 기꺼이 그 붕괴로 안내한다는 점까지도 그러하지요. 유시진 작가의 다른 대표작 '온'의 후기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몰락과 붕괴의 서사는 후룸라이드처럼 빠르게 내려갑니다. 저는 원래 붕괴하고 몰락하는 서사를 참 좋아합니다. 남들은 다 사이다라면서 좋아하던 '연희공략' 대신에 계황후가 망하는 이야기인 '여의전'을 물고 빨았던 전적도 있고 ㅎㅎ


다소 두서 없이(하긴 뭐 언제는 두서가 있었나) 느꼈던 걸 적어보겠습니다.

주인공인 '해준'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한국 형사'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 인물입니다. 그의 품위 있는 태도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피씨방 알바가 그에게 제보하는 장면이 그렇죠)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에 동료들도 건드리지 못하죠. 그와는 확연히 다르지만 십여 년의 세월로 익숙하고 정다운 아내까지 사생활마저도 매끄럽고 단단한 세계가 이미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도 나름의 고충이 있죠. 진행 중인 미제 사건들이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불면증으로 고생하지만 그의 본질을 건드리지는 못합니다. 그의 세계는 '자부심'이라는 코어가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불면증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고 아직도 잠재 불면 요소로 고민하고 있는 중증 불면인으로서 해준의 불면증에 대해서 평하자면...음, 저보다 좀 약하군요-_-(원래 환자들은 병부심이 좀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그의 불면증 원인은 두 가지, 잠복 근무로 인한 밤낮이 바뀐 물리적인 면과 미제 사건을 집에까지 끌고 들어와서 무의식까지 집착하게 만드는 심리적인 원인이 둘 다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낮이고 밤이고 한 잠도 못 잤는데 해준은 그래도 낮에 가끔 쪽잠은 자는 걸로 보여요. 여기서 불면인들이 주장하는 '밤에 한 잠도 못 잤다'라는 건 실은 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수면 다원 검사를 하면 짧은 시간 내 수백 번을 도로 잠들고 깨는 겁니다. 자도 잔 것 같지 않으며 자야 한다는 원념만 뱅뱅 돌면서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부정적이고 지치는 상념으로 이끌어 가죠.

여기서 '서래'의 존재가 중요한데, 그녀의 집 앞에서 잠복 근무를 하면서 해준은 처음으로 오래간만에 달게 잡니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불면인에게 중요한 건 '그녀'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잤다는 겁니다. 구원과도 같은 거죠. 한 번 그 연관이 생기면 그 다음은 쉽습니다. 서래를 볼 때마다 그는 안심하면서 잘 잘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 그녀에 대한 신뢰가 깨진 2부에서도 수갑을 찬 상태에서 너무나 달게 잡니다.

그리고 서래가 영화 안에서 하는 수면법 말인데요...아주 잘 하는 겁니다. 해준의 자취집은 1.5룸이라 거실의 미제 사건 사진들은 실은 침실 안까지 그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잠을 못 자게 만듭니다. 그걸 불태운 건 수면법에 대한 서래의 깊은 이해를 보여주죠. 그리고 미국 해군의 수면법을 독자적으로 개발시킨 서래의 수면 요법도 제가 강남 모처 수면 클리닉에서 몇 백만원 주고 배운 건데 꽤 쓸만합니다.


img.jpg


문제는요,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그 구원과도 같은 존재가 막판에 해준의 세계를 결정적으로 붕괴시키면서 도저히 나을 수 없는 불면증을 선물해주고 간 게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는 겁니다. 1) 숙면의 기제인 서래가 사라져버리고 2)강력한 미제 사건이 되어버림으로써(영화 끝의 암시를 보면 그 후에도 그녀 위로는 모래가 겹겹히 덮히고 시체조차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수면 요법을 하고 그녀와 관련된 것을 불태워버려도 심리적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저 수면요법이라는 것도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태에서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니던 무진장 비싼 클리닉도 심리 치료와 수면 위생 요법을 병행해서 천천히 치료해 나갔어요.

저와는 달리 해준은 망가진 상태에서도(아니, 망가진 상태라서) 형사 생활은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심지어 실적은 여전히, 아니면 예전보다도 더 좋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멘탈 붕괴는 도저히 복구가 불가능할 것 같아요. 살짝 허공 위에 두 발을 띄우고 있는 것 같은 그를 현실 세계와 이어주고 있는 것 같던 아내가 떠났거든요. 그와 서래는 물질보다 정신이 중요한 동류입니다. 물질이 더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도통 이해가 안 되지만 그들의 세계는 만족스러워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한번 깨지면 정신이 없습니다. 제가 그랬듯이요.

주로 해준의 측면에서만 썼는데, 사실 저는 서래한테도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그녀의 광공스러운 면과 해준빠스러운 면 말이죠. 시간이 나면 그 점에 대해서도 좀 써볼까 합니다.
그래서 제 마지막 평은요...

img.png

이렇습니다. 언능 미국 드라마 다 찍고 와서 한국 영화 찍읍시다. 이제 진갑인데 소처럼 일해야져.

  • tory_1 2022.08.09 10:52
    재밌다 ㅋㅋㅋㅋㅋ
  • tory_2 2022.08.09 21:43

    와 너무 잘 읽었어ㅋㅋㅋㅋㅋ

  • tory_3 2022.08.10 15:41

    와 재밌게 잘 읽었어 수백만원 들여 배워온 수면법이 영화에 나와있었다니!

  • tory_4 2022.08.15 22:32

    와 토리 .....ᐟ.ᐟ 개쩐다... ♥︎ 

  • tory_5 2022.11.15 20:40
    삭제된 댓글입니다. (삭제일시: 2023/11/02 11:56:52)
  • tory_6 2023.01.11 03: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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